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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 감염관리료의 신설을 기대하며
[구의사회장단 칼럼] 감염관리료의 신설을 기대하며
  • 의사신문
  • 승인 2017.02.2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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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 구로구의사회 회장

어느 날 저의 집사람이 동네 세탁소에 제 바지를 맡기러 갔습니다.

그런데 세탁소 사장님이 뜬금없이 “바깥 분이 싸움을 잘 하시나봐요?” 하고 묻더랍니다.

칼이나 유리등에 의한 심한 열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보니, 그때마다 동네 세탁소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데 피 뭍은 제 바지를 보고 마치 폭력배나 동네 싸움꾼으로 저를 오해 하신것 같습니다.

얼마전 보건복지부에서는 감염 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복장 권고문이란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내용에는 항상 깨끗한 근무복을 착용하며 근무복이 더러워지거나 오염된 경우에는 즉시 갈아 입는다…라는 일반 원칙과 추가 사항으로 피부나 옷에 환자의 혈액, 체액, 분비물 등 오염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근무복 위에 일회용 덧 가운을 착용한다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외 넥타이도 매지말고 시계나 반지도 끼지말라고 합니다. 때 맞추어 KBS 메인 뉴스에서는 의사의 가운과 넥타이가 병원 감염의 주범이요 온상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또한 감염병 및 병원 감염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앞으로 상급 종합 병원으로 지정을 받으려면, 현행보다 높은 수준의 감염관리 능력을 갖추고 병문안 개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병문안객 통제 시설 및 보안 인력까지 구비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저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충남 서산에서 공중보건의로 복무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서산 읍내에서 제가 근무하는 보건지소까지 버스가 하루에 몇 차례 다니지를 않았습니다. 교통이 몹시 불편해서 저는 이동 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장만하였는데, 어느날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대퇴골 골절을 당해 서울로 급히 후송되어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 후 여섯달이 지나도록 골절 부위의 유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재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퇴골 골절의 불유합의 원인은 감염성 불유합이었고 재 수술시 골절부위에 30cc 가량의 농양이 발견되어 배양 결과, streptococcus 균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의료 행위시에 우리 의료진이 아무리 노력을 하고 주의를 기울여도 뜻하지 않은 감염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충분히 이해하였습니다. 감염을 줄이기 위해 병원이나 의료진 들은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각 병원은 감염위원회를 두고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감염 예방에 만전을 기울입니다. 수술방이 오염이 되면 즉시 폐쇄 후 적극적 소독에 임하고 수술실의 환기는 감염 예방을 위해 laminar air flow system을 설치하며 밤새 자외선 소독을 하는 등 만전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의료진 또한 수시로 손을 씻고 일회용 의료 기구를 사용하며 감염 예방을 위해 수술 장갑과 가운, 마스크 등의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등 강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과 장비 및 음압 격리 병실을 마련하고 병문안객 통제 시설및 인력을 갖추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의료 관련 감염을 예방 하기 위해서 의료 기관이 부담하는 추가비용이 1∼2조원 가량 소요된다는 2014년 보고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오직 공급자인 의료 기관에만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적 책임감과 사명감 만을 강조하고 의료 기관의 생존권과 수익성은 무시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의료 기관의 효율적인 감염 관리를 위해서는 감염 예방을 위한 수가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료인들의 정당한 요구에 어떠한 응답도 없습니다. 소요되는 비용의 언급 없이, 넥타이나 매지 말라는 정부의 단순한 권고문은 관료주의적 탁상공론입니다. 

녹록지 않은 현 의료 현실에서, 일어날지 말지 모르는 예방 정책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또한 늘 발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감염병의 피해 역시 도외시 할 수는 없는 문제이며 이 모든 피해는 불특정 다수의 순수한 환자들과 의료진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나 의료보험 공단은 병원감염과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내원하거나 입원하는 환자당 일정 금액의 감염 관리료 항목을 책정하면 우리나라의 감염병 예방과 병원내 감염은 획기적으로 줄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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