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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거쉬인 〈랩소디 인 블루〉
조지 거쉬인 〈랩소디 인 블루〉
  • 의사신문
  • 승인 2016.12.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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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78〉

■고전과 현대의 통섭이 낳은 충격적이고 우아한 테피스트리

1924년 2월 12일 뉴욕의 에올리언 홀에는 `현대 음악의 실험'이란 제목의 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공연에서는 26세 청년 거쉬인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폴 화이트먼이 지휘하는 재즈 밴드 악단이 연주를 맡았다. 이 곡이 바로 〈랩소디 인 블루〉로 이날 서양 음악사는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클래식 음악의 고전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재즈의 선율이 태피스트리처럼 멋스럽게 짜인 우아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주는 새로운 음악 장르가 탄생된 것이다. 

1922년 어느 날 당시 `재즈왕'이란 별명을 지녔던 지휘자 폴 화이트먼은 우연히 거쉬인의 단막 오페레타 〈블루 멘데이〉를 보고 그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때 화이트먼은 거쉬인에게 흥행에 실패한 이 작품을 새롭게 편곡할 것을 권유했다. 이미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콘서트를 열어 흥행에 성공한 경험이 있던 폴 화이트먼은 거쉬인에게 `협주곡 형식의 재즈 작품'을 의뢰하지만 거쉬인은 시간이 없다며 거절하였다. 어느 날 브로드웨이 당구장에서 거쉬인과 함께 당구를 치던 그의 형이 우연히 〈뉴욕 트리뷴〉지에 난 화이트먼의 `미국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사의 마지막 구절에서 “조지 거쉬인은 재즈 협주곡을 작곡 중이다”라는 글을 보게 된다. 이 기사를 보고 놀란 거쉬인은 다음날 화이트먼에게 전화를 한다. 화이트먼은 자기의 라이벌인 빈센트 로페즈가 이미 재즈와 클래식을 섞은 자기 곡을 표절하여 선수를 치려한다고 하자 거쉬인은 마침내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서둘러 작품을 쓰기 시작한 그는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작품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훗날 자신의 전기 작가 아이작 골드버그에게 그때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건 기차 안이었다네. 열차 바퀴가 선로 이음새와 마찰하는 덜컹거리는 소리는 내겐 좋은 자극이 되었지. 종종 큰 소음 속에서 음악을 듣곤 하네. 거기서 갑자기 〈랩소디 인 블루〉의 주제가 번쩍하고 떠오른 거야. 마치 악보에 이미 적혀있는 것처럼… 다른 어떤 주제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 주제 선율은 이미 마음에 있었고 그건 마치 미국을 묘사하는 음악적 풍경이었다네. 거대한 용광로와 같은,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미국적인 분위기 말일세. 블루스와 도시의 광기 같은 그런 기운. 보스턴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겐 어떻게 써야할지 명확한 계획이 서 있었던 거야.” 처음에는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제목은 〈아메리칸 랩소디〉이었다. 

이후 형 아이라가 미국화가 휘슬러의 전시회에서 `검은색과 금색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 등을 관람하던 중 떠오른 제목인 〈랩소디 인 블루〉를 제안하게 되고, 〈그랜드캐넌 모음곡〉을 작곡한 퍼디 그로페에게 오케스트레이션을 의뢰하여 곡을 완성한다. 초연할 때 첫 중간 페이지를 비운 채 진행하였는데 그로페가 쓴 총보에도 “피아노 독주자가 사인을 주면 그때 연주를 계속한다”라고 적혀있다. 이 부분은 그가 재즈 풍으로 즉흥연주를 하는 부분이다. 초연 당시 `현대 음악의 실험' 연주회에 비슷한 음악들이 소음처럼 연주되었고 마지막 즈음 이 곡이 연주될 때 사람들은 열악한 연주회 분위기에 지쳐있었다. 바로 그때 〈랩소디 인 블루〉의 도입부에서 미끄러지는 듯 상승하는 클라리넷의 음이 들려왔다. 갑자기 청중들의 눈과 귀가 번쩍 띄었다. 이후 이 작품은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이 작품은 하나의 곡이라기보다는 각각 서로 붙은 악절을 묶은 것에 가깝다. 그러나 주제 선율은 탁월하다. 영감이 느껴지고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차이콥스키 이후 최고의 천부적인 멜로디들이 아닐까”라고 평하였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미국에 왔을 때도 라벨에게 자신의 스승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자 라벨은 “당신은 저절로 샘처럼 솟아나는 듯한 멜로디를 가진 사람이다. 일류 거쉬인이 되는 편이 이류 라벨이 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제1부 Molto moderato 클라리넷 독주로 시작되어 기교적인 피아노의 카덴차로 몰입하다가 속도가 바뀌면서 관현악과 피아노가 재즈 풍으로 대화하는 듯하다. 

△제2부 Andantino moderato 저음 악기로 시작하면서 피아노는 더 기교적인 카덴차를 연주하면서 곡을 주도한다. 호른에 의한 어두운 우수 분위기에서 바이올린과 오보에는 감미롭고도 구슬픈 선율로 노래한다. 

△제3부 Allegro adagietto mysterioso 금관악기가 주제를 노래하고 피아노가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상승한 후 마지막에 모두가 일체가 되어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들을 만한 음반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컬럼비아 오케스트라(CBS, 1959)
△앙드레 프레빈(지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Philips, 1982)
△아서 피들러(지휘), 보스턴 팝스오케스트라(RCA, 1982)
△마이클 틸슨 토마스(지휘, 피아노), 컬럼비아 재즈밴드(CBS,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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