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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표트르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 의사신문
  • 승인 2017.01.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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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80〉

■푸시킨의 민족적인 시정과 차이콥스키 주관이 혼합된 걸작

차이콥스키는 1876년 파리에서 비제의 〈카르멘〉을 보고 그 작품이 현실적 인간의 비극을 묘사하였다는 점에 크게 주목했다. 그도 이같은 작품 소재를 찾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가수 엘리자베타 라브로프스카야의 권유로 푸시킨의 `예프게니 오네긴'을 읽고 그것을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시로프스키의 협조를 얻어 본격적으로 작곡에 들어갔다. 

하지만 작곡 도중에 안토니아 미류코바라는 28세의 모스크바 음악원 학생으로부터 구혼 편지를 받고 마침내 결혼을 하지만 아쉽게도 수주일간의 생활로 끝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그는 자살까지 기도하였고 신경성 발작으로 스위스 등지로 요양을 가는 등 일련의 사건으로 작곡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던 가운데 폰 메크 부인의 도움을 받아 건강과 창작력을 회복하게 되어 1878년 교향곡 제4번의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이 작품을 탈고하게 되었다.

`예프게니 오네긴'은 자기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여기고 자신의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사랑하는 타차냐는 순박한 시골 영주의 딸로 전형적인 이상형의 러시아 여인이다. 이 오페라에서 차이콥스키는 오네긴을 냉혈한으로 다루고 오히려 타차냐를 주인공으로 삼아 심리적으로 그녀를 성공적인 인물로 다루고 있다.

스스로 `서정적 장면'으로 명명한 이 작품은 오페라의 극적 효과보다 정밀한 심리묘사를 다룬 서정극의 일종으로 `상연된 가곡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성악 파트는 완전한 독립성을 갖고 등장인물의 미묘한 감정의 음영과 함께 끝까지 노래하고 있다. 관현악은 성악을 압도하지 않지만 전곡을 통해서 주제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동시에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웅변적으로 표현하면서 때로는 다이내믹한 힘을 가지고 극적인 상황을 이루어 나간다. 결과적으로 이 오페라는 푸시킨의 민족적인 시정에 차이콥스키의 주관이 아름답게 혼합된 작품인 것이다.

△서곡 우수에 찬 아름다운 선율로 시골영주의 딸 타차냐의 소박한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 

△제1막 제1장 시골 영주 저택의 테라스 타챠나와 여동생 올가의 조용한 정원의 평화로움과 서정적인 이중창에 이어 어머니 라리나와 유모 필리피에브나가 가세하여 사중창으로 변한다. 농부들이 등장하여 인상적인 러시아 추수절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그때 이웃청년인 시인 렌스키가 친구 오네긴을 그녀에게 소개한다. 렌스키는 정열적인 청년으로 마음속으로부터 열렬히 올가를 사랑하고 있다. 백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도시에서 이곳에 와 있는 오네긴은 이지적이고 교양이 있는 청년으로, 이곳 생활에 권태를 느끼다 타챠나와 이야기하는 동안 강한 매력을 받게 된다. 타챠나 역시 오네긴에 대한 사랑이 가슴에 복 바쳐 오른다. 

△제2장 타챠나의 침실 오네긴에 대한 새로운 감정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는 타차나는 오네긴을 향한 노래와 그에 대한 생각의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제2막 제2장 렌스키의 슬픈 아리아와 함께 가장 유명하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밤에 쓴 편지를 유모에게 부탁한다. 

△제3장 영주의 저택의 정원 처녀들이 민요풍의 합창으로 노래한다. 혼자 있는 타차냐에게 오네긴이 편지를 받았다는 인사를 하며 냉정하게도 도학자 같은 사람이라 남편으로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돌아가자 그녀는 수치스러움과 실망을 느끼게 된다.

△제2막 제1장 타챠나의 생일날 그녀의 집 간주곡과 합창이 붙은 왈츠와 함께 막이 오른다. 타차냐의 생일축하 무도회가 열린다. 왈츠곡 속에 손님들의 대화가 교묘하게 삽입된다. 렌스키에 이끌려온 오네긴이 올가하고만 춤을 추자 렌스키는 질투한다. 또한 프랑스인 트리케는 일동의 재촉을 받고 노래하고 다시 춤곡이 시작되지만 말다툼 끝에 격렬해진 렌스키와 오네긴은 결국 결투하기로 하자 올가는 졸도한다. 

△제2장 이른 아침 눈 덮힌 물레방앗간 부근 렌스키는 먼저 결투 장소에 나타나 옛 친구지만 지금은 적이 된 오네긴을 기다리며 아름답고 슬픈 아리아 “어디로 가는가? 나의 황금빛 봄날이여!”를 노래한다. 이때 오네긴이 등장하고 결투가 시작된다. 피스톨이 발사되자 렌스키가 먼저 쓰러지면서 막이 내린다.

△제3막 제1장 페테르부르크 사교장의 넓은 홀 화려한 폴로네이즈로 막이 오른다. 26년 후 그레민 공작 저택의 대연회장에서 화려한 폴로네이즈가 연주되고 일동은 춤을 추지만 오네긴은 왠지 우울한 표정을 하고 혼자 떨어져서 있다. 그것은 오네긴이 26년 전 뜻밖에도 친구를 죽인 후 마음을 안정할 길이 없어 무거운 죄를 진 채 아내도 없고 목적도 없이 방랑의 길을 해맨 것을 회상했기 때문이다. 이때 사교계의 귀부인이 된 타챠나가 그레민 공작과 함께 등장한다. 그녀는 오네긴이 있는 것을 알고 가슴이 설렌다. 공작은 오네긴을 자기의 아내 타챠나에게 소개한다. 타챠나가 자리를 떠나자 오네긴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다. 

△제2장 공작의 응접실 타챠나는 오네긴의 사랑의 편지를 읽고 있다. 그녀는 지금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첫사랑인 사람으로부터 열렬한 사랑의 고백을 받자 마음이 심란하다. 오네긴의 끈질긴 간청으로 그를 만나자 그는 자기와 같이 이곳을 떠나 도망가자고 애원한다. 그녀는 명예와 사랑과의 사이에 끼여 고민하지만 결국 오네긴에게 떠나라고 하며 그레민에 대한 절개를 선언하자 격렬한 이중창이 있은 후 두 사람은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막이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에프게니 벨로프(오네긴), 갈리나 비쉬네프스카야(타티아나), 세르게이 레메쉬프(렌스키),  보리스 카이킨(지휘), 볼쇼이 오페라와 합창단(Melodiya, 1955) △번드 바이클(오네긴), 테레사 쿠비아크(타티아나), 스튜어트 버로즈(렌스키), 게오르규 솔티(지휘), 로열오페라와 존 알디스합창단(Decca, 1974) △드미트리 호보로스토프스키(오네긴), 누치아 포칠레(타티아나), 네일 시코프(렌스키), 세미온 비쉬코프(지휘), 상트페테르부르크 쳄버 오케스트라(Philips,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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