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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가는대로 가다보니 12년…그림 열정 충만
붓 가는대로 가다보니 12년…그림 열정 충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6.12.05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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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구의사회의 동호회를 소개합니다' 〈2〉 -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

`그림은 절대로 타고난 재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인 훈련과 노력만 있으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책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한 구절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두뇌와 인내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긴 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풍경을 보며 각도를 잡고 붓을 흘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그림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 있다.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그림은 `친구'·`감동'·`유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

동호회는 2004년 1월에 만들어졌다. 초대회장은 김홍렬(당시 예동의원) 원장이 맡았다. 여기에 김홍렬 회장의 오랜 벗이자 화가인 박수영 화백이 함께 했다. 

박 화백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 동호회를 찾아오는 의사들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그림의 제일 기초인 데생부터 가르치며 키워내고 있다.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가 생겨난 계기는 김홍렬 초대 회장의 역할도 컸지만 당시 은평구의사회 김영호 회장의 도움도 컸다. 김영호 회장이 은평구회관을 동호회 모임 장소(작업장)로 사용해도 좋다고 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영호 회장은 `의사회의 위상과 회원들의 모임을 위한 회관이 필요하다'는 의사회 원로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2003년 지상 6층 높이의 회관을 지었다. 하지만 회관을 건립하고 보니 1년에 연수강좌 4번, 망년회 1번, 총회 1번 등 회관 사용이 많지 않아 아쉬운 감이 있었다.

이 때 미술동호회 김홍렬 회장이 회관을 동호회 작업실로 사용을 해도 되겠냐는 의견을 물었고 이에 김영호 회장이 흔쾌히 승낙하면서 동호회가 활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홍렬 회장은 회관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미술동호회 활성화를 위해 2004년부터 회관을 회원 7∼8명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교육의 장(화실)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정상 폐업한 회원이나 다른 구로 이전한 회원들로 인해 4명의 회원만 활동하고 있다. 

환자의 아픈 곳을 치료하고 돌보는 의사가 직업인 이들이 처음부터 화가 같은 그림 솜씨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림의 가장 기초인 `데생'조차 모르던 새내기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과 `그림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 회원들은 그림의 초급 단계인 손가락 그리기 데생과 스케치를 시작으로 조각상을 그리고, 중급 단계인 수채화를 배웠다. 이어서 고급 단계인 대학생 수준의 유화까지 섭렵했다.

넓은 강당 캔버스 위에는 회원들이 몇달째 그리고 있는 `바다와 파도, 그리고 푸르른 하늘', `산과 하늘과 나무', `활짝 핀 꽃' 등의 미완성 작품들이 놓여 있었다. 미술동호회 모든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박수영 화백으로부터 1:1로 그림에 대한 평가와 가르침을 받는다. 은평구의사회에서는 동호회 활동비로 1년에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집기나 용품 등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구입해 사용한다. 

또 회원들은 회관을 무료로 사용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조용하게 그림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다른 구에서 그림을 그리는 의사 회원들의 부러움을 사는 부분이다.

현재 전국 의사회 각 지부마다 미술동호회가 구성돼 있지만 은평구의사회처럼 구 회원들로 결성된 곳은 없다. 그림을 지도해 주는 화백도 없다. 그림을 그리는 의사 대부분이 개인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에 들어오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고 한다. 

은평구의사회는 지난 2010년 전시회도 열었다. `은평 의인 미전'이라는 주제로 9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했다.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가 출발한지 7년만이었다. 

또한 미술동호회는 3년에 한번씩 대한의사협회 총회 날 진행되고 있는 의인미술전람회에도 작품을 내놓는다. 이 의인미술전람회는 전국에서 그림을 그리는 의사 회원들의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는 자리다. 

동호회는 아직 의인미술전람회 이외의 다른 전시회 출품 계획은 없지만 전시회를 위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언제든지 전시회를 가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림은 정겨운 친구이자 감동과 유산”
어렵다는 편견 버려야…기초부터 강의 `열정'만 있으면 충분

이해진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장

“그림은 성격을 차분하게 하는 한편 정신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편안하고 따뜻한 마성의 매력이 있습니다.” 현재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해진 원장의 말이다. 

이해진 회장(이해진 소아청소년과의원)은 진료 이외의 시간을 그림을 그리는데 보내고 있다. 이 회장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보니 주변에선 “박사학위도 따겠다”라는 말을 할 정도라고 한다. 

이 회장이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와 함께 한 시간도 올해로 12년째다. 김홍렬 초대 회장에 이어 동호회 회장을 맡은지도 벌써 7년째다. 그는 미술동호회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이런 그에게 미술동호회에 대해 들어봤다. 

이 회장은 “사람들이 `그림'하면 일단 `어렵다'라는 생각에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존 회원들과의 실력차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동호회의 문을 두드렸다 돌아서는 회원들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동호회는 실력 차이도 중요하지 않고, 욕심만 앞서서도 안된다”면서 “그림을 하루아침에 뚝딱 하고 그려낼 수 없는 것처럼 시간을 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붓이 가는대로 흘러가면 빛을 발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그림은 마음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두뇌'가 필요한 작업”이라며 “자신감이 없거나 시간에 쫓기면 결코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많은 인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의사들이 동호회 활동을 한다는 것이 보통 인내심으로는 어렵다.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아픈 환자들을 진료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림은 한자리에 앉아 깊은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회장은 “현재 동호회 회원이 4명에 불과하다. 연령층도 55세에서 80세로 젊은 층보다는 원로회원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지 동호회 문을 두드려 줬음 좋겠다”고 한다. 

그는 “은평구의사회 미술 동호회는 단지 그림만 그리는 모임은 아니다. 서로 그림에 대해 의견도 교환하고, 살아가는 이야기, 의료계 정책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는 소모임이나 다름없다”며 “집에 돌아가는 순간까지 그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특히 그림에 대해선 서로 아이디어를 내놓고 조언도 하면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고 보완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회장은 “다들 다른 스케줄까지 취소하고 매주 목요일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하고 있다. 대부분 1년에 1∼2번 밖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열정적”이라며 회원들에게 고마워했다. 

그림 그리기에 열정적인 은평구의사회 미술동호회 회원들에게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이해진 회장은 “그림은 차분한 성격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기까지 긴 인내가 필요하지만 완성된 후 오는 쾌감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다”며 “이런 행복에 그림에 더 빠져들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재상 회원은 “그림은 `감동'인 것 같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혼자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연히 미술동호회를 알고 가입해 활동하다 보니 행복하다”면서 “선배들과 함께 있다는 것, 그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연을 만나 느끼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진국 회원은 “그림은 유산이라고 말한다”며 “그림은 나뿐만이 아니라 내 자손, 더 넓게는 많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해진 회장은 “나이가 들수록 취미가 필요하다. 그림의 좋은 배경을 찾아 여행을 가고, 조용히 사색을 즐길 수 있다”면서 “정신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그림만큼 좋은 취미생활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림은 강사가 가르치는 대로 배우다 보면 실력이 높아지게 된다. 어렵게 생각하면 접근하기 힘들다”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정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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