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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장곡사
칠갑산 장곡사
  • 의사신문
  • 승인 2010.02.0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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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 이정균 원장
칠갑산! 철따라 옷 갈아입는 산, 웅장한 산세, 수려한 경관, 울창한 숲, 산은 충남의 중앙에 위치해있고 해발 561m, 전문 `산사람'들은 뒷동산 수준의 높지 않은 산이다. 푸른 볕이 드는 땅, `청양(靑陽)'은 굽이굽이 돌아드는 아흔아홉 고개라고 불릴 만큼 골짜기가 많아 충청남도에서 가장 깊은 산골로 여겨져 왔다. 열악했던 교통여건, 고원지대 그리고 그 지리적 특성은 `오지'로 분류되었다.

만물생성의 7대 근원 `칠(七)'자와 `싹이 난다'의 `갑(甲)'자의 칠갑산은 생명의 발원지로 경칭을 얻고 있다. 그 산세는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라 칠갑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로 구전되지만, 아흔아홉 골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장곡사(長谷寺)터는, 충청남도에서 가장 좋은 명당자리로 일컬어지고 있다. 꼬불꼬불 산길을 돌고 돌아 겨우 찾아 들어 갈 수 있는 장곡사는 깊은 산자락 덕분에 천년세월 모진 풍파와 전화(戰禍)까지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하기야 우리들이 `골로 갔다'면 `죽었다'는 말뜻이 되는데 그 옛날엔 깊은 산의 `골짜기'로 들어갔다면 살아나오기 어려워 생긴 말이라고 하니… 좁은 길 넓히고 터널을 뚫어 길 바로 잡아 고속화도로가 많이 생겨났지만 한티(큰 고개)대치터널이 뚫리면서 교통문제가 해결되었고 가수 주병선의 `칠갑산' 덕택에 일반인들에게 더욱 친숙해지지 않았겠는가. 일곱 가지 버전으로 부르는 `콩밭 매는 아낙네'는 심금을 울린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 무슨 설음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산행기점 한티고개는 이제 옛날 맛이 없어졌다. 등산로는 수많은 골짜기 따라, 불가사리처럼 뻗어 내렸다. 서울시 의사 산악회원 211명은 `칠갑칠로(七甲七路)' 일곱 개 등산로 중에서 산장로(山莊路)와 사찰로(寺刹路)를 따라 2010년 시산제(始山祭)에 참석하였다. 장곡사는 칠갑산 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조계종 제 6교구 교구본사인 마곡사의 말사(末寺)다. 장곡사는 850년 통일신라 문성왕 12년에 보조선사(普照禪師)가 창건했다.(장곡사설명판) 이기영(李箕永)의 `명찰(名刹)'에는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창건했다고 쓰여 있고, 우리의 일간신문들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고 전하고 있다.

장곡사 가람배치의 가장 큰 특징은 대웅전이 두 채가 있다는 점이다. 대웅전이 둘인 곳은 우리나라에서 장곡사 밖에 없다. 상대웅전은 가파른 언덕위에 동남향, 하대웅전은 서남향으로 앉아 있고, 오십 계단을 사이에 두고 상하언덕에 나뉘어 있는 특이한 절 풍경이다. 천년 고찰이나 요란함을 찾을 수 없고, 천년을 하루처럼 조용히 지켜온 가람으로도 유명하다. 칠갑산 수많은 산줄기와 골짜기, 아코데온 건반을 연상케하며, 여인의 주름치마의 중간 폭처럼 화사한 곳에 장곡사가 자리하고 있다.

장곡사의 두 채 대웅전은 건축사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상대웅전은 고려시대의 기둥과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문전석(有文轉石)이 남아있어 역사적 의의가 큰 건물이다. 상대웅전 바닥은 나무가 아니라 벽돌이다. 법당에 벽돌이나 돌이 깔린 예는 다른 사찰에서도 볼 수 있다. 봉정사 극락전, 화엄사 각황전, 부석사 무량수전이 그렇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아미타여래가 사는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유리바닥대신 돌을 깔았다 하지만 장곡사의 법당에 돌을 깐 이유는 명확치 않다는 설명이다. 상대웅전은 바로 옆에 약수터가 있어서 수맥(水脈)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만이 있을 뿐이다.

통일신라시대의 바닥과 14세기 양식을 한 배흘림기둥 그리고 다포집이면서도 맞배지붕을 했으며, 공포위의 것들은 1777년 이후의 건축 방법을 택하여, 건물 안에서 수백 년 세월을 만나는 건물이다. 보물 제 62호인 이 법당 안에는 한 점의 국보와 한 점의 보물이 들어있다. 법당 안 가장 오른쪽에는 국보 제58호인 철조약사여래 좌상부석조대좌(鐵造藥師如來 坐像附石造臺座), 철조약사여래좌상 옆 법당 가운데 불상은 보물 제174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부석조대좌(鐵造毘盧遮那佛座像附石造臺座)가 있다. 상대웅전 오른쪽에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나한들을 모신 응진전이 있다.

하대웅전은 보물 제181호다. 조선중기의 건물이다. 다포계이나 맞배지붕을 얹은 임진왜란 이후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법당 전면에 금동약사여래좌상(金銅藥師如來坐像)이 있다. 이 불상은 고려 충묵왕 2년(1346년)에 조성된 고려시대 불상이다. 하대웅전 맞은편엔 운학루(雲鶴樓)가 있고 양옆에는 요사채와 종무소가 있다. 운학루엔 약사여래범종이 매달려 있고 왼쪽에는 신라시대 이 절에 있던 한 스님이 국난에 대비, 위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코끼리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구전되고 있는 큰 북이 있다. 범종 오른쪽에는 신라시대로부터 내려오고 있다는 통나무 그릇이 있다. 길이 7m에 이르는 통나무 그릇은 대중 스님들에게 공양할 밥을 퍼 담던 그릇이라 하는데, 그릇 크기에 감탄하면서 그 옛날 사찰의 규모를 짐작해보게 만든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큰 통나무 그릇이 싸리나무라니…

작지만 기품 있는 장곡사는 칠갑산의 기(氣)가 가장 활발한 곳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600년 느티나무는 긴 세월의 무게를 더하고 빨∼간 고추, 빨간 구기자, 고운빛깔 강한 맛, 뛰어난 약효, `전국최고'의 고장 그곳 장곡사에서는 꽁꽁 언 곶감, 구기자차가 유명하다는데, 선물을 받는다면 동장군(冬將軍) 물러난 봄날 같은 시산제 날은 더 따뜻한 겨울이 되었을 터인데…

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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