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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안 성가
그레고리안 성가
  • 의사신문
  • 승인 2010.01.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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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 음악


그레고리안 성가는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이름을 따서 붙인 성가 형태다. 원래 중세 유럽의 수도원에서 시작된 미사성가로 남성이 무반주로 부르는 가톨릭교회의 전례음악이다. 7세기 초 그레고리오 교황에 의해 그때까지 유럽지역에 구전되던 종교음악들을 모아 채보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음악이다. 그레고리안 성가집으로는 미사전례에 사용하는 `그라두알레(Graduale)'와 `안티포날레(Antiponale)'가 있다. `그라두알레'는 독서 후 화답송으로 부르는 것이고, `안티포날레'는 주일미사나 대축일미사 때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구절씩 화답하는 교송 모음이다.

전 세계의 가톨릭교회에서는 매 주일마다 라틴어로 된 그레고리안 성가가 불리어졌고, 유럽 각지의 수도원에서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다. 이 흐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에서 라틴어가 아닌 각 나라의 언어로 미사 드리는 것을 허락할 때까지 무려 1500여 년의 긴 세월동안 이어진 것이다. 19세기 말 교황 비오 9세가 생피에르수도원에 그레고리안 성가의 복구 작업을 명하면서 당시 솔렘 수도원을 중심으로 그레고리안 성가 부흥운동이 일어나 오늘날에는 솔렘식 창법이 정통 그레고리안 창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중세에 있어서의 대표적인 음악이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의 `폴리포니(다성부)' 음악 작품의 핵심역할로서 이용되어 왔다. 그래서 18∼19세기의 음악작품, 즉 J.S. 바흐의 b단조 미사곡,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등에서도 그레고리안 성가를 이용하고 있고 20세기 음악에도 그레고리안 성가 기법을 사용한 곡들이 많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불리어지는 천주교의 의무일과에 따른 그레고리안 성가는 일반 미사곡과 비교해 봐도 그 확실한 구성과 대단한 기법적인 다양성뿐만 아니라 음악의 내용적인 면에서도 미사곡 못지않게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성가인 12개의 레스폰소리아(Responsoria)는 2160여 곡의 그레고리안 멜로디에 형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성가를 감상할 때면 항상 마음속에 두 가지 점을 생각하게 된다. 첫째, 미사곡처럼 레스폰소리아 성가도 일정하게 진행되는 기도서적인 의식 가운데 감상할 수 있는 `연주회용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그 명칭이 말하듯이 `레스폰소리아'는 응답의 노래라는 점이다. 이 성가는 시편이나 자유롭게 쓴 가사를 한 명이나 그 이상의 독창자가 교회선법 가운데 하나의 선법으로 낭송을 노래하면, 합창단이 반복절의 성격을 가진 보다 긴 응답창으로 답을 하는 형식을 취한다.

중세 이후에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미사전례곡이 등장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그레고리안 성가는 쇠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전례의식의 순서가 확정되고 미사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회중이 부르던 부분을 성가대가 대치하게 되고, 14세기 이후 미사곡이 다성 음악으로 발전하면서 작곡가들이 통상미사 부분을 작곡하여 작품화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차츰 이러한 경향은 미사전례 음악을 예술작품으로 변모시켰고, 민중의 생활음악이던 그레고리안 성가의 단순성은 사라지게 되어 그레고리안의 올바른 창법마저도 잊혀지게 되었다. 1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그레고리안 성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면 그 가사와 연관을 가진 모방 수법을 알아야 한다. 즉 로마의 멜로디들은 느낌을 제공한다기보다는 가사 단어의 뜻을 알기 쉽게 해줌으로서 듣는 이들이 이해하기 가능하게 하였다. 한편 그레고리안 성가는 가사 외에도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믿음의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잘 조화된 그레고리안 성가는 시대를 초월하여 최고의 음악적 유산이다.

■들을만한 음반 : 몬트세라트 수도원, 파터 그레고리 에스트라다(Archiv, 1975), 산토도밍고 데 실로스 베네딕투스 수도원(EMI, 1984), 스콜라 안티쿠아(Pneuma, 200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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