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9 (금)
[인터뷰]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인터뷰]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1.23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 치료와 건강한 성장 지원”

피해 청소년 이해·소통하며 치료해줄 의료인들의 참여 절실
진료데이터 분석, 2차 질병·자살 예방 및 성매매 근절 앞장

# 7살 수준의 지적장애를 가진 A양(13세)은 가출 후 지낼 곳을 찾기 위해 `가출함, 재워줄 사람'이라는 핸드폰 어플 채팅방을 만들었다가 일주일간 6명에 달하는 성인 남성들에게 간음 및 추행을 당했다.

A양의 부모는 가출 일주일 후 A양을 찾았지만 아이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A양은 이 일이 있은 후 극도로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 하며 심각한 우울증상을 보였고 급기야 자살시도까지 했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된 A양은 설상가상으로 이 곳에서도 남성 보호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 가출 후 돈이 없고 잘 곳이 필요해 성매매를 시작한 B양은 어느 날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B양은 `혹시 매독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센터의 도움을 받아 뒤늦게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현재 성병, 에이즈, 자궁경부암 등의 의심이 있다며 큰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을 것을 권고 받은 상태다.

# 중학생 C양(15세)은 친구들과 해수욕장을 놀러갔다가 그 곳에서 만난 20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후 신체에서 이상을 느꼈다. 신체 부위에서 냄새가 나고 아팠지만 산부인과 가는 것이 망설여져 참다가 통증이 심해져 뒤늦게 병원을 방문했다. C양은 `헤르페스'라는 성병에 걸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한 번 걸리면 완치가 어렵고 출산할 때도 태아 감염 위험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에 말에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국내 가출 청소년은 한 해 평균 20만 명에 달한다. 특히 가출한 여자 청소년 7∼8명 중 1명 꼴로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호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또래 친구를 먼저 찾는 한편 가출 후 생활고를 겪으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채팅 등을 통한 성매매의 유혹에 노출되고 있다. 여자 청소년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초기 경로는 90% 이상이 불특정 다수와 무작위로 만남이 가능한 인터넷 채팅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랜덤채팅앱'으로 조사되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 공간에서는 365일 24시간 쉴새없이 성매매 시도가 이뤄진다. 

더욱이 가출 등으로 광범위한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아동청소년들은 임신과 낙태, 성병 감염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박은철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 7.3%가 성병에 걸린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서도 매독, 임질 등 성병에 걸린 환자 중 10대 환자는 1만 187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출 청소년들은 색안경을 끼고 자신들을 보는 사회 곳곳의 눈초리 때문에 의료기관을 방문하기를 꺼리다가 질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가출 청소년들은 수치스럽거나 무섭다는 이유로 산부인과(46.8%)나 정신과(27.6%) 치료를 가장 꺼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울시 조사).

십대여성인권센터(대표·조진경)는 가출 또는 성매매를 하고 있거나 이미 경험한 여자 아동청소년들을 찾아 상담을 하는 한편 의료지원이나 법률·심리지원 등이 가능한 기관들로 연결해주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의료지원단은 센터 의료지원단(단장·김주경)과 서울시의사회(회장·김숙희) 등 의료자문을 제공하는 동시에 의료기관과 연계해 산부인과, 신경정신과, 치과, 정형외과, 내과 등 의료기관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십대여성인권센터 의료지원단은 김주경(피부과) 단장을 중심으로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산부인과), 박진희(산부인과), 김충기(내과), 서대원(내과), 장진호(내과), 변형규(가정의학과), 이승필(가정의학과), 안상준(신경과), 이학승(신경과), 지구덕(정신과), 한희종(정신과), 정재우(군의관) 등 13명의 의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10대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피해 지원을 위한 상담과 사생활 보호, 치료 등 센터가 추구하는 이념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많은 의료인들이 활동에 참여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

조진경 대표는 “정신적, 심리적으로 아직 성장기에 있는 10대들이 가출할 경우 나쁜 환경에 노출된다”며 “돈이 없고, 잘 곳이 없는 아이들은 성매수자들의 제안에 쉽게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은 결국 성매매를 통해 질병에 노출되거나 심지어는 아이들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부모나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나쁜 어른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하지만 청소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의사들의 경우 `부모가 없어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치료해 아이들의 자존심과 인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청소년들이 다시 그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우리 센터는 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들을 위주로 도움을 주다 보니 성병환자 수요가 많다”면서 “현재 센터 의료지원단도 많은 도움을 주지만 산부인과, 정신과, 내과 의료진들의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아동청소년들은 매우 충동적”이라며 “순간적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은데 현재 의정부, 인천 지역 의료기관에서 도움을 받다보니 거리가 멀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서울의 정신과 의료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정신과의 경우 입원가능한 정신과가 1곳에 불과하다”며 “병실을 갖춘 정신과 의료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센터를 찾은 10대 여성들 중 정신과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1년에 10명 정도이다. 

조 대표는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에게 거주하고 있는 지역 의료기관을 소개해 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센터가 영등포에 위치해 있는만큼 영등포구의사회 회원들의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어렵게 센터를 찾아 의지하면서 평범한 청소년, 여성으로서 살아가려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꼼꼼히 진료해 주며 활동할 수 있는 의료진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사회는 `성매매는 피해자 없는 범죄'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성매매는 `폭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를 위해 성매매에 이용된 피해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의료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조 대표의 계획이다.

그는 “센터와 함께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한 아이들의 진료 데이터를 통해 성매매를 겪었을 때 나타나는 질환은 무엇이며 정신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나타나는지, 자살 시도하는 아이들의 심리상태, 성병 등으로 인해 수술하는 비율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2차 질병 발생 및 심리상태 등 진료 자료를 모아 데이터를 만들어 성매매가 얼마나 심각한 폭력인지를 우리 사회에 알려 성매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사회는 아이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성매매를 했으니 피해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성매매는 돈 때문에 상대방과 그 성적 행위를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범죄”라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꼭 필요하다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걸 누가 결정해야 한다면 생활고를 겪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며 “성매매는 성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닌 모욕을 사고파는 행위다. 성매수자들이 돈을 매개로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이며 수치와 모욕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반드시 성매매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성매매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학대행위이며 성착취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조 대표는 이 같은 의료 데이터가 만들어지면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료 데이터를 모아 성매매를 근절시키는 동시에 성매매 의식을 바로 잡기 위한 일을 함께 할 전문가가 주변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10대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는 의사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성매매 피해자 인권보호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지 올해로 16년이 넘었다. 그는 2001년부터 이 일을 시작하였고, 2012년부터 10대 아동청소년 피해 지원을 위한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해 아동청소년을 성매매에 이용하는 범죄에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 대표는 “`10대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센터 운영을 시작했다”면서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아동청소년들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홍미현 기자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