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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문제, 산부인과 의사 처벌만이 능사 아냐"
"낙태 문제, 산부인과 의사 처벌만이 능사 아냐"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1.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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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산의회, 처벌주의 보다는 근본해결 촉구…"낙태수술 중단선언 불가피"

의료계가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강한 처벌만으로는 인공임싱중절(일명 낙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낙태에 대한 처벌을 가장 강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국내 연간 낙태수술이 35만 건에 달해 낙태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처벌주의식 정책을 펴기 보다는 임신∙출산에 적절한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본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 논란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토론회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새누리당 윤종필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주관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 논란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토론회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낙태죄 처벌과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사회적 합의 및 시급한 정비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입법미비 법안으로 산부인과 의사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만 그 책임을 지우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 의사에게 처벌 위주의 책임을 떠넘기기식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며 “보다 현실적인 법률 개정방향을 모색해 의사와 여성이 더 이상 낙태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왼쪽)과 김동석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장(맨 오른쪽)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역시 “인공임신중절 통계를 보면 10만에서 40만 건으로 나오지만 확실한 숫자로 보기 어렵다. 95%는 불법으로 추산된다”면서 “사회적 공동 부담의 합의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이나 산부인과 의사에게 부담을 주는 건 가혹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낙태를 원하는 절박한 여성이 산부인과 진료실을 찾고 의사 역시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면서 “기본적으로 성교육, 피임교육이나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져야 여성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기를 산부인과 의사, 그리고 의사 단체장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처벌 강력하지만 낙태율 가장 높아

이동욱 직선제 산의회 경기지회장

이동욱 직선제 산의회 경기지회장은 “낙태에 대한 처벌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강하지만 복지부 통계를 보면 낙태율은 29.8%로 미국이나 노르웨이,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형법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 수술을 했을 때 징역형이 내려진다. 게다가 최근 복지부는 인공임심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 항목에 일방적으로 포함시켜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한 바 있다.

이 경기지회장은 “처벌 강화가 낙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닌데도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나왔다”면서 “정부가 근본 해결방안을 외면하고 의사 처벌만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 이렇게 해서는 35만 건의 낙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전면 중단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를 앞두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혼 여성 64%가 의료기관이 거부한다면 불법시술소에서 시술하겠다고 답했다”이라고 우려했다.

제대로 된 피임교육, 아기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

정호진 직선제 산의회 자문위원

30년차 산부인과 전문의인 정호진 직선제 산의회 자문위원은 “낙태를 줄이는 방법은 제대로 된 피임과 계획 임신 교육밖엔 해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직선제 산의회는 9년 전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상담을 하거나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하는 등 낙태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자문위원은 “모유수유나 여아 출산 등 규제하고 그렇게 교육을 해도 바뀌지 않았는데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됐다”면서 “의사 처벌을 앞세워 낙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묵과한 채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려는 것으로, 의사들은 낙태수술 중단 선언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불거져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낙태수술이 돈벌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의사가 협박 받는 상황도 생겨…낙태수술 중단선언 불가피

김동석 회장은 “임신중절수술에 대해 문제 제기했을 때 어느 언론에서는 돈벌이를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히려 아니다”라며 “중절수술 90% 이상이 간단한 수술이다.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게 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도덕적 의료행위 항목으로 포함된 이후 의사들이 협박 받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산의회 회원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처벌로 1개월간 면허정지가 되거나 집행유예로 면허 취소가 되면 의사들은 자기 직업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잠재적 범죄자라고 지탄 받고 의사들끼리 서로 공격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답을 주지 않는 이상 낙태수술 중단선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해법 찾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복지부는 형법이나 모자보건법, 그동안의 낙태 논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우향제 출산정책과장은 “복지부도 낙태 건수가 16만건이라는 것에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며 “여성의 건강 가족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임신 계획이나 출산 지원 등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과장에 따르면 복지부는 올해 낙태 예방을 위해 건전한 성 가치관 정립, 생명존중 분위기 조성을 비롯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그는 “올해도 역시 산부인과의사회가 학생 1만 명 이상에게 예방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며, 대학생이 주축이 되는 캠페인이나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낙태 예방 홍보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임신 중 약물복용 상담 지원 역시 매년 1만 건 이상 진행 중인데 앞으로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우 과장은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저출산대책 등 복지부도 적극적으로 고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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