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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문화' 체험하며 인문학과 시대정신 나눠
함께 `문화' 체험하며 인문학과 시대정신 나눠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2.13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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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구의사회의 동호회를 소개합니다' 〈5〉 - 동대문구의사회 문화동호회

■이 그림은 `김홍도'의 풍속도 8첩 병풍 중 `기방쟁웅'이라는 그림입니다. 그림을 보시면, 기생이 호객하는 장면과 난동부리는 취객을 포졸에게 인계하며 멱살을 잡고 강짜를 부리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와 노파가 호객행위를 하는 기생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진 속 집안을 들여다보면, 곰방대를 물고 거들먹거리는 젊은이가 행랑채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비키라고 시비를 걸며 곰방대 끝에 재떨이 통을 매달아 환경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베르디 오페라-가면무도회'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암살 사건을 극대화 한 작품입니다. 당시 이태리 사회 분위기로는 선정할 수 없는 주제로, 공연한 작품입니다. 터키 출신 테너 마시밀리아노 파사피아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감명된 후 여 주인공 아멜리아 보다 더 아름다운 오스카의 리릭 소프라노 강혜정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푹 젖었습니다.

동대문구의사회 문화동호회 성호 회장이 `기방쟁웅'과 `가면무도회'에 대해 회원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이다. 문화동호회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같은 일상의 연속인 동대문구의사회 의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동대문구의사회 문화동호회는 정서가 메마르고 일상에 지친 의료인들에게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문화동호회는 △미술전시회 △유물전시회 △문화 유적 탐사 △음악회 △오페라 △영화 등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문화동호회는 지난 2005년 창립됐지만 그동안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2015년 2월 성호 회장이 취임하면서 동호회가 활성화가 됐고, 지금은 동대문구의사회를 대표하는 동호회로 꼽히고 있다. 동호회는 25명 정도의 회원이 함께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삶을 살면서 1년에 전시회나 음악회, 하물며 쉽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를 얼마나 보고 살까. 최근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16년 국민들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78.3%로 2014년 71.3%에 비해 증가했다. 
분야별로는 영화 관람률이 73.3%로 가장 높았으며 대중음악/연예 14.6%, 연극 13.0%, 미술전시회 12.8%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예술 관람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영화의 경우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전시회나 유적탐사 등은 `어렵고, 잘 모른다'는 이유로 쉽게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만나면 골프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전시회를 찾을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의사들에게 문화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이다. 

동대문구의사회 문화동호회에는 `문화'에 관심은 있는데 `혼자' 즐기기 보다는 `함께'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특히 문화동호회는 회원들이 모여 전시회와 음악회 등을 스치듯 구경한 뒤 이야기 하거나 저녁 먹고 헤어지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다.

문화동호회는 △작품을 이해하고 △즐기고 △전시회를 보는 눈과 생각 방법 등을 알고 △숨은 그림을 찾고 △역사를 배우고 △시대를 이해하고 느끼며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배우며 즐긴다. 

문화동호회의 이 같은 특성은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성호 회장의 특별한 `문화사랑' 덕분이다. 서울위생병원에서 보직까지 역임한 뒤 정년퇴임 후 개원한 성호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틈만 나면 미술, 오페라, 뮤지컬, 전시회 등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그림의 역사나 종류' 등 그림에 대해 독학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그림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닌 그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개원 후 동대문구의사회 문화동호회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동호회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성 회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문화'의 지식을 회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좋은 전시회나 음악회가 열리거나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회원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화동호회는 1년에 약 6번 정도 모이고 있으며 전시회, 영화 등 행사에 따라 모이는 회원 수는 달라진다.

 

“더 많은 회원들과 문화·예술 나누고파”
 미술·음악 작품에 대한 이해 높여주는 큐레이터 역할 보람

성호 동대문구의사회 문화동호회장

“예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도 됩니다. 문화를 즐길 준비가 되셨다면 성호 큐레이터가 전해주는 그림이나 유물 전시회 그리고 음악과 오페라 공연을 함께 하시겠습니까.”

동대문구의사회 문화동호회 성호 회장의 말이다. 조선미술 전시회를 주로 찾는다는 성호 회장은 조선미술사를 공부했다. 그는 미술에 관심도 있었지만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즐길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싶었다. 

그는 책을 통해 그리고 풍속화, 산수화, 도자기, 청자·백자 등 전시회를 다니며 보고 공부했다. 그 결과 성 회장은 동호회 회원들과 전시회나 유적지를 갈 때마다 큐레이터 역할을 도맡는다. 

성 회장은 “그림이나 음악 등은 보고 듣는다고 다 알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회원들이 그림과 음악을 보고 듣는 방법을 알려주며 작품에 대한 안목과 식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흔히, 전시회나 유적지를 관람할 때 전문가가 아니면 한번 쓱 보고 지나가기 마련이다. 전시회를 다녀왔어도 그 그림에 대한 인식 등이 제대로 남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성 회장은 문화에 대한 안목이 회원들보다 조금 앞서있을 뿐이다. 그는 혼자 알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 그의 지식을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전시물의 중요 포인트를 짚어주는 한편 왜 좋은지 등 전시물이나 그림을 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인식되도록 전달하고 있다. 

성 회장은 “나도 조선미술사나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초보시절, 전시회나 음악회를 다녀오면 '다녀온 것으로 끝'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무엇을 보고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해하지 못한 그림이나 음악은 기억으로 남기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림은 보는 방법에 따라 재미가 붙는다. 사람들은 한국화가 어렵다고 하지만 사물을 보는 눈, 그림에 대한 생각, 방법 등이 모두 다르다. 이 방법을 이해하면 그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그림은 감상하는 사람과 조용하게 마음의 대화를 하려는 정신이 담겨있다. 화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것도 매력이고 숨은 그림 찾기도 재미로 다가온다. 
문화동호회는 전시회와 영화는 물론 1년에 한 두 차례는 오페라와 단풍구경도 다녀온다. 성 회장은 문화동호회 2016년 결산서를 통해 “지난해 11월은 막 단풍이 지려하는 아쉬움을 마지막으로 느끼기 위해 비원을 찾았다. 옛날 나라님이 거닐던 길을 걸으며 같은 가을의 숨결에 취하고자 나섰다. 짙은 가을의 채색은 '어찌 이런 현실을 잊고 지냈나'하는 감탄하며 경치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왔다”는 글을 남겼다. 

문화동호회는 회원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을 글로 남기고 있다. 한해 결산서로 작성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창구인 `밴드-동대문구의사회 문화동호회'를 통해 함께 한 시간들을 남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호 회장은 문화동호회 회원들이 눈과 귀로 `문화'를 함께 즐기기 위해 자신이 다녀온 전시회, 박물관 음악회 등을 소개하고 특히 `조선미술사'의 경우 그림의 역사와 그려진 배경 등의 내용을 세세히 적어 진료실에서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성 회장은 “우리 의사들은 많이 메말라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풍경, 전시회들이 널려있다. 이런 것들을 쉽게 접하고 느끼며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맑은 하늘 한 번, 4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는 우리들의 삶이 조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편, 문화동호회는 회원들은 “`인생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 가운데 그림과 음악이 있다. 아는 것보다 함께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참 즐거움'이라고 소개”하며 “동호회는 의사회 소모임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 문화를 느끼고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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