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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1번 D장조, 〈고전적〉 작품번호 25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1번 D장조, 〈고전적〉 작품번호 25
  • 의사신문
  • 승인 2017.02.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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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86〉

■하이든의 고전과 프로코피예프의 현대성의 빛나는 결실

전곡이 15분이 안 되는 이 짧은 교향곡을 작곡하는데 프로코피예프는 몇 개월 이상 걸렸다. 이를 보면 그가 이 교향곡을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산뜻한 느낌의 이 작품에는 작곡 당시 프로코피예프가 처해 있던 난처한 상황들이 하나도 드러나 있지 않다.

이 작품을 시작하기 얼마 전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어난 1917년 2월 볼셰비키혁명 시가전에 휘말렸으나 당시의 소동에 개의치 않고 시골로 떠나 그곳에서 피아노 없이 〈고전〉 교향곡을 작곡하여 그해 9월 완성하게 된다.

1917년은 그에게 매우 생산적인 해이기도 했다. 그는 이 곡 외에도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피아노소나타 제3번과 제4번, 등을 완성했고,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작곡을 스케치할 정도로 매우 왕성한 창작열을 보였다. 

이 작품은 프로코피예프가 던진 `하이든의 현대성'에 대한 질문이자 고전과 현대의 빛나는 융합의 결실이며 신고전주의 음악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었다. 그는 이것을 이 작품이 하이든 작품과 같이 비교적 단순한 일에 있어서 위험하지만 시도해 볼 만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그의 일기장을 보면 그의 작곡방식에 매우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1917년 여름, 칸트를 읽고 엄청난 양의 작품 활동을 하며 페트로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혼자 보냈다. 나는 피아노 없이 작곡하려고 피아노 앞에 앉지 않았다. 사실 그전까지 난 항상 피아노로 작곡했지만, 피아노로 작곡하지 않을 때 더 좋은 주제를 작곡하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 없이 구상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분명한 색채감을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였던 그는 항상 피아노로 작곡했던 습관을 버리면서 고전적인 음악어법과 하이든 시대의 오케스트레이션에 좀 더 깊이 집중하게 되었고 마침내 하이든이 흡족했을만한 `현대적인 고전교향곡'을 완성하여 페트로그라드에서 초연하게 된다. 

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프로코피예프는 “모차르트와 하이든이 대변하는 고전주의를 현대음악에 적용시키는 나의 뻔뻔스러움에 보수주의자들이 던질 비난을 예견하지만, 대중이 유쾌한 작품을 들으며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분명 박수를 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듬해 작곡가의 지휘 아래 이 곡이 초연되었을 때, 그의 말대로 이 작품은 발표 후 대중들의 호응을 받았다.

고전적인 음악어법을 따른 교향곡인 만큼 오케스트라 편성도 소규모이고 간결하면서 악절구조 역시 명확하다. 시작의 경쾌한 느낌과 끝 악장의 우아한 발랄함을 볼 때 모차르트의 영향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주제가 본래의 조성을 되찾기 전 관계조로 넘나드는 신선함이 엿보이면서 엉뚱한 화음이 갑자기 등장하거나 전조가 나타나곤 해서 풍자적인 느낌을 준다. 이러한 요소들이 이 교향곡의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면모를 드러나게 만들고 있다. 이는 프로코피예프의 특징적 작법이며 특히 제1악장과 제3악장의 두 번째 주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프로코피예프가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준 급진적인 작풍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개성적이면서도 간소하고 서정적인 작품으로 신고전주의의 선구를 이루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고전적인 교향곡답게 확신에 찬 어조로 바이올린에 의해 제1주제가 연주되고 이어 플루트가 제2주제를 연주하면서 아름답게 시작되지만 갑자기 변조하며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교향곡 첫 부분의 고전적인 기대를 뒤엎는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제2악장 Larghetto 론도형식으로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율과 고전적이면서 기품 있는 우아한 2개의 악상이 대조를 이루면서 뽐내고 있다.

△제3악장 Gavotta: Non troppo allegro 일반적으로 고전작품에서는 미뉴에트를 사용하지만 여기에선 전통적인 가보트의 선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중간에 예상을 깨는 화성진행과 갑작스런 악센트로 옛 춤곡을 현대풍으로 재해석하는 위트와 유머가 넘치고 있다.

△제4악장 Finale: Molto vivace 매우 빠른 템포로 현악기에 의해 제1주제가 전개되고 목관에 의해 제2주제가 화려한 기교를 뽐내며 연주하며 활기차면서도 우아한 정취로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1)
△제나디 로제스트벤스키(지휘), 모스크바 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Melodiya, 1968)
△리카르도 무티(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Philips, 1991)
△제임스 레바인(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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