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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과 어우러진 주상절리대의 무등에 빠지다
능선과 어우러진 주상절리대의 무등에 빠지다
  • 의사신문
  • 승인 2017.02.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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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무등산을 다녀와서
문상은 서초 문상은·김정애피부과의원

올해 첫 산행으로 지난 1월 8일 국립공원 무등산을 다녀왔다. 젊은 시절 무등산 끝자락이 내려앉은 곳에서 공중보건의 3년을 보내며 작은 아쉬움과 설레임을 가졌었는데 이번 산행에서 소중하게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산행은 원효사 입구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 증심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계획되어 있어 전날 내려가서 일박하고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1월 7일 토요일 저녁 기차편을 이용하여 각자가 편리한 곳에서 광주로 출발하여 저녁 식사 장소로 모이기로 하였다. 큰상에 차려진 맛깔스런 음식은 오랜만에 식탐을 발동시켰고 들뜬 마음은 반주와 더불어 한없이 부풀어 올랐다.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산뜻하고 예쁜 한옥집의 모습이 하룻밤만 자도 모든 피로를 싹 풀어줄 듯하였다. 짐을 내려놓고 전야제로 숙소 근처 산뜻하게 보이는 맥주집으로 다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술잔과 함께 주인장이 불러주는 노래는 우리를 즐겁게 만들었다. 운이 좋게도 대금 연주까지도 들을 수 있었는데 아 이곳이 바로 예술의 고향 광주로구나 싶었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치니 7시 반경에 서울에서 새벽기차로 내려온 일행을 태우고 커다란 버스가 숙소로 왔다. 꼬불꼬불 산중 도로를 타고 출발지인 원효사 지구로 갔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도로가 촉촉해 보였다. 조금은 걱정스럽게 동녘을 보니 불그스레해지며 해가 떠오르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원효주차장에 내리니 1월의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고 봄날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출발 인증 사진을 함께 모여 찍었다.

8시가 조금 넘어서며 “이제 시작이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꼬막재를 가리키는 이정표 방향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촉촉하게 젖은 길바닥은 푹신하고 원효계곡의 물소리는 힘내라는 응원 소리를 들려준다. 춥기보다는 상쾌함이 더 어울리는 아침 공기, 신선한 무등산의 공기이다. 심호흡을 하며 가슴깊이 공기를 담아 본다. 조금씩 거친 숨소리가 나면서 40여분 만에 꼬막재에 도착하여 휴식을 가진다. 고개길이 그리 높지 않고 나지막하여 꼬막재라고 불렀다하며 꼬막처럼 생긴 작고 앙증맞은 자갈들이 많이 있어 꼬막재라 부르기도 했단다.

규봉암 방면으로 발걸음을 내닫고 있는데 길 앞에 움직이는 무언가가 눈에 띈다. 두 마리인가 세 마리인가. 오소리 같기도 하기도 삵처럼 보이기도 한다. 순식간에 사라지며 환영의 인사를 건네주는 듯하다. 산행길 옆으로 바래버린 억새가 나오나 싶더니 평탄한 억새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이 억새평전이구나. 억새평전과 함께 신선대를 알리는 이정표를 보고 잠시 신선대로 향한다.

얼마가지 않아 신선대가 보이며 옆으로 넓고 나지막하게 깔린 산사이의 안개와 구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선대는 입석대, 서석대처럼 주상절리대이다. 멀리서 감상하며 눈앞의 모습을 한가득 욕심껏 눈에 담아본다. 규봉암으로 향하는 길로 돌아와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간다. 구름 사이로 제 모습을 드러낸 환하게 빛나는 아침해를 마주하며 갈색의 억새밭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간다. 내 앞길에 거칠 것이 없노니… 평탄길이 이제는 다시 오름길로 바뀐다. 왼쪽으로 여전히 운해가 보이고 멀리 있는 산 정상엔 멈춰선 풍력발전소의 날개가 보인다. 

