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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에도 봄은 싹이 트고<17>
엄동설한에도 봄은 싹이 트고<17>
  • 의사신문
  • 승인 2010.01.2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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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는 말 그대로 겨울다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만의 폭설이 세상을 뒤덮고, 영하 십도 아래로 뚝 떨어진 추운 날씨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말이 다가오면 `또 눈이 오려나' 하는 걱정이 앞서곤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어머니 계시는 부여의 요양병원까지 가는 길에 눈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아서 초보운전임에도 주말마다 다녀옵니다.

주말 날씨에만 너무 관심을 가졌던 탓인지 지난 강추위에 집에서 기르던 나도풍란을 잃었습니다. 바깥바람을 쐬게 한다고 창문 밖에 내어 놓고는 밤에 들여 놓는 것을 잊었던 것입니다. 창문이라도 살짝 열어 놓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보살피고 있는 난들은 아무일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물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뿌리 쪽이 썩었던 난은 아무런 약도 주지 않고 조금 건조하게 관리해 왔는데 남은 두 촉은 제법 건강하게 보입니다. 오늘 자세히 살펴보니 뾰족한 새 촉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잎 색이 화려하게 변하고 있는 살마금은 한 촉도 다치지 않고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을 좀 많이 주는 편인데도 아무 사고가 없었던 이유는 난을 심을 때 비교적 큰 돌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건강을 과시하면서 새 촉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꽃대를 3개씩이나 올렸던 보세란 애국은 이젠 시름시름 힘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분갈이 하며 살펴보니 잎이 무성함에도 상한 뿌리가 많았습니다. 잎에 보기 흉한 반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무심하게 물만 열심히 주었습니다. 새 촉을 올리고는 있지만 좀 약해 보입니다. 예전의 아름다움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도희는 지난해 겨울 세 촉에서 풋 각시 같이 수줍은 분홍색 꽃대를 올렸었습니다. 그 이후 원장실이 이사를 하면서 변한 환경에 제대로 적응을 못했는지 두 촉만 남았기에 다시 데려왔습니다. 그래도 잎은 짙은 녹색에 윤이 납니다. 좀 서늘하게 관리하려고 사무실 밖에 두고 있습니다.

소엽풍란도 그다지 튼튼하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약한 가운데 지난해 꽃을 올린 이후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엽풍란은 지난 가을에 새 잎을 한 장 키워내고 뿌리도 제법 뻗었습니다. 지금쯤 올 봄에 올릴 꽃대를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새 촉이 봄에 쑥 자라 오르기를 기대한다면 지금부터 화분이 너무 건조하지 않게 관리를 해야 합니다. 실내서 키우는 난 중에 화분에 사용된 돌이 좀 굵다면 일주일에 두 번 쯤은 흠뻑 물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콩알보다 작은 정도의 돌들이 많이 쓰였다면 물주는 간격을 좀 더 길게 잡는 것이 좋겠습니다.

새 촉이 올라올 때 화분이 너무 건조하면 포의에 싸인 새 촉이 뚫고 나오지 못하고 갇혀서 구겨진 모습으로 성장이 멈춥니다. 너무 많이 주면 썩으면서 어미 촉까지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건조해도 탈이고 너무 습해도 탈이 납니다.

난을 키우기가 마치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아서 잠시 방심하면 언제고 사단이 납니다. 늘 살피며 관심을 가져야 건강하게 자라 꽃을 올리고 향을 풍깁니다.

 오근식〈건국대병원 홍보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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