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의 레이스 `무사 완주'…내년에 `다시 도전'
설원의 레이스 `무사 완주'…내년에 `다시 도전'
  • 의사신문
  • 승인 2017.02.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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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 참가기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지난 1월18일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 리조트에선 이색 스키대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2017 우의와 나눔을 위한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썰매는 스키를 뜻하는 우리말)가 스키클럽 OPAS 주최로 열렸다. 

출전 자격은 이름에서 보듯이 60세 이상의 남녀 스키어로 한정되어 있었다.
남자는 만 나이로 60∼64세, 65∼69세, 70세 이상의 세그룹으로 나뉘고 여성은 60세 이상 한그룹으로 나뉘어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방식은 약 400미터 거리에 기문을 12내지 16개 설치하며 난이도는 중하급으로 하여 노인들의 사고를 미리 막아보자는 의도로 기획되어 있었다. OPAS는 `Old People with Active Skiing'의 약자로,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자면 `스키에 미친 노인네 모임'이라는 말이 적합할 것 같다.

OPAS에서 내건 대회 안내문에 의하면 세상에 오르는 것만 배우고 오르려고만 기를 쓰지, 내림의 교육은 전무하나 오직 Alpine Skiing 만이 하강기술을 배움으로써 인생의 하강길에 들어선 60대 노인들에겐 최적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이 대회 수익금으로 장애인들을 도움으로써 일석이조의 뜻을 이룰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참석을 해달라고 선전을 해 놓았다.

썰매타기대회 참가자 전체 기념촬영

더욱 더 대회 참가를 주저하지 않은 이유는, 대회실무를 순천향의대 정형외과교실의 신병준 교수가 총괄하고 계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신청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워낙 도전을 즐기므로… 주위의 고교 동창을 부추겨 3명이 참가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racing 경험이 전혀없는 상태에서 참석이 만만치는 않았다.

내 스키경력을 따지자면, 뭐 경력이라고 까지 말할 것도 없지만 1987년경 길건너 개원을 같이 하시던 박광수 원장님(전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을 따라 야간에 양지스키장(현 파인리조트)을 구경한 것이 시초가 된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스키인구가 많지 않았고 모든 비용이 만만치 않아 조심스러울 때였지만 스키 레슨도 받으며 나름대로 스키실력 향상을 위해 애쓰곤 했다. 그래봐야 시즌이 짧고 스키 동료가 마땅치 않으니 실력이 답보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서윤석 고문의 활주 모습

아이들이 자라며 온 가족이 스키장엘 다녔는데 중고생이 되자 열기는 식고 나혼자만 매년 몇 번씩 양지에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그러나 야간에 스키장엘 가면 공기 탓인지 눈이 밝아져 돌아오며 겨울 운동의 중요성을 점점 느끼고는 있었다. 그래도 매년 스키장엔 빼놓지 않고 다녔다. 연륜이 쌓일수록 실력이 나아져야 하는데 그저 그타령이었다. 2006년 서초구의사회 테니스 멤버중에서 스키동호회(회장·고석주)를 창설하여 몇 번 스키장엘 다니며 실력을 다졌으나 크게 진화되지는 못했다. 

최근 평창에 2018년 동계올림픽의 개최가 확정되고 나서, 알프스 등산 때문에 프랑스나 스위스에 가게 되면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관심이 높았다. 눈(snow)의 질이 어떠냐? 관계시설이 잘 지어지고 있느냐? 서울에서 평창까지 몇시간이나 걸리냐? 등 초대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샤모니의 프랑스인들은 특히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다. 필자도 어떠한 관심을 가져야 되나를 고심하던 중, 2013년 겨울 횡계에 노르딕스키학교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횡계로 향했다. 알파인 스키의 부상위험으로 스키를 꺼리는 의사산악회 후배들에게도 적극 권장할 만하고 장비도 고가가 아니고, 부츠의 탈착이 쉬어 동호회를 결성하기에 안성 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횡계에 도착하여 노르딕 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내신 강찬용 감독을 만나 1박2일 힘든 훈련을 받았다. 알펜시아 리조트의 스키점프대 주위에 조성된 동계올림픽 크로스 컨츄리 경기장에서 아마츄어가 땀을 흘리며 스키를 타니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몇 년후 이곳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2016년 1월에는 정선 가리왕산에 조성된 스키활강 경기장에서 FIS 주최로 열린 스키대회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인 스키어의 엄청난 활강속도에 놀라고 모국선수가 한명도 보이지 않아 섭섭함을 금할 수 없었다.

고국이 여름인데도 알프스에서 스키타는 외국인들을 보며 우리선수들이 실력이 뒤쳐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릴 때부터 눈과 접하고 속도감에 익숙한 그들에게 어찌 당할 수 있으랴만 그래도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10개 이상 따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울 뿐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 우리의 땅에서 노르딕스키 부분의 메달이 꼭 나오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스키대회 접수 후 레이싱하는 곳을 찾아보니 각 스키장마다 레이싱스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관심없이 지나치던 곳에 레이싱스쿨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8 평창 올림픽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회 2주전 친구들을 모아 양지리조트 레이싱스쿨에서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스키가 원래 한발로 타며 완벽한 체중 이동의 운동이긴 하나, 대단한 힘을 바깥쪽 스키에 싣지 않으면 코스를 이탈하기 십상이다. 처음 해보는 기문통과라 긴장도 되고 어설픈 자세로 활강을 하자니 나 자신이 한심해서 공연히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본경기장의 난이도는 이곳보다 덜하겠지만 올해는 완주만를 목표로 세워야겠다. DNF(did not finished)는 면해야겠기에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하였다.

은퇴 후 스키장에서 사는 Y교수와 오랜 미국 생활로 스키를 자주 접했던 H박사는 나보다 한수 위였다. 대회 5일전 곤지암스키장에서 실전 훈련이 있긴 하지만 속력과 경사로 몸이 자꾸 뒤로 쳐지니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가끔씩은 개인 레슨을 받았지만 기초가 튼튼치 못함을 느낄 수 있었다. 1월13일 진료를 펑크내고 곤지암으로 향했다. 경사도와 난이도는 양지스키장만 못했지만 자세는 여전하였다. 접수자중 약 2/3가 기문통과 연습을 하였지만 실력들이 만만치 않았다.

1월18일 아침 8시30분에 곤지암스키장에 모인 스키어들은 각각 Bib와 리프트권을 받고 출발점에 모여 대기하였고, 전주자로 고령의 전 스키국가대표를 지내신 임경순 옹이 활주를 하셨고 시각장애인이 가이더와 조를 이뤄 레이싱을 하였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paralympics)에 참가할 어린 선수들인데 힘껏 박수를 보냈다. 2회 레이싱 후 최고점을 인정하여 순위를 정한다고 한다. 여성 3인이 먼저 스타트하고 나이 순으로 18번의 Bib을 받았다. 알고있는 정형외과 선생님을 뵈었는데 스키는 역시나 정형외과선생님과 궁합이 맞는 것 같다. 총 참석인원이 48명으로 접수를 하고도 포기하신 분도 계신모양이다. 1분도 안걸린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두 번 다 기문을 무사히 통과하였고 완주를 하였다. 

점심후 시상식에서 성적이야 입상권에서 한참 뒤에 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난생 처음 행운권에 추첨되어 스키부츠를 경품으로 받았다. 18일날 Bib No.18번 주위에서 두 번의 18이 겹쳐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부러워 한다. 허나 입맛이 쓰다.

내년을 기약하며 칼을 갈아야겠다. 이제 스키 좀 탄다는 말은 입밖에 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산악스키에 도전해야겠다. 내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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