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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보건의료 정상화 위해 `의사 공무원' 필수
왜곡된 보건의료 정상화 위해 `의사 공무원' 필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6.11.29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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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왜 그들은 공직을 선택했는가 - 공직 진출 의사를 만나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라고 하면 대개 개원의나 대학병원 교수, 종합병원 봉직의 등 임상의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개원환경 악화, 의대 졸업자 수 급증, 사회가치 변화 등의 이유로 공직, 산업계, 법조계, 언론계 등 타 직역에 진출하는 의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공중보건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의사의 공직 진출이 더욱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동안 보건의료정책에서 전문가들이 소외돼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와 법률이 다수 등장했지만 의사의 공직 진출이 활성화됨으로써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크다.

이에 본지는 공직 의사 진출 현황과 그 필요성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는 주무부처로서 제대로 된 감염병 위기대응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메르스로 인해 의료전달체계의 부재, 응급실과밀화, 닥터쇼핑 등 한국 의료의 총체적 문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됐지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보건당국의 전문성 결여에서 비롯된 미흡한 공중보건위기 대처능력.

당시 비상대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 문형표 전 장관은 KDI 연구원 출신의 연금정책 전문가, 장옥주 전 차관은 행정고시 출신의 사회복지학 박사,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을 맡았던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 역시 행시 출신의 관료였다.

복지부의 인력과 예산이 `보건'보다 `복지'에 치중돼 있고 우리나라 전체 공직사회가 고시 출신의 직업 관료들에 의해 장악돼 있어 전무후무한 감염병 사태에서조차 의료전문가가 아닌 복지전문가와 직업관료들이 비상대책을 진두지휘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허술한 감염병 관리체계에 더해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됐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과 의료계의 불신과 불만은 점점 더 커졌다.

정부는 메르스 종식 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민적 요구에 따라 복지부 장관을 의사 출신으로 교체하고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 향후에도 전문가 채용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메르스 사태로 보건당국의 전문성·위기대응능력 결여 부각
보건부·질병본부 의사 출신 2.39% 식약처장은 한 명도 없어

현재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내 의사 출신 공무원은 36명으로 역대 최다 수준이지만 아직도 전체 1,506명의 직원 중 2.39%에 불과하다.

의사출신 공무원 대부분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때로는 복지부서에 배치되기도 한다.

복지부에 근무하는 한 의사출신 고위공무원은 “23∼24년 전만 해도 복지부 내 의사 출신 공무원은 단 2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출신의대별, 전공과목별 그룹까지 형성될 정도로 크게 늘었고 공채경쟁률도 대략 5:1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해 지원자들의 `스펙'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의사출신 공무원은 대개 부정기적으로 실시되는 특별채용을 통해 행정고시 합격자와 동급인 5급 사무관으로 선발되는데 지난 2008년 이후 특채가 이뤄지지 않다가 2011년부터 사무관의 30%를 전문분야 종사자 가운데에서 특채로 선발하고, 그 비중을 더욱 늘린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매년 특채가 실시됐고 올 12월에도 특채가 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 8월까지 600여명의 식약처 공무원 중 의사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다가 9월이 돼서야 의약품안전국장직에 서울의대를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약리학 박사인 이원식 전 화이자 부사장이 임명됐다.

의사출신 식약처장도 역시 없었다. 약사출신 식약처 직원이 100여 명에 달하고 식약처 18년 역사 동안 14명의 처(청)장 중 6명이 약사출신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도 의사출신 의약품안전국장 임명을 두고 대한약사회와 서울시약사회가 반대성명을 내는 등 약계의 큰 저항을 받기도 했다.

현재 복지부 및 각 산하기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타 정부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군, 국회, 지방의회 등 타 공직분야에도 의사들이 일부 진출해 있고 이외에도 의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적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의사출신 특채 사무관의 경우 행시출신 공무원에 비해 처우나 승진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사무관 특채가 너무나 쉽게 이뤄진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는 의사들이 주로 경제적 이유로 공직진출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공무원과 임상의사의 수입이 상당히 차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직에 매력을 느껴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는 젊은 의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복지부에 근무하는 한 의사출신 공무원은 “공무원도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임금수준이 그리 나쁘지 만은 않고 해외유학, 연금 등의 혜택도 있으며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 파견 등 누구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수립한 정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건강 수준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공직 진출은 굉장히 매력적인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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