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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단상
토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단상
  • 의사신문
  • 승인 2010.02.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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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원가절감'

자동차는 상당히 비싼 물건이다. 신차일 때는 더욱 그렇다. 몇 달치 아니면 그 이상의 급여나 수입이 차에 들어가기도 한다. 없어보면 불편함을 안다. 차를 구입하는 것은 자신의 수입이나 나이, 사회적인 위치와 역할을 고려하는 상당히 복잡한 게임이다.

메이커의 전략들은 색상이나 장치 디자인 같은 것으로 마치 사람들이 차를 꼭 사야 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사회적 분위기도 이런 충동에 기여한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 한 분이 차의 상태가 나빠지자 필자가 소개해준 공장의 사장님과 선문답을 했다.

자동차는 신차일 때 1억이 조금 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이 되지 않아 엔진오일을 많이 소비하는 차로 변했다.(필자의 20년 넘은 차들도 오일을 먹는 차는 없다) △엔진의 오버홀을 해야 합니다. △17만킬로 밖에 안 뛰었습니다. △험하게 타신 것 같고 엔진이나 미션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튼튼한 것이 아니랍니다. △17만 킬로면 많이 타신 것이고 비용은 1000만원정도 듭니다. △고민이 됩니다. △차를 바꾸시는 것은 어떨까요? △부담이 됩니다. △조금 저렴한 차는 어떨까요. △사업상 사람들의 안목이 신경이 쓰입니다.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한다) △엔진을 오버홀 하면 더 탈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더 탈 것 같다. 경기가 좋은 시기도 아니니 신차를 구입할 것 같지는 않다. 차에 대한 신뢰성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 분은 차를 오버홀하는 쪽으로 갈 것 같은데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신뢰성이 높은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더 많은 거리를 달리고 더 오래된 차들이 잘 달리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프리미엄 메이커들의 어리석을 정도의 제조품질은 언제부터인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대화의 중요하지만 생략된 키워드는 요즘은 잊어버린 단어 제조품질(Build Quality) 이라는 말이다. 1990년대까지는 중요한 용어였는데 차를 오래 타거나 안전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수치상의 성능이 비슷한 차의 가격을 2배나 그 이상이 되게 만드는 것도 제조품질과 관련된 이상한 믿음 때문이다.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만든 승용차라는 기계가 아주 복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복잡해질 수록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결정적 부속품의 품질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립이나 제어의 방법도 확실해야 하고 가급적이면 단순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의 차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차가 펌웨어처럼 복잡한 컴퓨터로 뒤덮이고, 제조단가 인하를 위해 조금씩 제조품질을 깍았다. 그리고 단순화는 다른 복잡한 사정에 의해 들어주기 어려운 요청이 되고 말았다. 사태가 이 정도가 되면 문제발생을 예약하는 셈이다.

이번에 토요타의 리콜 같은 문제는 수면 속에서 들어 나기를 기다리던 문제다. 운전자와 탑승자가 사망한 사건의 은폐로도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토요타의 리콜 댓수는 200만대 정도 의심되는 차들에 대한 조치로 시작하여 점차 늘어나 지난해 전세계 판매량인 698만대를 넘어서는 760만대 이상이 가속페달 결함으로 리콜 또는 자율 수리에 들어갔거나 들어가게 된다. 비슷한 문제들은 그 이전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바로 다음날 혼다는 소형차종 재즈에 대해 70만대 가까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신문은 “과거 10년간 외국 진출을 가속화해 온 일본 메이커에 품질 유지와 비용 절감의 양립이 절실한 과제가 됐다”며 “인명과 직결되는 자동차라는 상품에서는 품질 유지는 최저 요건이며, 특히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에게 불안을 주지 않도록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자동차업계 내에서는 이런 비용절감과 부품공통화가 지난 2005년 사장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토요타자동차를 총지휘한 와타나베 가쓰아키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짜고 또 짜내는 방식'으로 제품 원가 절감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사장에 오른 그는 취임 이후에도 부품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했다.

하지만 부품 공통화와 현지화를 통한 원가 절감은 가격 경쟁력 강화로 판매 증가로 이어지면서 토요타를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로 올려놓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는 결국 제품결함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를 두고 `와타나베의 저주'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그런데 원가 절감 노력은 거의 모든 메이커에서 일어난 현상이라 와타나베의 저주 비슷한 것은 앞으로도 어느 차종이나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차들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시사기획 쌈의 `국산차 대해부'를 본 사람들이라면 정이 똑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메이커로부터 고발당한 일도 없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의 팩트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일종의 공포물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차의 원가를 줄이기 위해 힘없는 납품업체들은 무엇인가를 계속 생략하는 것이다. 몇 백원짜리 도금을 하지 않으면 워터펌프가 녹이 슬고 연료펌프에 코팅을 하지 않으면 수명이 줄어든다.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수리비를 내거나 안전을 위협받는다. 그러면서 내장재나 장치들은 계속 사치스러워진다. 차라리 반대인 편이 낫지 않겠는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원가절감이라는 유행과 같은 이상한 명목으로 어디서나 계속 일어나던 것이다. 앞으로 누가 또 타겟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이번 사태가 타산지석이 되어 메이커들이 이런 이상한 경쟁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모는 차가 고장이 나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차가 고장이 나도 도로에서는 위험한 일이다. 누군가는 다치게 된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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