숨소리 사이로 스님의 염불 소리가 조금씩 귀가에 울리기 시작한다. 규봉암이 가까운가 보다. 자그마한 암자인 규봉암 뒤로 웅장한 주상 절리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광석대. 무등산의 주상절리 중 크기가 가장 큰 주상절리대로 규봉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광석대이다. 규봉암 앞의 작은 마당에서 휴식을 가지며 마음속으로 부처님께 오늘 산행의 안녕을 빌어본다. 

장불재 방향을 확인하며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가는 길이 온통 돌 뿐이다. 삐죽삐죽 솟고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돌들 사이로 어렵사리 발길을 놀린다. 그 돌들 사이로 힘들게 비집고 잎새가 져버린 나지막한 관목들이 솟아있다. 지도를 보니 지금 지나는 곳이 바로 지공너덜이다. 힘들구나하는데 너덜길 걷기를 보상이라도 하듯이 아름다운 곡선이 앞으로 나타난다. 완만한 선의 모습이 부드러운 백마능선이다. 

장불재에 도착하여 쉼터에 앉아 꼬마 김밥으로 홀쭉해진 배를 채운다. 무등산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다 볼 수 있다는 백마능선을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 왼편으로는 무등의 주봉인 천황봉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광주 시내가 펼쳐져 있다. 백마능선의 적당한 곳까지 간 다음 뒤돌아 서서 바라본 무등산은 일행들의 온 마음을 사로 잡는다. 완만한 곡선과 군데 군데 들어선 주상절리대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화창하게 바뀐 날씨는 환한 햇살로 무등의 모습을 생생하게 비춰준다. 화려하게 화장한 모습이 아닌 수수한 모습의 어머니이다. 오늘은 정말 축복받은 날이라며 저마다 이야기한다. 

장불재로 다시 돌아와 정비를 하고 멀리서 보았던 주상절리대인 입석대, 서석대 방면으로 올라간다. 가까이 마주한 입석대는 멋진 햇살에 반짝이며 수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구름이 갈라지며 나타난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오른 돌기둥은 아름다움을 뽐내던 신전의 기둥같기도 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오르막을 올라간다.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서석대 전망대에 서서 천황봉 정상을 바라본다. 큰 경이로움을 선사해주는 무등산에 감사를 올린다. 저녁 노을이 들 때면 서석대는 지는 햇살을 받아 수정처럼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는 하산길로 접어든다. 무등산 옛길이라는 표지판를 보며 돌계단을 내려간다. 미끄러운 길이라 긴장을 하면 내려가는데 올라오는 사람이 무척 많다. 여러 사투리가 한꺼번에 들린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산이구나를 다시 깨닫게 한다. 목교에서 장불재로 돌아와 중머리재로 향한다. 오후의 햇살은 눈을 부시게 하며 날씨는 따뜻한 봄을 연상시키지만 그늘진 곳의 얼음은 지금이 겨울임을 알려준다. 아담하고 조그만 광주천 발원지를 지나니 내리막 경사가 있던 길이 평탄해지고 용추갈림길이 나온다. 중천을 넘어가는 해와 살랑거리는 바람이 하산길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젖은 돌길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바짝 말라있고 고즈넉하고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음의 안녕은 잠시뿐이고 돌계단 길을 내려가는 발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중머리재에 도착하니 광주 시내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목을 축이고 앞서 도착한 일행과 함께 서인봉 방면으로 간다. 여태 걸었던 길과 달리 우람한 소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정상 근처는 고산지대처럼 나무가 거의 없고 내려오면서도 소나무를 보기가 어려웠는데 익숙한 소나무를 보니 하늘의 높은 곳에 잠시 머물다 지상으로 내려온 느낌이다. 새인봉 삼거리에서 증심교로 방향을 잡고 걸어간다. 멀리 보이는 새인봉을 지나니 약사암이 나오고 증심사 계곡이 시작한다.

잘 만들어진 길이 계곡물 소리와 함께 지친 다리를 위로해준다. 증심교를 거쳐 무등산 탐방안내소 앞에 다다르니 오후 3시가 가깝다. 어느덧 7시간 가까이 걸었구나. 산등성이에 걸린 해를 보며 어렵사리 찾은 주차장에 있는 버스에 오르니 “이제 다 마쳤구나”하고 성취감이 살며시 가슴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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