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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당직 의료인 상주 안했다고 처벌 불가
대법원, 당직 의료인 상주 안했다고 처벌 불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2.1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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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에 배치 규정만 있을 뿐 수와 자격 제한 없어…죄형법정주의 위반

병원에 당직 의료인이 상주하지 않았다고 이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시행령에 당직 의료인 수와 자격에 대한 규정이 있더라도 상위법인 의료법에 이러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야간에 당직 의료인을 상주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요양병원원장 A씨에 대한 2015 도 16014 의료법 위반 상고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의료법의 위임 없이 당직의료인의 배치기준을 규정한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이 무효임을 선언하고 그 기준에 따라 기소된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은 A씨가 2014년 6월 24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병원에 당직간호사 3명만 배치하고 당직의사를 두지 않았다고 검찰이 이에 대해 “약 130명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지 않았다”면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여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유죄를 선고받아 항소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A씨 법률대리인 측은 “급박한 진료가 필요 없는 요양병원의 경우 자체 기준에 따라 당직 의료인을 배치할 수 있고, 당시 당직 의사가 병원에 없었더라도 도보 4분 거리 주거지에 있으면서 응급호출 대기상태였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은 16일 판결에서 “법률의 시행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 범위를 벗어나 그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90조에서 제41조를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만 당직의료인의 구체적인 수와 자격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대법원은 “제41조는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의료법 시행령에서는 당직 당직의료인 수와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법 제41조에 따라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는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두되, 입원환자 200명을 초과하는 200명마다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추가한 인원수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41조가 ‘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그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 등 배치기준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의료법 제90조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대상을 신설 또는 확장했다”면서 “그러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밝혔다.

A씨의 경우 이번 대법원 무죄 판결로 처벌을 면했지만 당직의료인 수와 배치기준에 대한 근거를 병원의 종류와 입원환자의 수 등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6월 2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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