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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 〈요한 수난곡〉, 바흐작품번호 245
요한 세바스찬 바흐 〈요한 수난곡〉, 바흐작품번호 245
  • 의사신문
  • 승인 2017.01.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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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81〉

■신앙의 마음이 격정적으로 고양되는 수난곡 

바흐의 〈요한 수난곡〉은 〈마태 수난곡〉과 더불어 오라토리오 형식의 수난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마태 수난곡〉이 서사시적이고 명상적인 데 반해, 〈요한 수난곡〉은 힘차고 격정적이며 내밀하면서도 긴장감은 더 강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이다. 이런 두 수난곡의 성격 차이는 작곡 시기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요한복음과 마태복음, 두 복음서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6세기 이래로 내려오는 오래된 문서인 `사대복음서 기록자를 하늘 보좌를 둘러싼 네 가지 생물에 비유하는 견해'에는 복음서 기록자들을 생물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마태'는 인간에 비유되어 〈마태 수난곡〉은 서주 합창에서부터 인간적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고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예수를 애통해하며 비탄에 잠긴 이중창으로 시작한다. 그에 비해 `요한'은 독수리에 비유된다. 독수리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향해 높이 날아오르는 생물이다. 즉, 수난 그 자체보다는 수난이 의미하는 영원한 진리를 전달하고, 그리스도의 내적 정신에 대한 통찰을 시도하였다. 이것이 두 수난곡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마태 수난곡〉이 오페라풍의 수법을 많이 구사해 음악적으로 화려한 데 비해 〈요한 수난곡〉은 신앙의 진지한 마음이 이루는 일관된 흐름을 강조한다. 그러다가 점점 감정적 흥분이 고조되며 짜릿한 일갈과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수난주간에 복음서의 수난가사를 낭독하며 노래하던 관습은 4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회에서는 종려주일에 `마태'를 낭송하고 성 수요일에는 `누가'를 낭송했다. 이어 9세기경에는 성 화요일에 `마가', 성 금요일에 `요한'이 추가되었다. 1517년 루터 종교개혁 이후 종려주일에는 `마태', 성 금요일에는 `요한'을 연주하는 관습이 정착되었다. 가톨릭 시대 단선율의 수난 성가는 물론이고, 르네상스 시대 모테트 성가는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크 시대에 들어와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바로크 후기부터 긴 수난곡이 등장하면서 연주시간 때문에 한 번뿐인 수난주간 동안 여러 수난곡을 다 연주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바흐에 앞서 라이프치히 성토마스 교회의 전임 칸토르(음악감독)였던 쿠나우는 성 금요일에 사대복음서 중 하나의 복음서를 바탕으로 하나의 수난곡만을 연주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바흐도 그 규칙에 따라 성 금요일에 연주할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을 각각 작곡했던 것이다. 1724년 작곡된 〈요한 수난곡〉의 악보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초연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1724년 4월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에서 연주되었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바흐는 재연할 때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손질했고 1830년 출판된 악보의 형태가 오늘날 연주되고 있다. 

이 작품은 신약성서 요한복음 제18장 1절부터 제19장 42절까지 인용했으며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의 수난을 그리고 있다. 제12곡엔 마태복음 제26장 75절이, 제33곡엔 마태복음 제27장 51절과 52절이 인용됐다. 자유가사 중 제7, 19, 20, 24, 32, 34곡은 브로케스(Brockes Passion)의 가사, 제22, 30곡은 포스텔(Christian Heinrich Postel)의 가사, 제13곡은 바이제(Christian Weiße)의 가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총 2부로 나눠져 제1부는 유다가 대제사장들과 군인들을 데리고 예수를 결박해 끌고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베드로는 결박당한 예수의 뒤를 따르지만 예수의 제자임을 세 번 부인한 후 통곡의 눈물을 흘린다. 제2부는 예수가 빌라도에게 심판받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빌라도는 예수를 풀어주려고 했지만, 끝내 십자가 처형의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예수는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으로 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자들이 예수의 시신을 내려 무덤에 모시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제1곡 합창 `주여, 이 땅의 영예로운 통치자여!(Herr, unser Herrscher, dessen Ruhm in allen Landen herrlich ist!)'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바이올린은 머리 위에서 빛나는 하늘의 후광으로 조용하고 단호한 주제를 노래하고 그 위에 플루트와 오보에가 비통한 주제로 통곡한다. 제7(11)곡 아리아 (알토) `나의 주는 나를 죄의 밧줄에서 풀어주기 위해 묶이고(Von den Stricken meiner S?nden)' 제9(13)곡 아리아 (소프라노) `나도 기꺼이 당신의 뒤를 이어 당신 곁에서 떠나지 않으렵니다(Ich folge dir gleichfalls mit freudigen Schritten)'. 제13(19)곡 아리아 (테너) `아아, 나의 마음이여(Ach, mein Sinn)' 제30(58)곡 아리아 (알토) `모든 것은 끝났다!(Es ist vollbracht!)' 예수의 죽음, 임종을 노래한다. 제39(67)곡 합창 `쉬십시오, 거룩한 시신이여(Ruht wohl, ihr heiligen Gebeine)' 이 합창곡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제40(68)곡 종결부 합창 그리스도의 매장 장면. `주여, 당신의 사랑스러운 심부름꾼에게 명하여(Ach Herr, lass dein lieb Engelein)' 

■들을 만한 음반
△에블린 리어(소프라노), 헤르타 퇴퍼(알토), 에른스트 헤플리거(테너), 헤르만 프라이(바리톤), 키에트 엥겐(베이스) 칼 리히터(지휘),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Archiv, 1964) △시빌리아 루벤스(소프라노), 안드레아스 숄(카운트테너), 마크 페드모어(테너), 세바스티안 노아크(바리톤), 미셀 볼레(베이스), 필립 헤레베헤(지휘),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Harmonia mundi, 2002) △존 엘리엇 가디너(지휘),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몬테베르디 합창단(Archive, 1986) △미셀 코르보(지휘), 로잔 보칼레 쳄버 오케스트라(Erato, 1977)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 쇤베르크 합창단(Teldec,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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