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45 (목)
'수련시간' 산정 두고 전공의 vs 병원 대립각
'수련시간' 산정 두고 전공의 vs 병원 대립각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11.12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행 임박 전공의특별법…인수인계·식사·휴게시간, 수련시간에 포함되나?

전공의특별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공의 수련시간 계측 방안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마련되지 못한 채 논의만 계속되고 있다. 전공의 수련시간을 어떻게 산정할 지를 두고 병원과 전공의 측의 대립은 여전하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 개최한 '수련환경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11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주제는 '수련환경평가방안'이었지만, 단축된 전공의 수련시간으로 인한 수련시간 산정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공의특별법 상 전공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은 88시간이며, 최대 연속수련시간 36시간(응급상황시 40시간), 최소 휴식시간 10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당직시간이나, 인수인계 시간과 개인학습시간, 논문작성시간 등이 수련시간에 포함되는 지 그 여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대한의학회는 수련활동의 시작과 종료시점을 평일 오전 8시~오후 5시, 당직시간을 평일 오후 7시에서 익일 오전 8시로 명시하고 당직시간을 수련시간에 포함하는 수련시간 산정 기본 지침을 제안했다. 하지만 인수인계나 개인적 학습, 논문 작성 시간 등 구분이 모호한 부분이나 식사 및 휴게시간은 수련시간에서 제외했다.

염호기 대한의학회 정책이사(인제대서울백병원장)는 "전공의 근무시간 산정에 문제가 많다"면서 "전공과목이나 연차별, 의료기관 종별 모두 달라 하나의 룰로 정하기 어렵다. 특히 학습시간의 구분이 모호하다. 진료의 연장선이 될 수 있고, 관련 집담회 준비나 논문작성이 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염 이사는 "또 당직근무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 휴식시간 구분이 모호하며, 비상상황에 대해서도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수련시간 계측방법 표준안을 작성해 수련병원 등의 장에게 제공해야 하며, 각 병원마다 협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교육수련실장 또한 전공의 수련시간 관련 애매한 법 규정과 평가 지침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며 단축된 전공의 수련시간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심 실장은 "전공의 교육에 있어 주당 시간은 의미 없다. 법을 지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걸로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교육 목적으로 주 8시간 연장 가능한데, 명백히 교육애 해당되는 컨퍼런스가 주 8시간 이상이라면 합해 총 88시간으로 간주해도 되는지, 수련시간에 식사나 대기 시간이 포함되는 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외과 전공의의 경우 수술에 더 참여하고 싶어도 6시나 7시가 되면 수련시간이 초과돼 불만을 표하면서 나가야 한다. 조금 더 수련한다고 해서 환자 안전에 큰 위해가 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토론자 대부분이 수련병원 경영의 입장에서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며, 수련시간에 기타 시간을 제외하고 최대한 ‘수련’만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일 하는 시간에 일만 해라'는 식의 주장에 전공의 대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현지 대한전공의협의회 평가·수련이사(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는 "전공의 한 명으로서 수련병원 측의 반응이 서운하다"면서 "1958년 인턴제 도입 이후 전공의들은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며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려왔다. 그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이제 법과 기반이 마련됐는데, 어려움을 얘기하기 보다는 병원과 학회, 전공의 모두가 법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평가·수련이사는 "대전협은 호스피탈리스트라는 대안을 제시했고, 병원 측에서도 합법적인 대안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다"면서 "수련시간에 대해 애매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이 있지만,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식사를 하러 가다가도 걸음을 멈추고 환자 진료를 본다. 정말로 식사와 휴게시간을 수련시간에서 제외하려고 한다면, 이런 법적 책임 또한 완벽하게 지우면 된다. 그런 접근방법을 써주시길 바란다"고 잘라 말했다.

플로어에 있던 이상형 대전협 부회장 또한 “인수인계 시간이 중요한데 이를 수련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게 의아스럽다”며 “인수인계 시간은 전공의들이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동료들 간 토론하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심태선 실장은 "전공의특별법이 이론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전공의 또한 법의 정착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 실장은 "지도전문의뿐만 아니라 전공의 또한 협업하고 노력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4월에 인턴을 마친 전공의들이 줄당직을 서는 게 악습이 돼 있는데 이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고년차 전공의들은 일당백이 된다. 즉, 3~4년차 레지던트가 당직을 서면 당직의사 수도 줄일 수 있고, 수련시간도 맞추기 쉬워진다. 현실에 맞추기 위해 전공의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호기 정책이사 역시 "전공의와 병원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면서 "수련병원이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굉장히 많다. 당연히 경영이 악화될 걸로 생각된다. 병원이 잘 돼야 전공의도 수련할 수 있다. 병원 다 망하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탈리스트 말고도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PA가 제시되기도 했다.

염 정책이사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말고도 PA 문제도 있는데, 아무도 공론화 하지 않고 있다. 실제 전공의를 도와줄 수 있는 인력으로 PA를 활용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상형 대전협 부회장은 “PA는 공론화의 대상이 아니라 단속의 대상”이라며 “합법적인 제도를 활용하면 되는데도 전공의특별법이 지키기 힘든 혁신적인 제도라며 PA 등으로 논의가 번질까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수련병원 입장에서 전공의를 대체할 추가 인력 고용,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크다. 의료 최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전공의에 대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플로어에 있던 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전공의특별법에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주정부에서 전공의 급여의 80%를 지원하고, 일본도 2년 이상 지원하고 있다. 평일 밤에 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건 전공의인데, 이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국가에서는 어떤 대책이 있는 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근본적으로 의료환경이 저수가로 계속 고정돼 있어, 볼륨으로 버티고 있다. 국가가 긴 호흡으로 제도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수련병원들이 그 많은 병상을 감당하려다 보니 전공의 지위가 당연히 떨어지게 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830병상이다. 전공의특별법을 위해 우리 병원도 당장 40억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예산 지원에 앞서 설득을 위한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문상준 사무관

문상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필요한 부분 있으면 정부 측에서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국가의 예산 투입에 부합하는 정확한 목적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의사에 대한 국민 인식은 부정적이다. 이를 설득할 부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사무관은 “전공의 80시간 근무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우려가 있다”며 “현재 이대로의 의료 환경, 시설, 인력과 장비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력 공백을 메워줄 부분 찾고 있고,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전공의특별법이 ‘전공의 수련시간법’이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며 “환자 안전과 전공의 수련, 의료의 질 향상의 연장선상에서 고민해야 한다. 시간에만 매몰돼서 논의되지 않고 총체적으로 되길 원한다”고 당부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