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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기 마치는 김탁 산부인과내시경학회장
[인터뷰] 임기 마치는 김탁 산부인과내시경학회장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6.11.16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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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비용 대비 효과 많지 않아_로봇수술이 좋다고만 말하는 것은 환자 속이는 것"
김탁 산부인과내시경학회장

“회장으로서 그간의 활동에 대해 후회는 없다. 단지 아쉬움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전하는 김탁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장(고려의대 산부인과 교수).

이번달로 임기를 마치는 김 회장은 지난 11일 오전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의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임기중 활동성과와 관련, “지난 임기 동안 나름대로 무리없이 학회를 이끌어 왔다. 또 회원수도 늘었다. 회원이 7~800명 정도였는데 현재 900명 정도로 늘어났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아쉬웠던 부분 즉, ‘로봇수술’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작심한 듯 비판했다. (로봇수술의 경우) "사실 이론적으로 할 필요가 없는 수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로봇수술이) 큰 이슈이긴 한데.... 가장 아쉬운 것은 너무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잘못 가고 있는 것 같다. 병원에서는 로봇수술 기기를 사려면 30억원 정도 투자해야 한다. 또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로봇수술을 많이 해야 한다. 모든 스탭들은 로봇수술에 푸시한다.”고 낯선 현실을 꼬집었다.

김 회장은 “비뇨기과의 경우, 접근이 어려운 수술이 많아 가장 혜택을 많이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산부인과는 로봇수술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자궁근종절제술의 경우, 매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나머지 낭종 수술이나 자궁절제술에는 전혀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회장은 “미국처럼 복강경과 로봇수술 비용이 같다면 괜찮다. 복강경이나 로봇이나 가격이 같다면 당연히 로봇으로 할 것이다. 그게 더 편하니까. 복강경보다 로봇이 더 편하긴 한데, 그 편한 만큼 가격이 맞느냐? 그건 아니다. 3-4배 차이 난다. 복강경으로는 150만원∼200만원이 드는 것을 로봇수술은 800∼1000만원이 필요하다. 과연 그 비용만큼 장점은 있나하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단일공 로봇수술기기도 나왔다. 그러나 예전에는 구멍이 여러 개인 로봇수술이 대부분이었다. 수술이란 최소 침습이 목적이다. 복강경으로 1개를 뚫으면 되는 것을 로봇수술로 4-5개 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1개 뚫는 로봇도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로봇수술이 좋다고만 말하는 것은 환자를 속이는 일이다. 환자들은 잘 모른다. 로봇수술이 매우 좋고 최신 수술법이라고 말하면, 경제적 여건이 되는 환자들은 모두 한다. 알고 보면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상황과 관련, 학회 차원에서 양심선언을 하려고 했다. 지방 몇 곳에서는 정말 필요없는 수술도 로봇수술이 좋다고 오도, 수술하고 있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기껏 환자를 위해 로봇수술을 하지않고 복강경으로 해주면 "왜 나는 로봇수술로 안 해주냐"고 항의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학회에서 지침을 만들어서 로봇수술은 이런 경우에 하고, 또 환자가 원하면 한다는 식으로 정보를 줘서 환자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지침을 만들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런 지침을 발표할 경우, 거의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난리가 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 미팅 때 이야기했다. 최소한 산부인과 만큼은 제대로 하자고 말이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많이 할수록 병원 최고 경영자에게 사랑받는다. 또 많이 한 만큼 인센티브도 많이 받게 된다. 아주 나쁜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현재 미국에는 '로봇수술 가이드라인'이 있다. 어느 정도에서는 하지 말라고 제어한다. 그런데 미국 지침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하고 있다. 즉, 가이드라인에서 암은 하고, 양성종양은 하지 말라고 한다.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로봇수술과 복강경수술 비용이 같은 미국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시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가장 아쉬운 점이다. 이 문제를 차기 회장에게 넘기려고 하니 부담감이 생긴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에게 “회원들의 여론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는 “해야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의사들 중 양심있는 사람들은 환자에게 실손보험이 있냐고 물어보고 있으면 한다. 실손보험에서 카바해주면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문제의 소지를 갖고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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