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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 의료와 법 그리고 사회
[구의사회장단 칼럼] 의료와 법 그리고 사회
  • 의사신문
  • 승인 2016.12.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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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중랑구의사회 회장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규정을 상향하는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내용의 약사법, 의료기기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만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설명 의무법의 경우 적용되는 의료행위를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로 한정하고 벌칙을 형사처벌에서 과태료로 낮춰 통과됐다. 하지만 의료계 입장에서는 또 다른 규제가 추가된 셈이다.

의료계의 수용 능력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지만, 환자의 불만과 민원은 늘어만 가고 국회는 포퓰리즘 입법을 멈추지 않는 듯 하다.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이 위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보건복지위원회 통과 후 일사천리로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그랬다.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한계에 다른 현재의 헌정 시스템에 대한 민심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정치권의 무능과 언론의 무책임함, 국민의 조급함이 모두 포함돼 불거졌다. 의료계는 이미 이런 경험을 많이 해왔다.

탄핵으로 온 나라가 북새통인 와중에도 미디어나 국회나 의료 서비스를 단순 소비재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지킬 수 없는 법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범법자 회원도 증가하는데, 세이프 하버는 어떻게 만들고 회원들에 대한 법률적인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전무하다.

법질서와 함께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의료계가 독자성을 상실하고 체제에 종속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사들의 피땀으로 이룬 학식에 대한 지적 재산권은 지켜지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단순 소비제화하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독자성을 회복할 것인가?

의사들이 법조계 등 여러 관공서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개별적인 행보를 하기 때문에 방패막이가 되지 못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뿐만 아니라 또한 의료법상 모든 의사면허 소지자는 하나가 되도록 돼 있음에도 의료 체계의 자율성을 위한 공조가 부족하기 때문에 포퓰리즘 사회에 종속되고 있다. 

의학과 임상적 관점 등에 따라 지나치게 세분화된 의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의협의 직계 하부 구조를 강화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제도에 대한 일반회원의 관심 또한 시급하다. 건강보험재정과 실손보험제도에 의해서 돌아가는 의료시장은 의학 기술과 더불어 국민과 타협할 수 있는 제도적 능력에 좌우된다.

무수한 관치 제도에 대처하기 위해 정치 세력화를 모색 중이지만 위기에 도달한 정치권과 현재의 헌정 체계에서 정치의 양단에 머무르기 보다는 사회적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리더십은 정치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과의 소통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의사들의 정당 참여와 국회의원 후원이 필요하지만 참여도는 저조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에도 부족하다. 정치 상황은 변화하는 것일 뿐이다. 변함없는 인간의 가치를 수호하는 전문가로서 사회의 변함 없는 가치를 수호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

경영의 문제가 의료계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인 것이며 대한민국 경제상황이 좋아진다면 경영 또한 개선될 수 있다. 

대한민국 의사가 10만이 넘고 지금도 한 해에 3천명 이상 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좁은 진료실 안으로만 들어가려고 해서는 시대적 변화를 놓치고 도태될 위험이 크다.
직역과 전문과를 뛰어넘고 회비 납부를 초월해서 모든 의사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와 진료실 밖으로의 과감한 소통이 이뤄져야만 의료계의 사회적 리더십과 정치력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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