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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진짜 이유<43>
결혼하는 진짜 이유<43>
  • 의사신문
  • 승인 2010.01.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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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결혼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아세요?' `뭔데요?'

`직장 생활이 지겨워지고요. 편하게 살고 싶어요. 아기도 낳고'

`좋은 생각이에요. 아기는 나이 들기 전에 낳아야 해요'

그래서 그녀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하나 낳고 아이를 데리고 잠깐 행복한 얼굴로 찾아왔다. 그 후 절대로 편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다가 아이를 포기하고 이혼했다. 그리고 다시 지겹다던 직장 생활로 돌아갔다. 그 후에도 잊을만하면 와서 정기 검진을 받았는데 이혼 후 10년이 지나 40대 중반에 재혼을 한다면서 말을 꺼낸다.

`선생님 제가 재혼하는 진짜 이유를 아세요?' `뭔데요?'

`외롭기도 하고 마음 편하게 성생활도 하려고요.'

`하하하 좋은 생각이에요. 좀 더 빨리하지 그랬어요. 더 젊을 때에. 그래도 늦은 것은 아니지요.' 그렇게 그녀는 재혼을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옆에 동반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여자들이 결혼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남들이 다 하니까,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있고 싶어서, 혼자는 외로워서, 아기를 낳고 싶어서, 직장도 맘에 안 들고 돈도 없어서, 성생활을 편하게 하고 싶어서,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를 반대로 생각해 본다. 기피하는 것은 원하는데 못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자신의 직업과 학업 성취도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결혼하지 않아도 사랑은 가능하고, 주변에 독신이 많아져서 쑥스럽지도 않다. 자립 능력만 있다면 부모님들도 예전처럼 채근하지 않는다. 특히 가족과 살림과 육아에 대한 책임이 두렵고, 그 동안 지켜 본 엄마와 아내의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자가 직업을 바꾸려면 35세 이전에 결정하고 팔자를 바꾸려면 38세 이전에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35세가 지나니 공부를 해도 암기 능력이나 이해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남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또한 여자 나이 38세라는 것은 여성의 성적인 아름다움과 출산 가능성이 그 나이가 지나면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독신의 편리함과 결혼 적령기라는 것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40세 전후 여성들이 결혼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이 연령대의 여성이 독신주의자가 아니라면 이제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을 미룰 수 없게 된다. 괜찮은 남자들은 대부분 결혼했고 비교적 빠지지 않은 외모와 학벌, 직업적인 성취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마땅한 배우자를 고르지 못해 애쓰고 있다. 어떤 결혼정보업체 대표는 이런 능력있는 여성들을 비극의 세대라고 한다. 이들이 찾는 배우자의 조건은 자신보다 서너 살 위이고 키가 크고, 학벌이 좋기를 원한다. 이런 여성들에게 남자가 여자보다 더 똑똑하거나 더 연상일 필요가 있냐며 자신을 내조할 남자 신부를 만나라고 조언한단다. 여성들의 결혼 조건을 볼 때 자신보다 나은 남성을 선호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양성평등에 위반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요즘은 38세를 앞둔 미혼 여성들이 내 진료실에도 꽤 많이 온다. 혼자보다는 둘이 사는 것이 좋고 둘 보다는 아기까지 함께 사는 것이 좋은 진짜 이유들을 홍보물로 만들어서 진료실에 비치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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