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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보는 생존양식
부처가 보는 생존양식
  • 의사신문
  • 승인 2017.01.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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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54〉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독자 여러분, 내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덕담으로 다음 글을 써 보았습니다. 올해도 여러분의 넓은 아량과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불교의 세계관으로 보면 모든 중생은 괴로움의 바다(고해, 苦海)인 이 세상에서 의미 없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진리를 깨달아 윤회에서 벗어나는 열반을 지고의 가치로 여기나, 일반 대중은 전생에 행한 선악의 업보에 따라 6가지 길(육도, 六道)로 바뀌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육도는 `세계 또는 장소'라는 뜻의 취(趣)을 써서, 6취(六趣)라고도 한다. 먼저 개략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천상(天上)계
아직 열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모든 욕망이 충족되고 모든 즐거움이 온전히 갖추어진 세계이다. 지혜가 밝고 마음이 착한 성인이 선정(禪定)을 익히고 닦는 곳이다.

둘째, 인간(人間)계
괴로움, 탐욕, 분노, 어리석음과 같은 고통과 함께 즐거움이 섞여 있는 미망의 중간세계이다. 마음을 다스려 깨달음을 얻는 불법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셋째, 아수라(阿修羅)계
지혜는 갖추고 있지만 서로 헐뜯고 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머무르는 곳이다. 수라는 싸움을 잘하는 귀신의 이름이고 여기에서 아수라장이라는 말이 생겼다.

넷째, 축생(畜生)계
사람을 제외한 모든 짐승이나 날짐승과 같은 생명이 축생이다. 욕심이 많고 인과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짓에 대한 업보로 태어나 죽도록 일해야 하는 고통의 세계이다.

다섯째. 아귀(餓鬼)계
큰 욕심의 과보로 머무르는 곳이다.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고통 받는 세계이고 여기서 아귀다툼이란 말이 생겼다.

여섯째, 지옥(地獄)계
육도 중 가장 고통이 심한 곳이다. 중생이 어리석음과 무지함으로 삼독심(三毒心)을 일으켜 어둡고 거칠고 탐욕스럽고 우악한 행위에 대한 과보로 태어나 한없이 고통을 받는 세계이다. 

여기에서 앞의 세가지 천상계, 인간계, 아수라계는 상대적으로 착한 세계이어서 3선도 또는 3선취라고 하며, 뒤 세가지인 축생계, 아귀계, 지옥계는 나쁜 세계이어서 3악도 또는 3악취라고 한다.

우리 중생은 모두 이런 세계를 윤회하고 있단다. 그러나 독실한 불교 신자가 아니라면 현대인은 이 말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윤회와 6도가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를 떠나, 부처님 시대의 세계관과 말씀한 의도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나는 이것이 중생이 살고 있는 환경과 경험하는 세계를 관념적으로 분류한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에 동조한다.

즉, 6도를 세상을 살아가는 주위 상황과 생존방식으로 해석하자는 뜻이다. 우리들이 함께 지내고 있지만, 각자가 만든 인연과 업보에 따라 서로 다른 6가지의 상황으로 현재를 살고 있다.

불교에서는 인간 고통의 원인이자 해탈을 방해하는 삼독(三毒)이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라고 파악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독소에 가득 차서 한 없는 고통으로 지옥 같은 나날을 사는 반면에, 누구는 올바른 마음을 꾸준히 닦아 인간계, 천상계에서 환희로 살고 있기도 하다.

그 중간에 이 귀중한 생명의 시간을 생각 없이 허송하는 축생계,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채워질 수 없는 욕망으로 고통 받는 아귀계, 질투와 다툼으로 일상을 보내는 아수라계 삶이 있다.

어떤 존재양식으로 살고 있어도 특정한 사회 조직이나 개인에게는 유별나게 다른 양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예로, 직장과 집안에서 존재양식이 다를 수도 있다. 직장에서는 덕망 있고 마음 수련에 노력하는 천상계에 살고 있으나, 가족 간에는 몰이해와 다툼으로 얼룩진 아수라계일 수 있다.

또한,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는 인간계인 평정한 상황이지만, 어떤 개인에게 만은 지옥계인 악연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자기가 속한 존재양식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살면서 만든 결과물이 새로운 인연과 업이 되어 앞으로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위와 비슷한 해석을 불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법화경에서는 `일절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해서 이 육도, 육취 세계 모두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육도가 어디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명상태에 따라 변화된다. 다시 말하면 중생이 살아가는 생존양식을 분류하여, 부처님이 쉽게 비유로 설명하고 정진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유독 여섯 세계로 나눈 이유가 있다. 삼독에서 물질적 탐욕을 버리지 못한 자는 아귀 처럼 살아가고 마음의 독소인 분노로 살면 아수라계로 떨어지며, 참된 지혜를 지니지 못한 자는 짐승처럼 우둔하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지옥은 이 모든 잘못이 극대화되어 심한 고통을 받고 천상계에서는 해탈 보다야 못하지만 삼독이 없어져 선하게 살아가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인간계에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면 인간계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더 높은 세계로 올라갈 수 있는지 답이 나온다. 지금이라도 탐진치의 해악을 진심으로 파악하고, 이를 버리면 마음의 지혜가 밝아져 어느덧 천상계에는 도달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지옥부터 천상까지 우리의 삶이 달라지게 된다. 윤회로 다음 생으로 바뀌기 전에도 지금 삶의 생존양식은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지옥에서와 같이 살지 또는 천상에서와 같이 살지는 내 생각과 행동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마음의 지혜가 밝아져 독자 여러분의 삶이 온전한 즐거움으로 가득하기를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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