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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책임성 민간 전가 정부, 정신보건법 재개정하라"정신과 vs 정부의 입장차는 여전 "준비는 덜 되었지만, 일단 시행부터"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2.16 19:15

오는 5월 말 개정된 정신보건법의 시행을 앞두고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 진단' 장치에 대해 정부가 공공 책임성을 민간의료기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16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학회와 정부 등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비자발적 입원의 경우 2주 입원 후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 입원병원과 다른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소견이 일치하면 입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명수 정신보건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명수 정신보건이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제도는 국·공립 병원과 소속 정신과 전문의 부족으로 민간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의료의 책임성을 민간에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제도적 변화를 또 다시 민간정신의료기관의 전문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박성혁 학술이사 역시 '2인 진단'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추산에 따르면 법 시행 시 연간 약 23만 건의 진단입원 건수가 발생, 주5일 기준 하루 900건을 국공립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

박 이사는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현재 국공립 소속 의사를 모두 합쳐도 14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이 환자진료·치료 이외에 1주일에 1일을 뺄 수 있다면, 주 5일 기준 28명이다. 이 인력으로 하루 900건 이상의 입원진단 건수를 책임지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도 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알고 진단 업무를 민간에 돌리기 위해서 지자체별로 공문을 돌리고 현황조사에 나섰지만, 오히려 인권 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 마치 시험을 치는 학생에게 다른 학생의 시험지를 가져다주고 채점하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민간 간의 대가성 청탁이나 담합 문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이어 정부가 진단업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학적 전문성은 물론 강제 입원에 있어 인식 구속이나 비례의 원칙, 최소 침해의 원칙 등에 대한 법적 이해가 깊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진단 의사에 대해서는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이제 갓 수련을 마친, 실전 경험이 없는 공보의에게 맡기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궁극적으로 2인의 진단이 아닌 사법부의 판단에 의한 입원으로 변경해야 인권침해 논란과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창윤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창윤 교수는 “일반적으로 진단 평가 시 2인 의사의 소견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해 입원 필요성에 대한 진단 평가의 일치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두 의사는 대등한 관계이며 어느 한 의사가 판정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단지 진단의 일치도를 높이기 위함이라면 굳이 국공립의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고, 또 이 경우 2인 의사의 소견에 반드시 외부 의사의 소견을 포함할 필요도 없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입원적합성 심사는 2인 의사의 진단 평가와 분리돼야 하는 개념"이라며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정신질환인지 평가는 의사가 하되 입원 결정은 사법적 판단으로 하는 것이 옳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계가 떠안아야 할 법적 부담 역시 커진다. 단순한 절차 위반의 경우 정신과 의사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진다. 또 입원 3일 이내 해야 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신고가 늦어져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진료의사는 진료보다 서류 작업에 신경 써야 할 형편"이라며 "입원 절차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며 단순한 절차 위반에 따른 처벌이 가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타해 위험 기준이 모호하고 강제입원 기준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을 때 진료 책임이 있는 임상의사로서 진료 부담이 크다"며 "입원적합성 심사 DB가 확보되면 심평원과 연계해 자동적으로 신고되도록 하고, 이것이 가능할 경우 의사의 신고 의무 조항 삭제 또는 3일 이내 신고를 7일 이내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국의대 인문사회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역시 “현실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실효적으로 담보해주지 못하면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규제가 쌓이고, 그 틈에서 의료인들은 인권침해의 주체로 매도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 섞인 의료계의 주장에도 정부는 준비는 덜 됐지만 일단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이번 개정안에 모두가 만족할 수 없겠지만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제도 마련에 한 발짝을 내딛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차 과장은 “사법심사를 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입장에는 찬성하지만, 행정적으로 아직 준비가 덜 된 면이 있다. 우선 법이 시행되고 인프라가 갖춰지면 심사와 관련 추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은 복지부가 마련한 정신건강종합대책 5개년 계획에 맞춰 그린 청사진에 따라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신과 전문의 인력 확보 등의 문제에 대해서 그는 “최대한 인력을 확보해서 국공립 소속 전문의들이 커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지만, 현재 국공립 병원이 전체 3%에 불과해 당장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의 전문의들에게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라며 “소송이나 폭행 등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선 기자  sundrea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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