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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공직에 많이 진출해야 하는 이유 〈1〉
의사가 공직에 많이 진출해야 하는 이유 〈1〉
  • 의사신문
  • 승인 2016.11.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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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역할, 개인 치료에서 공익적 가치로 확대
이종구 서울의대 교수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 전 질병관리본부장

`당신은 왜 공무원이 되었는가?'란 물음을 수없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사 면허증과 전문의 자격도 있어 그것으로 충분히 잘 먹고 잘살 수 있는데 왜 행정에 와서 박봉에 고생하고 자기들과 자리경쟁을 하는가?'라고 질문하는 고시 출신 과장도 있었다. 

그러면 왜 나는 이러한 보건행정을 하는 공무원이 되었을까? 고시 출신과 달리 총무과장, 기획예산과장, 기획조정국장이나 실장 같은 자리를 왜 내게는 차별적으로 주지 않을까? 공직 진출은 이처럼 녹녹하지 않아, 생각하는 것만큼 감동적이거나 철학적 답을 요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대안 정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 경로로 의료직을 접고 가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현장이 보건행정이다. 그러면 어떠한 이유로 의사가 공무원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는가?

첫 번째, 의사는 의료의 가치를 매우 소중히 여기고 이를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이다. 
의사의 교육과정은 임상 교육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레지던트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최근 임상적 예방, 재활, 건강증진 영역에서 의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의사의 역할이 개인(Individual) 건강의 치료에 대한 가치에서 예방과 건강증진의 가치와 증거중심의 기술(Evidence Based Practice) 가치체계로 변화됨을 의미한다. 그 기술을 집단에 적용하는 보건행정가로 의사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예방접종, 만성병 관리는 현대 의료기술과 약품을 개인의 보호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개발하여 의료의 공익적 가치를 달성하는 사업들이다. 즉 적절한 약물의 사용, 질병의 예방과 학화 방지를 위하여 개인의 역할을 잘 이해시키고 그 총합(collective)인 공중보건에 대한 가치를 실현하도록 국민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한 사람은 의사일 것이다. 의학지식의 깊이와 증거중심의 임상 역량은 한층 더 빛날 것이다. 미국 보건부 공중보건감(Surgeon General)은 의사이지만 그 역할은 의사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공익(public good)을 위한 자리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민 개개인을 잘 보호하려는 공익적 가치는 의학적 가치와 상충되지 않으므로 의사는 이러한 행정을 잘 수행하고 국민의 건강보호에 앞장서는  역량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의사는 의료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최근 유행하는 만성질환은 예방이 가능함에도 암, 관상동맥질환, 뇌경색으로 인한 조기사망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의사는 한 사람 한 사람 만성질환자를 잘 치료하는 기술과 함께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위험집단에 적용하여 이들을 치명적 질병으로부터 보호한다. 

이를 위하여 의사들은 환자가 놓인 사회, 경제(환경적 요인 즉, 일자리와 교육 문제, 의료 접근의 불평등) 등을 파악하여 환자에게 이를 대처 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집단이다. 가습기 사건의 조사도 이러한 생활환경 요인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되어 그 인과관계를 밝혀서 제조물의 퇴출, 제도 개선 등 국민을 보호하는 행정 결정을 이끌었다. 의료의 개인적 가치를 뛰어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인구집단의 건강수준 향상시킨 세계의료사에 남을 획기적 사례를 해결한 것도 의료인이다. 의료의 사회적 현상에 대한 각종 대안을 건강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대안을 제시(Health In All Policy)하는 집단이 의사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의료의 국제적 가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의학지식은 인류 공통의 문제인 삶과 질병, 죽음의 문제해결의 platform이다. 많은 의학적 지식과 기술은 국경과 종교, 정치적 제한없이 학술활동, 논문과 보고서 형태로 공익을 위하여 소통된다.

특히 소득이 낮은 나라나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이러한 지식과 기술을 신속하게 보급함으로써 고소득국가와 건강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WHO 같은 국제 보건기구에 의료인이 수장으로 일하고 많은 의료인이 참여하고 있어 의사가 이러한 공익적 위치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큰 장점임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이런 국격에 걸맞게 의학적 가치를 전 세계를 대상을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의료전문성 확보 공중보건에 국민 참여 이끄는 역량 가져
사회 환경요인 파악 개선 및 인류를 위한 공익활동 앞장

이러한 필요성과 의사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쉽게 공직에 진출하지 못하는 장애 요인은 무엇일까? 의사가 특별대우를 받으려면 그만큼 특별한 영역이 공직에 있어야 하는데 진료부문 이외의 행정 분야는 단순히 민간보다 봉급이 적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의료직에 국한된 특혜를 도입하여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첫째로 공직 의사 인력의 채용 방식이 큰 장애 요인이다. 

의사가 필요한 직책에 대하여 매년 일정 수를 선발하여 교육 후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자격을 가진 사람을 특채를 통해서 그때그때 채용하다 보니 정보를 알 수 없고, 인력 배출 시점도 매년 1-2월인데 채용 시점은 일정치 않아 공직을 희망하는 젊은 인재들이 적절한 자리에 지원하지도 못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등에서 이를 일괄적으로 모아서 `채용시험'을 보고 2년간 기본 행정을 훈련시켜 현장으로 보내는 방식의 개선을 고려해 봄직하다.

두 번째로 평소 공직에 관심있는 의사는 그에 맞는 자신의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공직은 그리 쉬운 자리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공직을 선택하겠다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량이 있는 의사들이 공직을 선택하도록 학생 때부터 인턴사원제 등을 이용하여 사전에 공직을 경험하고 이 길로 자신의 경력을 개발하도록 `경력관리 방안(센터)'이 필요한데 지도해 주는 멘토 프로그램, 대학교육 과정, 수련과정이 거의 없다. 

학교는 학문을 중요시하다보니 현장을 잘 모른다. MERS에서 보듯이 현장역학조사요원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력개발프로그램(Field Epidemiology Training Program)을 만들었으나 지원자가 매우 적었다.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키우는데 관심이 없어서 나타난 문제로 학문과 현장을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안식년에 현장이해를 위하여 교수들은 공직을 경험하고 반대로 공무원은 `안식년'을 도입하여 자기개발과 승진에 합당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신분보장과 교육훈련 기회 확대 등 유인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각종 정부 인사 규정은 의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특혜를 주기 어렵다. 연금은 공무원은 노후를 위해 가장 큰 수단이지만 낮은 연봉은 유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는 합당한 대우를 이유로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 계약직으로 변형하여 충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행정경력이 단절되고 경력발전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의사를 필요로 하는 직책에 대하여 역량있는 의료인이 공직을 선택하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 현재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돌리도록 공무원 정원 규정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연봉책정', `승진 가능 직책 확대' `교육훈련 확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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