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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찬란' 그림같은 풍경과 맑은 공기에 행복
`오색찬란' 그림같은 풍경과 맑은 공기에 행복
  • 의사신문
  • 승인 2016.12.0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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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산 우이령길 - 40여 년간 숨겨져 있던 서울의 속살

왠지 소수정예라는 말에는 마음이 끌리는 법이다. 다음 둘레 여행지를 찾아 머리속으로 강원도와 전라도, 경상도를 바삐 오갈 쯤 북한산 우이령길이 떠오른 건 아마도 그 때문인 것 같다.

가까운 서울에 있지만 예약을 않고는 갈 수 없다는 그 말에. 북한산 단풍이 가장 예쁘리라 했던 11월 초로 서둘러 예약을 마치고 날을 기다렸다.

■시대의 아픔을 같이 한 우이령길

집을 나서니 걷기 딱 좋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얼굴을 간질인다.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내리니 북한산 둘레길을 알려주는 푯말이 전봇대 위에서 반갑게 맞는다. 우이동 계곡길을 따라 늘어선 음식점들을 뒤로하고 가쁨 숨이 쉬어질 쯤 본격적인 우이령길 시작인 우이동 탐방지원센터가 보인다. 

우이령(소귀고개)길은 도봉산과 북한산이 맞닿은 곳에 있는 총 4.5Km의 길이다.

1968년 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사건으로 인하여 출입이 전면 금지되어 40여 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없어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고 화강암이 풍화되어 생긴 흙인 마사토로 길이 덮여 있어 맨발로 걷기에도 그만이다. 더욱이 하루 1000명만 예약을 통해 받는 관계로 날씨 좋은 주말 오전에 가더라도 차분하게 자연을 음미하며 걸을 수 있다.

30여분을 걸어 오르자 단풍나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예쁜 산책길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새빨간 단풍나무와 황토빛의 떡갈나무, 고고히 푸른빛을 유지하는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이런 장면을 놓칠 수 없어 잠시 쉬면서 사진을 찍어본다.

다시 걷기를 시작하고 얼마 후 말로만 듣던 우이령 고개가 나타났다. 6.25 전쟁의 부산물로 남아있는 대전차장애물이 서 있는 곳이 말로만 듣던 우이령 고개였다. `시대의 아픔을 같이 한 우이령길'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닿는다.

■숲이 말을 걸어온다, 마음이 열린다.

고개를 넘어서자 멀리로 5개의 봉우리가 오색찬란한 단풍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었다. 조금 아래에 있는 오봉전망대에서 오봉의 유래를 읽고 다시 바라보니 웅장한 규모와는 달리 정겨움이 느껴졌다. 오봉을 뒤로하고 중간 중간 숲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적힌 안내판들을 읽으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숲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다. 

여러 나무가 섞여 있던 숲이 어느 덧 푸른 숲으로 색을 달리하는가 했더니 솔 향 가득한 길로 접어들었다.

안내도에는 `숲이 주는 혜택, 천연의 공기 청정기'라고 써 있다. 과연 이게 서울 공기인가 싶을 정도로 맑고 달다. 나도 모르게 머리가 투명해지고 가슴이 트이는 듯 했다. 잠시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하며 좋은 공기를 몸 안 가득 담는다.

산행 중간에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담소하고 여러 풍경을 사진 속에 담는 동안 시간은 어느 덧 2시간 반이 흘렀다. 점심을 갓 넘긴 시간, 기분 좋은 허기를 느끼기 시작할 때쯤 종점인 교현탐방지원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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