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병원의 이름을 딴 최초이자 유일한 중앙대병원 헌혈센터가 지난 2012년 10월 31일 오픈해 이제 만 4년을 맞았다. 오픈 첫 해 헌혈자 약 3900명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메르스라는 장애 요인에도 1만 7000명 이상이 이곳에서 헌혈에 동참했다.
2013년 당시에는 중앙대병원에서 총 혈액의 85%를 사용하고 단 15%만을 외부에 공급했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과 혈액공급 계약을 맺고 혈액의 82%를 외부에 공급하며 공익적, 공공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차영주 센터장은 “총 혈액 중 서울아산병원에 46%, 세브란스병원에 37% 정도 공급한다. 또 혈액 수급이 어려운 작은 병원, 특히 산부인과 등 로컬 병원은 협약에 상관없이 공급해오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4곳을 추가로 협약을 맺고 공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헌혈센터는 이처럼 부족한 혈액을 확보하고 원활히 공급하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헌혈문화와 시스템의 선진화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차 센터장은 “혈액의 양을 경쟁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 이익을 위해 헌혈사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헌혈 문화를 바꾸고 시스템을 선진화 하는 것이 목표다. 작지만 우리로 인해 적십자도 긴장하고 서로 간 긍정적인 경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찾아가는 헌혈 캠페인’…진짜 접근성을 위한 방편
국가에서는 흔히 헌혈센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적십자나 혈액원을 도처에 배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혈자가 증가한다거나 혈액양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해서 접근성이 실제로 좋아지지는 않는 다는 얘기다.
차영주 센터장은 “헌혈자의 편의를 생각해 보통 직장인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에도 쉬지 않고 근무하게 한다. 하지만 정작 일요일에 헌혈센터를 오픈해도 직장인들이 오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회사로 직접 찾아가 헌혈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헌혈센터는 회사나 학교, 교회 등 기관으로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는 헌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헌혈차 구입비용이나 헌혈자의 편의를 고려해 고안한 방안인데,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이 전개되고 있다.
차 센터장은 “일주일에 3명씩 조를 짜서 헌혈센터를 방문해준 회사도 있었다. 인트라넷에 공지했을 뿐인데 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우”라며 “그래서 회사 현장에 나간다면 사람들이 손쉽게 헌혈하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시간별로 예약자를 받아서 진행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고, 헌혈차보다 좀 더 안락한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는 이렇게 찾아가는 시스템이 이미 마련돼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모바일 컬렉션(Mobile Collection)이 활성화 돼 있다. 모바일 컬렉션이란 헌혈차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움직이는 의료진’, ‘찾아가는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로 인해 모아지는 혈액이 70% 비중을 차지한다.
차 센터장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시스템을 직접 보고 올 예정”이라며 “처음에는 헌혈센터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ㅇ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본다. 이런 문화가 확산되면 직장인들도 편리하게 헌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혈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 중요…“고마운 마음 가져야”
차 센터장은 헌혈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보답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공무원 헌혈자 비율도 2.3%에 그치며,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누구나 다 헌혈이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만큼 헌혈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그는 “헌혈자는 참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찾아가는 헌혈 캠페인을 펼치면서 우리는 꼭 의사가 참여해 건강상담도 하고 조언이나 문진을 한다. 일종의 헌혈자에 대한 대접과 존중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헌혈 시스템의 격을 업그레이드 시켜야만 학생뿐만이 아니라 직장인들도 헌혈하는 문화가 조성된다는 것.
차 센터장은 “미국은 문화 자체가 너무 성숙돼 있다. 멀고 바빠도 근무시간을 쪼개서 스스로 찾아와 헌혈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사회가 고마워해야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보장을 위한 무상헌혈,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혈에 대한 보상으로 주로 영화표가 지급돼, 많은 학생들이 영화표 때문에 헌혈한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문진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차 센터장은 “보상을 위한 헌혈에서는 문진이 필요 없어진다. 말라리아 지역에 다녀왔냐고 질문해도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며 “영화표 등 선물 지급은 무상헌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희생이 따른다”며 “일본도 얼마 전에 영화표 등 모두 없애 회복하는데 2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그 2년을 못 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교육이다. 중앙대병원 헌혈센터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중심으로 무상헌혈의 가치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20개 대학교 535명, 13개 고등학교 470여명이 참여해 헌혈은 물론 혈액 분리과정 등에 대한 견학 등을 이수했다.
차 센터장은 “헌혈자의 숫자도 중요하다. 하지만 헌혈자에 대한 예우, 헌혈 문화, 무상헌혈의 가치 등이 더 중요하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