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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컬트차 이야기 닛산 마치<하>
작은 컬트차 이야기 닛산 마치<하>
  • 의사신문
  • 승인 2010.01.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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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의 세계에 충실했던 '마치'의 변종들













 













그 비슷한 논리로 요즘의 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차가 애완동물처럼 변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는 것 같은데 메이커들이 이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민감하다. `생존경쟁'이라는 비장한 용어로 치장한 경제논리와 규모의 경제가 진지한 놀이정신을 가로막는다. 그런데 요즘 패션카와 토이카의 약진에서 보듯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논리(모델)와 현실의 논리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하는 세상에 장난감 같은 차들이 잘 팔린다. 물론 요즘 메이커들의 수석 디자이너들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든 것을 다 캐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수요의 포인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유럽차들의 작은 버전들은 `펀(Fun)'의 세계에 충실했지만 일본의 차들도 많은 모델이 성공적이었다. 재미있고 많이 팔린 차들도 많았던 것이다. 초기 골프의 몇몇 모델이나 푸조의 205 같은 결정적인 모델들도 펀의 요소가 많았다. 두 모델은 몇 번이나 적었던 것이니 오늘은 일본차 중에서 하나를 이야기해 보자.

일본의 `작은 차' 중에 마치(March)또는 마크라같은 모델은 많은 변종을 만들었다. 차를 장난감처럼 만드는 작업을 메이커에서 먼저 저지른 셈이다. 독자들 중에 닛산의 피가로나 파오같은 차들을 본 분들이 있다면 필자가 말하는 것을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시내에서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는 피가로나 파오는 일부러 복고적인 놀이를 한 셈이다.

마치는 원래 작은 시티카로 1982년 샤시명 K10으로 태어났다. 혼다 City의 경쟁 모델로 태어났다. 마치는 닛산의 소형 차량 모델 체리(Cherry)를 대체한 성공적인 모델이다. 유럽과 북미에도 수출됐다. 닛산은 처음에는 `Datsun-Nissan Micra'로 판매됐고 1984부터 Nissan의 이름을 달았다. 이때는 세계적인 불황기에서 약간 경기가 나아지는 상황이었다. 골프에서 유래한 해치백이 작은차의 유행이었던 시절이다.

닛산 마치는 상당히 튼튼했고 무엇보다도 간단했다. 메이커는 이 K10바디를 상대로 수많은 실험을 했다. 기억이 남는 많은 변종 중에 1.0L터보차져 MA10ET엔진을 탑재한 March Turbo가 선보였다. 경차에도 터보를 단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도발적인 일이다. 이 차의 스타일링은 정말 특이했다. 구형 프라이드에 터보를 단 티를 잔뜩 낸 차를 탄다고 생각해보자. 한정판으로 만들어 줄을 서야 살 수 있었다.

변종의 행렬은 이어졌다. 1985년에는 Be-1(BK10) 한정판이 소개됐고 동글동글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총 1만대가 판매됐다. 1987년에는 완전 복고풍 해치백인 Pao(PK10)가 나왔다. 역시 줄을 서야 살 수 있었다. 우리나라 거리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피가로(Figaro : FK10)의 엄청난 수요 때문에 다른 모델의 제작에 방해를 받을 정도였다. 줄을 서서 차를 사고 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피가로(figaro)는 복권식으로 판매할 정도의 인기였다. 닛산 Figaro는 K10라인 중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모델의 하나이다.

1992년 12월21일 K10라인은 많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단종됐다. 차들은 사람들이 잘 버리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디자인이 좋아 일반 차종의 경우에도 버려지지 않아 높은 잔존율을 자랑한다. 영국의 통계는 34만대가 등록되고 그 중 30%가 여전히 달리고 있다고 나왔다. 당시 비슷한 차종 우노와 메트로의 10배가 넘는 잔존율이다.

그렇다면 한정판 모델들은 어떤가? 사람들의 장난기와 희소감각을 이끌어낸 덕분에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상태가 좋은 피가로나 파오는 정말 사기가 어렵다. 가격은 새차보다 비싸다고 느낄 정도다. 프라이드의 변형판 비슷한 것을 2∼3000만원 내고 사는 것은 거의 컬트수준이다. 동호회에서는 줄을 서야 분양이 가능할 정도다. 20년이 넘어간 차의 컬트가 이 정도다. 물론 일반인이 이런 차를 사지는 않는다. 그러나 살 사람은 산다. 자동차의 마킷이 파편화 되면 이런 기묘한 거래가 활성화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진의 차들을 보고 있으면 변종과 컬트라는 것을 메이커가 지원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가를 보여준다. 사진의 차들은 모두 같은 프레임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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