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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질문지'로 탈북민 일차 진료과 결정에 도움주자"
"'증상 질문지'로 탈북민 일차 진료과 결정에 도움주자"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11.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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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질병관리 관련 심포지엄 개최…"문화·의료체계 극복위해 탈북 의사 적극 활용" 제안도 나와

문화와 의료체계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증상에 기반해 일차 진료과를 제안해 주는 '통합적 진료 프로토콜'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증상 관련 질문지를 사용해 진료 전 진료과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김호찬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23일 '북한이탈주민의 진료 현황 분석 및 질병관리 방안 제안'을 주제로한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제10차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1990년대 이후 붕괴돼, 현대식 의료장비가 부재할 뿐 아니라 필수 의약품도 부족하다. 결국 주민들이 '장마당' 등에서 직접 약품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며, 약물의 오·남용도 만연해 있다.

김 전문의는 "교육과 병원 이용이 제한되다 보니 북한에서는 질병의 원인보다 현재 증상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또 증상 위주의 자기진단이나 치료, 비과학적인 민간요법 사용이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 있던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의 의료체계에 적응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은 경제적·시간적 여유도 없고, 언어로 인한 장벽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반어는 38%, 전문어는 66% 정도로 남북 간 언어 차이가 심화하고 있다.

김 전문의는 "게걸병은 당뇨병, 닭이병은 간질병, 꺠지·따라치는 눈다래끼 등 질병 증상이나 질병을 나타내는 용어의 차이가 크다. 눈치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주 정확한 진료가 힘들다"며 "특히 북한에 비해 진료과목이 다양해 선택의 어려움을 겪어 여러 과를 전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다학제진료 방식을 채택하면 되지만, 중증 질환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 다른 방편으로 김호찬 전문의는 '통합적 진료 프로토콜'을 제안했다.

그는 "증상 관련 질문지를 사용해 의료진이 진료하기 이전에 일차 진료과를 제안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시간과 예산을 절감하고, 예진으로 오는 진료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다"면서 "또 대량 탈북민이 발생하거나 통일 초기에도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도 김호찬 전문의의 발제에 적극 공감했다.

권영대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는 "북한이탈주민 의료 이용에 있어 문화적 차이가 크다"면서 "의학 및 건강 관리, 언어, 지식 수준 등도 크게 차이나, '남한 의사와 의사소통에 있어 긴장하게 되고 의사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면담 조사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특히 진료시간이 짧아 질문을 하거나 궁금한 점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북한식 진료에 익숙해져 남한식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며 "더 많은 프로토콜과 매뉴얼이 개발되고 실제 적용될 수 있도록 통일부와 보건복지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화 차이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출신 보건의료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양의대 신영전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북한이탈 보건의료인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경우 의사, 약사, 간호부, 중의사, 조제사 등 우리보다 다양하게 분류돼 있는데, 이런 인력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네트워킹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도록 북한을 허용하고 있다. 의사 출신 북한이탈주민의 직업재활 차원에서도 의사 국가고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남북한 의사-환자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구축하는 데 이런 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진짜 통일이 됐을 때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통일의료연구소 김정용 소장 또한 "탈북 의료진들을 이런 통합의료시스템에 참여하도록 한다면 남북한 문화, 의료체계 차이에서 오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을 잘 개발해 주도적으로 북한 의료, 통일 의료에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의료계의 주장에 공감하고 관련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통일부 정착지원과 이지연 사무관은 "의사면허 관련 교육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북한이탈주민 중 16명 정도가 의사면허를 취득했다"며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수요가 있어야 교육을 진행하겠지만, 북한에서 전문직으로 일했던 분들이 국내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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