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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차이콥스키 〈만프레드〉 교향곡 작품번호 58
표트르 차이콥스키 〈만프레드〉 교향곡 작품번호 58
  • 의사신문
  • 승인 2017.02.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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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85〉

■차이콥스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듯 바이런적인 만프레드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제1번 〈겨울날의 몽상〉에서 제6번 〈비창〉에 이르는 여섯 편의 교향곡 외에 표제 교향곡을 하나 더 남겼다. 교향곡 제4번과 제5번 사이에 해당하는 시기인1885년에 나온 바로 〈만프레드〉 교향곡이다. 

1867년 러시아를 방문한 베를리오즈는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극시에 기초하여 작곡한 〈이탈리아의 해럴드〉를 지휘하였는데, 당시 공연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인들은 바이런에 대해 열광하였다. 당시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이론적 지원자였던 스타소프가 3막 10장에 달하는 장편극시 「만프레드」를 각색한 대본을 5인조의 리더 발라키레프에게 보냈고, 발라키레프는 대본을 베를리오즈에게 보내면서 새로운 표제 교향곡의 작곡을 제안했다.

그러나 고령이었던 베를리오즈는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고 그 대본은 발라키레프의 서재에 오랫동안 잠들게 된다. 10여 년이 흘러 1880년 차이콥스키가 발라키레프의 제안으로 작곡된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출판 초판 악보를 발라키레프에게 선물하자 이에 대한 답례로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서재에서 잠들어 있던 대본을 꺼내어 〈만프레드〉 교향곡을 제안하게 된다. 차이콥스키는 베를리오즈 작품과 너무 유사하여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거절하였지만 끈질긴 발라키레프의 권유와 설득에 차츰 마음을 돌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 당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차이콥스키는 이 대본을 받은 후에도 작곡의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다가 스위스를 여행하는 동안 `만프레드'를 다시 읽으면서 주인공 `만프레드'라는 인물에 심취하게 된다.
만프레드는 외면은 무모하고 난폭하지만 내면은 온화하고 섬세하며 과거를 회상할 때는 죄의식과 우울함에 사로잡히는 전형적인 `바이런적인 주인공'이다.

차이콥스키는 인생과 세상에 대한 회의와 번민에 빠져서 일체의 지식과 신앙을 부정하고 마법을 배워 알프스에 칩거하다가 목숨을 끊으려는 만프레드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그 내용에 깊이 빠져 들게 되고 창작의 불씨를 지폈다. 귀국 후 대본을 자기 나름대로 수정하면서 작곡에 착수하였고 1885년 완성하여 1886년 3월 모스크바에서 초연하였다. 완성 직후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최고 작품 가운데 하나'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생각이 바뀌어 제1악장만 제외하고 모두 파기해버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세 알프스 산의 성주 만프레드는 지식과 신앙을 겸비한 인물이었지만 어느 날 세상에 권태를 느끼면서 `회의의 지옥'에 떨어져 알프스의 정령으로부터 마술을 배우지만 그것으로도 구원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했다. 죽을 곳을 찾아 헤매던 중 알프스의 신 `아라마네스'의 궁에 이르고 여신 네메시스를 만나 그녀의 신통력으로 과거 자신이 배신을 한 사랑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여인 `아스탈테'의 영혼과 해후한다. 만프레드는 그녀에게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을 간청하지만 곧 죽음이 온다는 예언을 듣게 되자 그는 욕설과 조소를 쏟아내며 지옥에 떨어지고 만다. 

△제1악장 Lento lugubre-Moderato con moto 고뇌에 빠져 알프스 산 속을 방황하는 만프레드의 모습을 그린 장엄하고 비극적인 악장이다. 서두 목관의 저음으로 제시되면서 만프레드 주제 선율이 나타난다. 안단테에서는 만프레드에게 버림받은 여인 아스탈테의 주제가 나온다.

△제2악장 Vivace con spirito 알프스의 정렬령이 만프레드 앞에 나타나는 악장으로 처음에 정령들이 난무하는 듯한 분위기와 폭포의 물보라가 무지개를 만드는 장면이 경쾌하고 다채로운 선율로 그려지고 우안아한 선율이 굽이치듯 여신 네메시스의 힘으로 아스탈테의 환영이 나타난다. 

△제3악장 Andante con moto 알프스인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그린 느린 악장으로 시칠리아노풍의 파스토랄, 사냥꾼들과 농부들의 춤이 등장하며 밝고 한가로운 모습이 만프레드의 어둡고 격렬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제4악장 Allegro con fuoco 알프스의 신 아라마네스의 지하궁전에서 펼쳐지는 향연을 그린 악장이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떠올리게 한다. 온갖 요괴들과 괴물들이 광란의 춤을 추며 요란하고 격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도중 만프레드는 아스탈테의 망령과 마주한다. 그는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자 그녀는 그의 죽음을 예고한다. 마침내 `진노의 날' 선율이 울려 퍼지고 만프레드는 조용히 최후를 맞는다.

■들을 만한 음반
△미하일 플레트네프(지휘),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DG, 1996)
△로린 마젤(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71)
△마리스 얀손스(지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handos, 1986)
△리카르도 무티(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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