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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컬트차 이야기 닛산 마치<상>
작은 컬트차 이야기 닛산 마치<상>
  • 의사신문
  • 승인 2010.01.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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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즐거운 토이'가 될 수 있다

필자의 놀이 세계중에 리스프(LISP)라는 언어가 있다. 리스프는 상당한 기간 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SICP라는 책의 번역에도 참여했다. 한때 프로그래머였던 필자는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글을 쓴 IT 컬럼니스트이기도 했다. IT산업이 절정이던 옛날이나 불경기라고 하는 지금이나 영양가 있는 글을 쓴 적은 별로 없었다. 항상 칙칙한 색을 고수했다. 그리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들이 많았다. 때로 컬럼들은 인기가 없는 것을 넘어 “우∼”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 중의 하나는 코엑스 컴퓨터 전시회에 다녀와서 요즘 핸드폰이 너무나도 재미가 없으니 차라리 프로그래밍 기능을 넣어 토이로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였다. 핸드폰 때문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려고 들지도 않을 터이니 레고의 장난감 마인드스톰에 들어가는 브릭(brick)언어로 코딩하면 된다는 논지였다. 브릭언어는 말 그대로 DNA 조각처럼 생긴 색깔 블록을 갖다가 놓으면 코딩이 되는 장난감용 언어였다. 그러면 적어도 코딩을 할 수는 있다. 아예 핸드폰을 프로그램 가능한 장난감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논지의 글은 IT기계의 숭배에 대한 갑갑함을 솔직하게 적은 것이었다. 반응은 역시 “우∼”였다. 사실 나왔으면 재미있을 뻔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브릭언어는 브레인스톰이라는 개념을 발명한 세이무어 페퍼트 개념의 확장이었고 LOGO라는 언어의 연장이었으며 LOGO는 결국 LISP이었다. 쉽게 만들어 아무튼 브릭은 유아들도 코딩 가능한 언어이니 어렵지는 않은 것이다.

얼마 지나자 예상했던 것보다는 덜 장난기 어린 그러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갖는 몇 가지 장난감이 등장했다. 그 중의 하나가 한창 시끄러운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프로그래밍 기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이폰은 요즘 갖고 싶은 리스트의 1순위에 올라가 있지만 핸드폰 번호를 바꾸어야 한다고 해서 고민이다(현재의 번호를 10년째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번호를 바꾸지 않으려면 한 대를 더 사야 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새번호로 어떤 사람들은 구 번호로 걸 것이다). 아이폰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기사들도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막지는 못한다.

사람들의 진정한 장난감이 되려고 하면 핸드폰 기능을 자신에게 맞게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 고치고 바꾸는 일이 합리적이건 아니건 사람들은 자신이 그 안에 충분히 참여했다고 하는 안도감이 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아이들이 핸드폰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꾸미고 바꾸는 일은 일종의 본능이다.

우리가 햅틱(촉각적)이라고 부르는 감각은 사람들이 일의 진행과정이나 사용에 밀착하고 만져지듯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합리와 비합리를 가르는 것은 본능을 막는 일이다. 사람들이 촉각적 감각과 참여 또는 몰입같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우기는 기업들은 일찌감치 비싼 값을 치루어야 했다. 이 이야기는 필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샬맥루언의 미디어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TV가 당시의 다른 매체에 비해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느낌을 이끌어 냈고 TV에 맞는 새로운 문법을 논했던 것이다. 참여라는 것이 정치논리가 아니라 개입이나 실제로 그 속에 있는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조금 이해가 쉬울 것이다. 맥루언은 너무 완성도가 높은 미디어는 사람들의 참여를 자동적으로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라는 단어로 변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맥루언이 조금 더 살아서 인터넷 시대에 커멘트를 달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 속에는 차가 왜 애완 동물 같은 것인가를 적은 부분이 있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유럽차는 미국인의 관점에서 도로의 사람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 인기를 설명하거나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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