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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1번 G 단조 작품번호 13 `겨울날의 백일몽'
표트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1번 G 단조 작품번호 13 `겨울날의 백일몽'
  • 의사신문
  • 승인 2017.01.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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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82〉

■조국에 대한 애착과 동경을 노래한 청년 차이콥스키의 초상

`겨울날의 백일몽'이라는 부제답게 이 작품에서는 러시아의 백야와 그 눈 덮인 광활한 대지 위로 떠오르는 환상을 통해 조국에 대한 애착과 동경, 그리고 환상을 노래한 청년 차이콥스키의 초상을 엿볼 수 있다. 처음 두 악장에도 별도의 표제들이 붙어 있어서 음악 외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으며 마지막 악장에 차용된 가요 선율은 토속적인 색채를 한층 부각시키면서 겨울의 황량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갓 마친 청년 차이콥스키가 특유의 열정과 감수성으로 빚어낸 상당히 매력적인 걸작으로 순수 교향곡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교향시적인 성격을 띤 표제 교향곡이다.

이 교향곡에 대해 그의 동생인 모데스트가 “형의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도 많은 노력과 고생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이 생애 첫 교향곡은 만만치 않은 산고를 거친 후에야 빛을 볼 수 있었다. 186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이듬해부터 모스크바 음악원의 화성학 교수로 일하게 되었다. 당시 개원 준비 중이었던 모스크바음악원의 책임자는 스승인 안톤 루빈스타인의 동생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으로, 그가 첫 교향곡에 도전한 데에는 아마도 니콜라이의 권유와 격려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866년 봄, 그는 교향곡 제1번의 작곡에 착수했다. 생애 첫 대작을 위해 밤낮 없이 스케치에 매달렸고 교수로서의 업무도 병행하다 보니 얼마 못 가서 체력이 바닥났다. 그런 상황에서 음악원 졸업 작품인 칸타타 〈환희의 송가〉가 혹평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만 신경쇠약에 걸리고 만다. 하지만 불면증과 두통, 환각에 시달리면서도 작업을 이어 나갔고 마침내 그해 여름 작품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그가 안톤 루빈스타인에게 이 작품을 보였을 때 스승의 반응은 냉담했다. 스승은 작품을 고치라고 말했고, 그는 충고를 받아들여 6개월에 걸쳐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스승의 반응은 중간 두 악장을 제외하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그해 12월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시연에서는 스케르초 악장만이 단독으로 연주되었는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반면 두 달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연주에서는 느린 악장과 스케르초 악장에 상당한 청중의 호응을 받았다. 이때 지휘를 맡은 이가 바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었다. 이때 니콜라이의 호의와 격려가 없었다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에 대한 도전은 첫 단계에서 그냥 좌초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의 첫 교향곡은 1868년 2월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니콜라이에게 헌정되었다. 이후 1874년 개정을 거쳐, 최종 개정판은 1883년 12월 모스크바에서 막스 에르트만 스되르퍼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당시 차이콥스키는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여러모로 미숙한 작품이지만, 본질적으로 성숙된 작품들보다 재료 면에서는 더 풍부하고 낫다”며 이 작품을 언급했다.

△제1악장 Dreams of a Winter Journey. Allegro tranquillo 플루트와 파곳이 러시아 풍으로 활기찬 리듬을 타고 노래한다. 마치 트로이카가 경쾌한 방울소리를 울리며 눈밭을 가로지르며 달려 나가는 듯하다. 클라리넷으로 제시되는 제2주제는 한결 유려하게 차이콥스키 특유의 우수를 머금고 있다. 상쾌한 겨울날의 여행이 긴장감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제2악장 Land of Desolation, Land of Mists. Adagio cantabile ma non tanto 약음기를 끼운 현악기들이 은은한 느린 선율로 시작된다. 오보에에서 흘러나와 점차 현악기들로 번져 나가는 러시아 풍 선율이 사뭇 애절하면서도 감미롭다. 마치 안개가 피어오르듯 몽환적인 느낌으로 가득한 매혹적인 선율이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호른 연주도 인상적이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scherzando giocoso 세분된 바이올린 파트와 목관 사이를 오가는 주선율이 현의 피치카토와 어우러진다. 환상적이면서 아기자기한 느낌을 자아내는 스케르초도 흥미롭고, 풍부한 선율을 바이올린과 첼로가 차이콥스키 특유의 춤곡 리듬에 실어 노래하는 낭만적인 음향이 훗날 거장 차이콥스키를 연상케 한다.

△제4악장 Finale. Andante lugubre-Allegro maestoso 비장한 느낌을 주는 느린 서주로 시작된다. 이때 현악기의 선율은 1861년 카잔 학생운동이 일어났을 때 불렸던 민중가요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 선율은 제2주제로 다시 등장하는데 다분히 선동적인 느낌을 준다. 두 개의 박진감 넘치는 주제를 바탕으로 격정적인 전개를 펼치는데 그 흐름이 무척 이채롭고 인상적이다. 점진적인 고조를 통해서 더욱 화려하고 눈부신 클라이맥스를 이루다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지휘), 러시아 USSR 연방 오케스트라(Pony Canyon, 2002)
△마리스 얀손스(지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handos, 1985)
△미하일 플레트네프(지휘),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PentaTone, 2012)
△마이클 틸슨-토머스(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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