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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숨겨진 10리길 걸으면 호수가 반겨
옛 이야기 숨겨진 10리길 걸으면 호수가 반겨
  • 의사신문
  • 승인 2017.02.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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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4〉 산막이옛길

아름다운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산막이옛길

충북 괴산에 있는 산골 오지 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10리의 옛길을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공법으로 복원하여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한 고향마을 산모롱이 길이다. 아기자기한 길을 따라 펼쳐지는 숲속의 나무들과 호수의 풍경이 어우러진 멋진 자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옛이야기가 숨겨진 명소를 만나다보면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반하게 된다.

■아기자기 재미있는 이야기 명소가 숨어 있는 길

1957년에 우리의 기술로 국내 최초 준공한 괴산댐은 이지역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댐 주변은 아직도 훼손되지 않은 자연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아주 가치 있는 곳이다. 나무데크로 안전하게 만들어진 산책로는 10리 길로 약 4km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26개의 명소가 있어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오르니 안내소와 큰 바위에 새겨진 기념비가 눈에 들어온다. 옛길의 시작은 사랑의 징표인 연리지이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서로 합쳐져서 만들어진 연리지 앞에서 지극 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진단다. 다음은 이곳의 명물인 소나무 출렁다리이다. 소나무 숲에 나무 사이사이로 길게 출렁다리를 만들어 짜릿하게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징검다리처럼 나무판이 서로 떨어져 있어 더욱 흥미 만점이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정사목으로 향한다. 두 소나무가 만들어낸 작품을 보고 위대한 자연의 신비에 감탄한다.

여우비 바위굴 앞에서 어린 형제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형이 동생에게 여름철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인 여우비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해 준다. 동생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호수를 감상하며 걷다보니 스핑크스 바위와 옷벗은 미녀참나무가 반긴다. 미녀 참나무의 엉덩이는 지나는 사람들의 사랑스런 손길로 반들반들하다. 잘 지어진 정자 앞에 나무에서 졸졸졸 흘러나오는 앉은뱅이 약수터다. 성경 말씀처럼 앉은뱅이를 걷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치료 효험이 있는 약수다.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는 얼음 바람골을 지나 중간지점인 호수 전망대에 다다른다.

■멋진 호수와 전망대가 어우러진 고향 마을 가는 길
한자어 뫼산(山)자를 연상시키는 괴산바위를 지나니 호수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는 고공전망대이다. 깍아지른 듯한 40m 절벽 위에 세워진 망루로 바닥이 유리면이라 지상낙원 속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다. 하얀 호수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사진에 남기고 우리 부부의 추억도 사진으로 담아본다. 옛길 중에 가장 높은 40계단을 오르는 마흔고개를 넘으며 낙엽이 수북이 쌓인 바위 절경을 감상한다.

다래나무 덩굴로 만들어진 다래숲 동굴을 지나니 진달래 동산이다. 아직은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진달래들이 간절히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길 양편으로는 바위에 그려진 예쁜 시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재들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가재연못에는 소원을 빌며 던져진 동전들이 가득하다. 얼어붙은 물레방아 옆에서는 떡메 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시장한 터에 이곳에서 방금 만들어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절미로 요기를 해본다.

산막이 나루터를 지나 호수 위에 연꽃바위와 거북바위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나눈다. 소달구지 길을 따라 여정의 종점인 노수신적소인 수월정으로 간다. 옛날 선비 한분이 한적한 이곳에서 풍월을 음미하는 모습이 상상 속으로 떠오른다. 빠른 속도로 온 길을 되짚으며 돌아가니 시간이 반 밖에 안 걸린다. 괴산의 맛거리 중에 하나인 올갱이 해장국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오늘의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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