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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 '음악의 헌정' 바흐 작품 1079
요한 세바스찬 바흐 '음악의 헌정' 바흐 작품 1079
  • 의사신문
  • 승인 2010.01.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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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에게 바친 대위법 작품의 최고 걸작

프리드리히 대왕은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군주로 평소 즐겨 플루트를 연주하였고, 피아노포르테에 매료되어 열다섯 대나 보유하였다고 전해진다. 1747년 바흐가 62세 되던 해 그의 명성이 포츠담까지 전해져 궁전에서 열리는 실내악 연주에 초대되어 피아노를 시연해 보이게 되었다.

바흐는 프리드리히 대왕에게 즉흥연주의 소재가 될 푸가의 주제 하나를 즉석에서 지어달라고 하여 그 즉시 현란한 솜씨로 연주를 해 보인다. 이 자리에서 프리드리히 대왕은 바흐의 기량에 탄복하였고 라이프치히로 돌아온 후에 바흐는 대왕이 하사한 주제를 3성과 6성 캐논으로 다듬어 `음악의 헌정'이라는 제목을 동판에 새겨 헌정했다. 아래는 바흐가 프리드리히 대왕에게 `음악의 헌정' 사본과 함께 보낸 편지이다.

“그지없이 인자하신 국왕 폐하, 미천한 소인은 폐하의 위엄있는 손으로 직접 지으신 선율의 가장 고귀한 부분으로 만든 이 `음악의 헌정'을 바칩니다. 소인이 일전에 포츠담에 머물렀을 때 피아노로 푸가를 시연할 주제를 폐하께서 하나 주셨는데 그것을 가지고 전하 앞에서 연주한 일이 생각나옵니다. (중략)…당시 소인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하께서 하사한 그 멋있는 주제에 걸맞은 연주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폐하께서 주신 주제를 다시 완벽하게 다듬어서 이 세상에 알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폐하의 충직한 시종, 작곡자 바흐로부터-라이프치히, 1747년 7월 7일”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이 곡을 헌정받은 프리드리히 대왕 자신은 훗날 이 곡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바흐는 4성, 5성, 6성 급기야는 8성 푸가를 만들기도 하였다고 한다. 6성 푸가의 위대함을 논하자면 6성 푸가를 즉흥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눈을 가리고 60여 명의 상대와 동시에 체스를 두어 이기는 것에 비견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푸가의 기법'과 함께 대위법 작품의 최고의 걸작인 `음악의 헌정'은 하나의 3성 푸가와 6성 푸가 열 개의 캐논과 하나의 트리오 소나타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이 곡집에 나오는 캐논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였다. 하나의 주제를 모방하여 돌림노래와 같은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을 포함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동일한 주제를 반복시킬 뿐만 아니라 속도를 다르게 하기도 한다. 또 원래의 주제가 상향진행이었다면 캐논에서는 하향 진행하는 방식으로 선율을 만들기도 하였다.

제1곡은 3성 `리체르카르(ricercare: 반복되는 푸가형식)'라고 제목이 붙어있으며 즉흥성이 짙은 환상적 표현을 느낄 수 있다. 제2곡은 2중 옥타브에 의한 캐논으로 시작과 끝이 맞물려 무한히 반복할 수 있는 무한 캐논이며, 제3곡은 왕의 주제에 의한 여러 가지 캐논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곡으로 바흐의 유머러스한 작곡기법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 곡의 악보 여백에 `조가 상승할수록 페하의 영광도 높아질 것입니다.' 라고 적어놓았다 한다. 제4곡은 캐논풍 푸가로 두 성부로 이루어진 풍성한 푸가를 들을 수 있으며, 제5곡은 6성의 `리체르카레'로 바흐의 치밀한 푸가 기법을 느낄 수 있다. 제6곡은 2성의 캐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7곡은 4성 캐논으로 대왕이 준 주제와 3개의 대위구가 사용되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캐논이다. 이 곡에 심취하여 듣다보면 바흐의 움직임에 블랙홀처럼 빠져들게 된다. 제8곡은 플루트와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트리오 소나타로 1악장 `라르고', 2악장 `알레그로', 3악장 `안단테', 4악장 `알레그로'로 이루어져 있어 소나타 형식도 느낄 수 있지만, 푸가와 캐논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마력에 빠지게 하는 곡이다. 제9곡은 무한의 캐논이라는 제목이 붙은 트리오로 시작 음과 끝 음이 맞물려 있는 반행의 무한적인 캐논을 역시 지니고 있어 자유롭고도 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들을만한 음반 : 칼 리히터(쳄발로), 헤드비히 빌그람(비올라 다 감바), 오렐 니콜레(플룻), 오토 뷔하너(바이올린)(Archiv, 1963);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쳄발로), 지그발트 쿠이켄(바이올린), 바르톨트 쿠이켄(플룻), 비란트 쿠이켄(비올라 다 감바)(Seon, 1974); 칼 뮌힝거(지휘), 슈투트가르트 쳄버오케스트라(Decca, 1961)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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