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늘어나는 에이즈…예방·지원 대책은?
한국에서만 늘어나는 에이즈…예방·지원 대책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6.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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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이즈의 날 기념 건강증진포럼 국회서 열려 각계 전문가 논의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에이즈 예방 및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포럼이 열려 주목된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회장·정인화)는 지난 2일 오후 1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에이즈 예방지원 건강증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시 감염병관리본부 김정미 연구교수는 서울시 에이즈 사업의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지난 1985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에이즈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까지 전국에 1만 명 이상이 감염돼 있고 이 중 3,800여 명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 에이즈 감염인 정책은 △감염인 진료비 지원정책 △시민예방교육 및 홍보 △검사 및 상담 △서울시보건소 신속검사사업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면서 “이를 통해 지난 2014년 1.8%에 달했던 익명검사 양성율이 2015년 0.6%, 2016년 9월 기준 0.4%로 감소했고, 익명검사 예측도는 2014년 61.2%에서 2015년 69.9%, 2016년 9월 기준 70%로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이즈 진료비 집행 예산이 충분하지 못해 누적부족액이 19억9,800만 원에 이르고 인력 역시 부족해 감염병 발생 시 현장에서 일해 달라는 요구가 매우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서울시의 계획으로 △HIV신속검사 활성화 방안마련 △HIV 감염인 조기발견 및 타인전파방지 △익명 검사방법 통해 확인된 HIV 감염인 대상 실명전환방법 모색 △실명 전환한 HIV 감염인 대상 병의원 연계 통한 치료연계방안 모색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케이피앤플러스 손문수 상임대표는 에이즈 환자들의 진료거부 및 의료차별,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의경이 헌혈로 HIV 양성의심을 통보받은 후 경찰병원으로 긴급 후송됐고, 해당부대는 부대원 전원에 대한 강제검사와 내무반 소독까지 진행하면서 질병정보가 노출됐다는 언론보도를 소개했다. 또한 밤 11시에 일방적으로 병원으로부터 에이즈 감염 사실 통보를 받고 환자가 자살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HIV감염인/에이즈 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 혐오를 조장하는 등 에이즈를 나쁜 질병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리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감염 사실만으로 격리병실로 분리할 이유가 의학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없고 통상적인 감염 예방과 주의지침으로도 진료 진행에 문제가 없음에도 의료과정에서 지속적인 차별, 진료거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방과 피해자의 구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에이즈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효과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에이즈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효과적인 방법은 사전화학적예방요법(PrEP)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다시 말하면 임신을 피하기 위해 임신 진단 키트를 이용하고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처럼 에이즈 감염을 피하기 위해 자판기에서 검사진단용 키트를 판매하고 노출 전 약을 복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누구나 손쉽게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주 4회 이상 복용자는 감염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듯이 약만 잘 복용하면 거의 100%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더 나아가 프렙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과 의료인들도 대부분 프렙의 효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렙으로 인해 감염자들이 자가진단을 쉽게 함으로써 좌절하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자동차 사고로 사람들이 많이 죽으니 차를 만들지 말자는 주장과 다름없다”면서 “이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전화학적예방요법을 활성화하는 것뿐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네 번째 발제를 맡은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교수는 에이즈 감염 조기발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에이즈 감염인은 발견 즉시 치료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검사 기회를 놓쳐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면서 “이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이 너무나 높고 젊은 나이에 발견되자마자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에이즈 감염인의 치료접근성을 위한 효과적 방안으로 “무엇보다 발견 즉시 치료할 수 있도록 각종 장벽을 없애야 한다”면서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조기에 검사를 제공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여 안정적 치료를 유지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료진들도 에이즈에 대해 막연히 두려움만 갖고 있고 정확한 지식이 없어 무작정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교육 중 HIV 관련교육을 평균 2시간 정도 받게 하는 등의 교육·홍보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감염내과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가 끝나고는 패널토의가 이어졌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에이즈로 진행된 HIV 감염인의 원인이 에이즈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는 단적인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면서 “무엇보다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 인식(불치병, 죽음, 문란한 성관계)의 원인들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감염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윤리교육과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통상적인 소독법으로 HIV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등의 의료인 교육이 필요하고, 에이즈는 많은 복합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병이 중할 때 상급진료기관에 신속히 진료 의뢰할 수 있도록 진료전달체계 활용방안 모델 연구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HIV 환자가 35%나 줄어드는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매년 1,000여 명씩 급증하고 청소년층과 20대의 감염이 급증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원인 중 하나가 우리나라 젊은층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물 등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건전한 문화 컨텐츠를 차단하고 제어할 법적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제 HIV 감염인들도 남들에게 환경변화를 주문하는 단계에 머물지 말고 감염경로에 대한 정보를 의료진과 역학분석팀에게 잘 전달하고 위험한 성행위를 피하도록 권면하는 일에 앞장서는 등 용기를 내어 당당하게 감염방지와 예방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장은 “에이즈 치료법이 과거에 비해 굉장히 발달됐음에도 감염률이 줄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검사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모든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의무화하고 익명검사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는 만큼 외국인 대상 익명검사도 중요하다”면서 “내국인처럼 보건소에서 외국인도 익명검사할 수 있게 하고 외국어서비스까지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민석 에이즈인권재단 관계자는 “청소년 감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콘돔사용법이나 성교육 등이 자유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청소년들에 대한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부 선진국에서는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약값 지원이 후불제로 돼 치료율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의학적 효과가 입증된 프랩에 대해 하루 빨리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이 끝나고 정인화 회장은 총평을 통해 “에이즈 예방·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재정지원이며 또한 의사들에 대한 감염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기 꺼려했던 에이즈에 대해 이렇게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큰 다행으로 생각한다. 에이즈 박멸을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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