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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중환자 치료, 선뜻 나서기 어려워져”
“응급실·중환자 치료, 선뜻 나서기 어려워져”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7.01.02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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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행으로 인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

의료기관별 가용 자원의 불균형 인한 불가항력 사고 및
사망·1급 장애 사례별 적정 대응에 신중 접근 필요 지적

의료계에서 일명 `의료분쟁조장법' 또는 `환자기피법'이라고 우롱받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의료분쟁 조정 절차 강제 개시 조항이 지난해 11월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비상이 걸렸다.

의료분쟁 조정 절차 자동 개시 조항은 병의원 진료행위 과정에서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상 자폐성 장애인과 정신 장애인을 제외한 장애 1급에 해당하는 의료사고 발생 시 신청인이 조정절차를 신청하면 병의원 등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도 조정절차가 진행된다.

이에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생명과 직결된 외과계열은 사망확률이 높을지라도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에서 치료하지만 이제는 위중한 환자일수록 선뜻 나서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먼저 의료분쟁조정법의 대상이 되는, 즉 응급실에서의 진료과정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는 특정 질환, 특정 손상의 경우 때문이라기보다는 가용한 자원의 부족에 의한 경우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 환자가 A라는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심혈관조영술을 빠르게 시행하지 못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해당일 해당시점에 A병원에 심장내과 의사가 병원에 없어서일 수도 있고, 영상의학과 기사가 병원에 도착하는데 1시간 가량 걸려서 그 사이에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혹은 환자의 상태를 심근경색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일차진료의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만약이기는 하지만 그 환자가 처음부터 심전도를 즉각 판독하여 심근경색임이 곧바로 인지될 수 있는 의사가 근무 중이며, 24시간 심장내과 의사와 영상의학과 기사가 상주하는 B병원의 응급실에 방문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이는 넓은 의미의, 시스템에 의해 야기된 의료사고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예는 뇌졸중, 중증외상 등 많은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전의 대구 여아 장중첩증 사건이나 최근 전북의 소아외상 환자 사망사건 등도 환자의 질환, 손상 자체가 중했다기 보다는 자원의 부재에 의한 의료사고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실에서는 오히려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이해되고 용인되는 부분이 병원 내 다른 영역에서보다 클 수 있다. 다만 응급의료기관간 가용자원(인력, 시설, 장비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의 불균형이 환자의 사망이나 장애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사례를 일일이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임에는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제시한 사망 또는 1급 장애유발 사례는 다음과 같다.

◇1급 장애유발 사례
△뇌전증 지속상태(경련성, 비경련성) : 원인질환에 따라 적지 않은 환자에서 장애 1급에 해당하는 후유증이 남으며, 전신경련성뇌전증지속상태의 예후가 가장 나쁘다.
△뇌전증 환자의 돌연사 : 뇌전증 환자의 돌연사는 일반 인구에 비해약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전증 환자의 사망 원인 중 6% 차지한다.
△퇴행성 뇌질환(파킨슨병, 진행성핵상마비, 다계통위축증, 피질기저핵퇴행증, 알츠하이머병, 레비소체치매, 전두측두엽치매 등) : 결국 장애 1급에 해당하는 후유증이 발생한다.
△중추신경계 감염(신경계화농성, 아급성/만성수막염, 곰팡이감염, 리케차, 원충, 연충감염, 바이러스감염 등): 결국 사망에 이르거나 장애 1급에 준하는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
△뇌정맥 혈전증: 한달 이내 사망률은 6% 이내이며, 5% 가량에서 중등도에서 고도의 기능장애를 나타낸다.
△중증의 만성패쇄성 폐질환:중증의 만성폐쇄성 폐질환는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자연경과 또는 급성악화이후 1급 장애 또는 사망에 이른다.
△기존 폐질환이 없던 환자가 급성호흡부전증이나 심한 폐감염 후에 후유증으로 호흡기장애 1등급이 되는 경우
△비브리오패혈증 또는 심부근막염 등으로 인해 양측 슬관절 이상에서 절단해야 하는 경우
△환자가 외과적수술을 거절하여 매우 위험도가 높은 중재술 시행 중 발생한 후유증

- 예, 가령 cerebral aneurysm, 크기가 커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환자가 거절해서 angioplasty나 coil embolization시행하다
- rupture, 대다수 high risk procedure들이 여기에 많이 해당할 것 같음
△중환자실 입실초기에 한 가지 이상의 장기부전을 보이거나 이에 대한 지지요법(인공호흡기, 신장투석기, 인공박동기, 에크모등)이 필요했던 환자
◇사망,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심폐정지상태로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후 혹은 패혈증 쇼크 상태로 뇌관류 저류에 의한 저산소증 뇌손상에 의한 의식불명 1개월 이상 또는 사망 
△당뇨환자가 저혈당에 의한 뇌손상으로 의식불명 1개월 이상
△뇌정맥혈전증, 뇌동맥정맥 기형 또는 해면혈관종 파열에 의한 뇌내출혈
△급성심근경색증: 급성심근경색증 입원 환자의 10% 전후에서 입원 30일 사망률이 보고되고 있음
△급성 간부전 등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도 “장애 1급으로 판정받은 수 있는 뇌성마비의 경우 산모의 자궁내감염, 저산소증 등이 원인”이라며 “자궁이완증이나 태반조기박리의 경우 과다출혈이 발생해 의식불명부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으로 분만 기피현상과 함께 병원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 불보듯 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제도는 피신청인의 절차 참여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신청인의 신청만으로 절차를 시작하도록 함으로써 조정절차의 본질을 심하게 훼손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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