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 “업무 급증 대비 기재부와 증원 논의”
중재원, “업무 급증 대비 기재부와 증원 논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1.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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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법 시행 따른 대응 상황

조정 처리기간 증가 및 의료계와 마찰로 인한 실효성 지적
박국수 중재원장 “고시개정 통해 의료계 의견 반영 노력”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분쟁조정법)' 개정 전에는 환자 측이 의료 분쟁 조정을 신청해도 의료기관 측이 거부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된 분쟁조정법이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등급 제1급'에 해당하는 경우 환자 측이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병원 측의 동의가 없어도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박국수 이하 중재원)의 할 일이 많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9월 28일 국정감사에서 개정 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의료분쟁 조정 개시가 연평균 725건에서 최소 900건 이상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의원이 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분쟁조정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 추진 현황'에 따르면 중재원이 개원한 지난 2012년 4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접수된 조정·중재 건수는 총 6744건이었고 이 중 2900건만이 개시돼 조정 개시율이 43.8%에 불과했다.

남 의원은 “법 시행으로 개시율이 크게 증가하고 중재원의 역할 역시 매우 커질 것”이라면서 “업무 증가에 따라 효율적인 인력운용과 업무절차 개선 등을 통해 문제없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은 “현재도 평균 조정 처리기간이 91일 정도로 법정 기간을 넘어서고 있다. 분쟁조정법까지 시행될 경우 업무 마비가 예상되고 현재 중재원의 인력도 정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질의했고 이에 박국수 중재원장은 “현원이 부족하게 보이는 것은 정원이 과다하게 책정됐기 때문”이라면서 “법 개정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증원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또 “신해철법 시행으로 인해 의사들의 방어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심도 있는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중재원이 환자와 의료기관 양측의 균형을 맞춰 업무를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소송기간 장기화 및 소송비용 과다로 인한 환자 부담과 의료진의 방어진료 등에 따른 의료비 상승 및 의료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2년 4월 출범했다. 

관련 법률에 명시된 중재원의 업무는 △의료분쟁의 조정·중재 및 상담 △의료사고 감정 △손해배상금 대불 △의료분쟁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의 연구·통계 작성·교육 및 홍보 △그 외 의료분쟁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등이다.

분쟁조정법에 따르면 중재원에서는 90일(최대 120일) 내에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조정·중재하도록 되어있다. 소송 진행 시 1심 판결에만 평균 26.3개월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르지만 현재까지의 평균 조정 처리기간이 91일로 초과되고 있고 조정 개시율이 100% 가까이 높아지더라도 조정 결과에 따르지 않고 불복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분쟁조정법 시행으로 의료기관이 강제로 조정에 참여하면 불복사례만 많아질 수 있다”면서 “이후 추가로 민·형사 소송까지 진행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은 법 시행 전보다 더 많이 소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법 제·개정 과정에서부터 의료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의료계와 중재원의 마찰이 발생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초 중재원은 보건의료인 및 법조인, 소비자단체 임원경력자 등 공정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가 50인∼100인으로 구성된 의료사고감정단에서 분쟁해결에 필요한 사실조사, 과실 및 인과관계 규명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돼 있었다.

이후 법 개정으로 인한 업무 급증에 대비해 조정위원과 감정위원 수를 100∼300명까지 확대했고, 조정위원 중 판사의 요건에 10년 이상 재직했던 사람을 포함하며, 조정신청 가능기간(10년)을 고려하여 보건의료기관과 관련된 조정위원의 제척기간을 완화하고 감정위원의 경우 비영리단체 위원요건을 변경했다.

이에 중재원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에 감정위원 추천을 의뢰했지만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의협이 불응의사를 밝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은 장애등급 1등급의 범위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른 장애로서 자폐성 장애 및 정신장애를 제외한 장애 중 그 장애등급이 1급에 해당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이에 의협이 장애등급 1급에서 기저질환 악화 및 합병증으로 인한 장애,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장애 등을 예외조항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시행규칙상 이의신청 사유에 대한 고시제정도 이뤄지지 않아 결국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의협 추무진 회장은 지난 11월 23일 기자브리핑에서 “제도 시행 과정에 의료계가 적극 협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중환자기피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불응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중재원이 요청한 비상임조정위원과 감정위원 위촉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더 나아가 추 회장은 “분쟁조정법에 위헌적 요소가 큰 대불금 비용 징수조항을 두고 있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인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재원까지 분만 산부인과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본질적인 문제가 개선되기 전까지 의료분쟁조정제도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협이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박국수 중재원장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의협의 요청에 따라 이의신청 범위를 확대하면 일주일 내 기각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포함돼 당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향후 고시 개정을 통해 수정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중재원 실무 관계자는 “중재원 개원 초기부터 의협이 협조를 잘 해주지 않아 이번에도 주로 병원협회를 통해 위원 위촉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개정법 시행 이후 아직까지 관련 사건 접수가 없어 인력 추가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지만 향후 업무 급증에 대비해 기재부와 인력보강과 예산확충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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