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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2번 C단조 작품번호 17, 〈소러시아〉
표트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2번 C단조 작품번호 17, 〈소러시아〉
  • 의사신문
  • 승인 2017.02.0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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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83〉

■러시아 민요 선율을 활용한 초기 교향곡

1856년 러시아의 패배로 막을 내린 크림 전쟁을 계기로 1860년대 러시아는 개혁에 대한 요구가 한꺼번에 분출하게 된다. 이 무렵 러시아 음악계에는 이미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던 절대음악의 정점으로서의 교향곡에 대한 욕구가 일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국민악파 5인조의 결성과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설립은 그러한 욕구의 소산이었다. 당시 안톤 루빈스타인이 세 곡의 교향곡을 발표했지만, 이 작품은 러시아 음악을 유럽음악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모방과 아류에 지나지 않았다. 

이 당시 젊은 차이콥스키는 민요 선율을 활용하는 것이 러시아 교향곡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국민악파와 마찬가지로 주제의 선율을 민요 그 자체에서 추구했지만, 완결된 내용을 가지는 기존의 민요 선율에서는 음악적 표현이 한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요의 이디엄을 활용하되 폭넓은 표현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창작 주제를 꾸준히 탐색해 나갔다. 안톤 루빈스타인을 존경하고 또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알고 새로운 길을 열어 가려는 세대에 속해 있었다.

차이콥스키는 1888년 콘스탄틴 대공에게 보낸 편지에서 교향곡의 작곡기법에서는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는 음악에 대한 형식을 파악하고 조작하는 하는 것에 대해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평생 괴로워했다. 나는 이 선천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형식에 있어 진정으로 완전한 것을 만들지 못한 채 무덤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나의 작품은 항상 군더더기로 가득한데, 유식한 사람이 보면 금방 알아채겠지만, 나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언급은 그의 음악의 근본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차이콥스키는 러시아적 센티멘털리즘의 넘쳐흐르는 선율로 섬세한 슬픈 감정으로부터 격정의 분출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음색을 통해 고전적인 형식으로 숨겨진 표제성을 연출하였다. 그렇게 교향곡에 깊이를 더해갔는데 그것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자 결함이기도 하였다.

전반기 세 곡의 교향곡 중 기교적으로 가장 앞선 교향곡 제2번은 〈소러시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소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옛 명칭이다. 차이콥스키는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학생 시절부터 종종 여름방학을 누이동생 알렉산드라의 시댁인 우크라이나 카멘카의 집에서 보내곤 했다. 이때 인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친숙해진 우크라이나의 민요를 이 작품의 제1악장과 제4악장에서 직접 사용하고 있는데 그의 친구이자 음악평론가인 니콜라이 카시킨이 `소러시아'라고 이름 붙였다.

이 작품은 1872년 10월 작곡되어 러시아음악협회 모스크바지부에 헌정되었다. 초연은 1873년 2월 모스크바 러시아음악협회 연주회에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이루어졌으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제4번 작곡을 마친 후 교향곡 제2번의 초고를 개정하여 발표했다. 그 후 두 번째 교정본에서는 전혀 새로운 제1주제를 더함으로써 양자의 대비를 근간으로 한 형식을 전 곡에 부각시켰다. 오늘날에는 주로 제2고 악보로 연주하고 있다.

△제1악장 Andante sostenuto-Allegro vivo 서주에서 호른이 러시아민요 `어머니 볼가 강을 따라 내려가며'를 우크라이나 풍으로 유연하게 연주한 후 관악으로 이어진다. 이어 현의 하강 음형과 목관을 따라간다. 활발한 제1주제가 클라리넷으로 제시되고 화려하게 싱커페이션으로 고조된다. 제2주제는 클라리넷에 이어 호른이 받은 후 절정에 이르러 조용히 끝난다.

△제2악장 Andantino marziale, quasi moderato 그의 오페라 〈운디네〉 중 결혼식 행진곡을 차용하였다. 팀파니의 연타 속에 느린 행진곡리듬 위로 클라리넷이 주제를 노래하고 바이올린이 이어진다. 목관합주로 `돌려라, 물레 잣는 내 여인이여'의 민요선율을 연주하고 코다에서 팀파니리듬이 이어지면서 이전의 주제들이 단편적으로 나오면서 사라져가듯이 조용히 끝난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molto vivace 현의 스타카토가 생동감 있게 악상을 전개한 후, 목관의 싱커페이션을 동반한 주제가 등장하고 반음계적 음형이 중심이 된다. 트리오의 요소를 혼합한 코다가 있고 마지막 목관합주에서 호른과 트럼펫으로 이어지며 강렬하게 끝을 맺는다.

△제4악장 Finale. Moderato assai-Allegro vivo 모든 악기가 서주를 노래하고 팀파니의 강타 후 조용히 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는 우크라이나의 민요 `백학'으로 여러 악기가 각종 변형과 장식으로 발전하여 팀파니가 가세하면서 절정에 이르러 마무리된다. 이어 대조적인 부드러운 제2주제가 나오고 다시 현에 의한 춤곡 풍의 연주가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제2주제는 짧게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프레스토 종결부로 이어지면서 웅장한 합주로 곡을 마친다.

■들을 만한 음반
△에브게니 스베틀라노프(지휘), USSR 연방 심포니 오케스트라(Pony Canyon, 1990)
△로린 마젤(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Philips, 1965)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지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Philips, 1979)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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