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55 (목)
점검-의약분업 5년
점검-의약분업 5년
  • 승인 2005.07.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점검-의약분업 5년

 

국민불편/의료비증가등 근본취지 퇴색

 

밀실야합 편파적 제도에 의료계 `신음'

 

객관적 재평가 통한 합리적 개선 `시급'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의료계의 반대 속에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만 5년이 되었다. 2000년 7월 시행이후 지난 5년의 세월동안 의약분업제도가 국민건강에 미친 영향과 성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나 단 한번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논란이 되어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약분업 시행 5년을 맞아 의약품 오남용의 방지와 약사의 불법진료 근절 그리고 국민의료비의 절감을 내걸었던 의약분업에 대해 반드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를 위해 정부가 아닌 국회에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약분업재평가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의약분업 시행 5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의약분업 실시 전제조건인 약사의 불법 임의조제 금지는 제도적 장치를 하지 않은 반면 의사의 고유권한인 약의 투약조제행위만 박탈했다”고 밝히고 “의료비 절감과 약의 오남용을 막겠다던 정부의 의약분업 실시 주장은 국민부담 증가와 엄청난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등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1999년에는 전무하던 조제료가 2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이후 급증하여 2000년 3896억원이던 것이 2001년 1조4349억원, 2002년 1조7419억원, 2003년 1조8083억원 그리고 금년에는 2조원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불필요한 건강보험재정 손실과 국민의료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2월 실시된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 의약분업 이후 의료비용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55.1%로 감소했다는 응답 5.2%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에서도 이미 입증됐다.

#불필요한 조제료 부담 급증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는 또 의약분업으로 인해 매우 불편해졌다는 응답이 28.6%, 약간 불편해 졌다는 응답이 39.1%인데 비해 매우 편해졌다는 응답은 3.7%, 약간 편해졌다는 응답은 13.2%로 나타나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국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줄어들지 않은 것을 증명했다.
 한편 국회 이원형 의원도 2003년 국정감사 자료에서 지난 3년동안 실시한 의약분업의 비용평가 결과 국민 추가부담이 총 7조8837억원이며 그중 약국조제료가 4조7697억원에 이른다고 밝힌바 있다. 또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중 56.7%가 의약분업 시행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49.6%가 의약품 오남용 방지효과가 없다, 74.6%가 의료기관 이용이 불편해 졌다고 응답했고 73.2%가 의료비 지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같은 국민 불편과 의료비 증가에 따라 지난해 2월에는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북 산청군 신안면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한국질환단체총연합 산하 한국백혈병환우회에서는 백혈병 등 중질환에 대해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 5월에는 일반국민들의 `의약분업 철폐를 주장하는 모임'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활동을 하고 있다.

 

#항생제 사용량도 줄지 않아


 정부는 또 의약분업 시행으로 항생제 사용량이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같은 항생제 처방 감소는 의약분업 효과가 아니라 약제적정성 평가의 결과일 뿐이며, 제약회사의 항생제 생산 및 수입 실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항생제 사용량은 실질적으로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약분업 후에도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단속지침에 근거한 불법진료 유형 가운데 약국의 불법 임의조제등 대부분의 행위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가 과연 단속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생각이다. 복지부는 단속지침을 약사법과 의료법 시행규칙에 규정하여 지속적인 단속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5년동안 한두차례의 형식적인 단속만 했을 뿐이며, 이같은 형식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약사들의 불법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실제 위반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불법 임의조제 여전히 기승


 지난해 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15.7%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현실에서 급기야 지난해 7월에는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전문의약품을 10년 넘게 지어먹은 환자가 부작용으로 불치병에 걸린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 의료계는 약사들의 무면허 의료행위 및 불법 조제행위 근절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줄 것을 강력히 건의했으나 당국의 가시적인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의약계 상호간의 불법 임의조제에 대한 고발과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맞고발 사태로 이어졌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안약·연고제 등을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입할 것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려 했던 서울시약사회는 금년 6월부터 국민불편 해소라는 미명아래 서울지역 전 약국을 대상으로 동일성분조제 참여운동을 전개, 노골적인 대체조제 확산을 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의약분업의 근본취지와 틀을 훼손하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처럼 심각한 약사들의 불법 임의조제 문제는 의약분업 5년이 된 오늘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약대 6년제 추진과 연계되어 더욱 파괴력 있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계는 약대 6년제에 약사가 의사노릇을 하겠다는 속셈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약대 6년제, 분업 파기행위


 5일 개최된 약대 학제개편 공청회를 앞두고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朴漢晟서울시의사회장은 “약대 6년제의 속셈은 2년간의 임상약학 공부를 무기로 약사가 진료를 통한 임의조제 행위를 합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하고 “이는 감기 등 경질환을 약사들이 직접 치료하고 성분명처방을 기정사실로 한 대체조제를 관철하여 의사의 처방전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朴漢晟회장은 “만일 정부가 약대 6년제를 실시할 경우 우리는 이를 의약분업의 근본취지를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의약분업을 파기하고 국민선택분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서울시의사회 朴永佑법제이사도 “약사단체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임의조제, 대체조제, 문진 등 자신의 불법행위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고 “만에 하나 약대 6년제가 관철된다면 의료계에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시행되고 있는 현행 의약분업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시도의사회장회의를 개최하고 “정부가 약대 6년제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의약분업제도를 정부 스스로 파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강행한다면 전국 8만 의사도 병·의원에서 환자에게 약을 직접 조제할 것이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단 일동의 이름으로 채택된 성명에서는 “정부의 실패한 의약분업제도로 인해 2000년 7월부터 2005년 말까지 무려 9조1107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건보재정이 약사 조제료로 투입될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하고 “실패한 의약분업 시행 5년을 맞은 지금 약사들은 전국에 걸쳐 횡행하고 있는 불법 조제와 불법 임의조제도 모자라 이제는 정부와 밀실야합을 벌여 약대 6년제를 강행하고 의사의 진료권까지 강탈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천명했다.

#국회내 범국민 평가위원회 절실


 
 제도시행 5년이 되었지만 올곧게 정착되지 못하고 계속 삐걱거리고 있는 의약분업. 이제는 의료계뿐 아니라 정부도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의약분업 평가 및 발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 자신이 평가를 받아야 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내에 의약분업 평가 및 발전위원회를 설치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정부 산하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보건산업진흥원과 의약분업 시행에 앞장섰던 시민단체들이 평가위원으로 위촉될 경우 의약분업 정책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약분업제도는 사회·경제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제도로 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의약분업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중심으로 평가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그간의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올바르게 검증하고 평가하여 합리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의 주장처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주도하는 범국민 의약분업제도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평가 작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김규창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