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0:55 (수)
"정부 지원 없는 호스피스연명의료법, 실효성 의문"
"정부 지원 없는 호스피스연명의료법, 실효성 의문"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12.07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세미나 개최…법안 후속조치 전무-예산 부족 지적

2018년 2월 시행을 앞둔 호스피스연명의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법이 제정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국민연명의료관리기관 설치 등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음은 물론 책정된 예산 또한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윤영호 단장은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윤 단장은 "법 제정 이후 1년이 다 돼 가고 있는데 후속조치의 기본원칙과 방향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법의 안착을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병원 내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강제성이 별로 없다. 호스피스 인프라 구축과 관리방안 또한 함께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는 관심도 없고 예산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에서는 법 시행을 지연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연명의료 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호스피스와의 공동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규모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포함된 연명의료관련 예산은 28억원으로, 전문가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대목동병원 이영주 교수(응급중환자진료과)는 "정부가 연명의료를 아주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 전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1900여곳, 요양병원도 1300곳에 육박하는데 DB구축만 해도 28억원으로 부족하다. 처음부터 큰 프로젝트로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김명희 사무총장 역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지원·교육·상담·감시·감독 등을 모두 수행하는 서비스기관이 돼야 한다"면서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현재 연간 장기기증자 2500명을 위해 35명의 직원을 두는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연간 약 3만여명의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관리하는 기관에는 고작 28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며 "이 중에서도 인건비는 직원 5인의 6개월분 밖에 책정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윤영호 단장은 연명의료 중단으로 절감되는 많은 의료비를 호스피스-연면의료 관련 기금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단장은 "불필요한 생명 연장을 위한 비도덕적인 의료집착을 없애고 오히려 그 대상자에게 윤리적인 호스피스를 제공해주자는 것"이라며 "예산추계로도 5년간 1조원이 절감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체계 전체를 움직여야 한다. 이런 기금운용 없이는 법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의료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정부는 국회의 입법 정신 고려해 집행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했다.

보건복지부 황의수 생명윤리정책과장은 "한 술에 배가 부를 수 없다. 연명의료 중단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시행되는 만큼 국회에서 정해준 법의 내용에 맞게 신중하게 시행해 나가겠다"면서 "하위법령은 올해 말까지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내년 초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전문가의 의견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