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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의 100% 급여화, 가능할까?
비급여의 100% 급여화, 가능할까?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2.1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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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 개최…'혼합진료금지제도' "전제해야 vs 일본과 상황 달라" 찬반 엇갈려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으로 100% 진료가 가능한 모델병원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 100% 적용 의료비 걱정 없는 병원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기형적으로 비대한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제에 나선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비급여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운영으로 그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영역에서 발생하는 비급여 부분은 약 11조원으로 추정되며 비급여 발생 유형 중 비급여 행위 항목과 기준초과 비급여가 54.6%를 차지하고 있어 급여로 전환할 경우 최대 6조원의 가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지역거점 의료원 등을 중심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포괄수가제를 활용하거나 진료비 총액 계약을 기반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해보자”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찬성한다”면서도 “비급여 항목 중에 경제성, 효과성이 없어 급여화되지 못한 부분과 MRI처럼 필수 의료서비스 항목이지만 재정 부담으로 지연된 부분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준초과 비급여 부분에 있어 전문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임상진료지침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예외적인 환자 사례가 존재한다”며 “환자 개인 모두의 기록을 뒤져서 진료비를 삭감할 게 아니라 의료기관의 진료경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정 기간 동안 진료경향을 평가한 후 일정 수준 이상 급여기준에서 벗어난다면 의무 기록에 기반을 둔 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한 병원에서 3개월 이상의 보존치료 없이 시행한 척추수술 건수가 100건 중 3건이었을 때 각 건별로 삭감할 게 아니라, 이 병원 환자의 30% 이상이 지속적으로 급여 기준을 벗어날 경우 그 경향성을 평가해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우리나라는 급여 내 법정 본인부담금이 있고, 또 비급여가 있어 결국 이중으로 본인부담금을 내는 구조”라며 “비급여를 없애기보다 법정 본인부담금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보험이사는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되짚어보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적인 비급여의 급여화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실었다.

그는 “발제자인 김준현 대표는 의학적 비급여의 해소를 위해 6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거라고 했지만 추가 소요 재정은 6조원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의료 선택권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보장성 범위를 결정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혼합진료금지제도 도입에도 찬반 갈려

전문가들은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전환될 경우 횟수가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혼합진료 금지제도 도입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합진료 금지 제도는 현재 일본에서 시행 중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의에 한해서만 보험으로 적용하고 필수 의료는 보험진료로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민 대부분이 보험진료 외 비급여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제도 시행이 순조로운 상황이다.

김윤 교수는 “혼합진료금지정책 없이 보장성강화 목적 달성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비급여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정형준 정책국장 역시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비급여 철회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혼합진료 금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의사들 스스로가 전문가로서 경제성과 효과성 입증해 급여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반 환경이 즉시 도입을 어렵게 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은 "일본이 혼합진료를 금지시켜서 공공의료 기전이 향상됐다지만, 역설적으로 공공기전이 확보된 탓에 혼합진료금지가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병협 박진식 보험이사 역시 “일본의 경우 신의료기술 등의 환자 접근성을 고려해 혼합진료 금지의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급여 전환을 위해 최소 매년 3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 확보가 필요한데, 이를 보험료 인상률로 계산하면 매년 보험료를 7% 인상해야 한다”면서 “보험료를 부담하는 국민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대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필수·비필수 의료의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행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혼합진료 금지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일본과 동일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과장은 "이를 도입한 일본은 이미 의학적으로 필요한 의료행위 대부분이 급여화돼 있고, 제도 인식이나 이해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와 달리 상당히 성숙돼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도입하기 전 사회적 논의와 합의부터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실제 일본은 혼합진료로 인해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상당수 항목이 고도선진의료 또는 선정의료(선택적의료)로 지정되는 등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정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혼합진료금지 정책을 시행 전 국내 도입 가능성과, 효과, 선행 조치사항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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