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4:35 (금)
견불선여탐탕(見不善如探湯)
견불선여탐탕(見不善如探湯)
  • 의사신문
  • 승인 2010.01.11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종하<서울시의사회 부회장ㆍ양천구의사회장>

▲ 조종하 회장
세상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그런 것들에 대한 감시의 눈도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부정과 불법을 막기 위해 감시하고 고발해야 할 입장에 있는 자가 행하는 자와 뇌화부동해서 함께 일을 저지르는 경우 또한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들은 두 가지 말이 있다.

비록 몇몇에 불과하지만 사회를 감시하고 어두운 곳을 밝게 해야 할 자리에 있는 자들의 잘못된 관행과 행태를 이야기 하는 중에 나온 말로 하나는 `회색은 검어질 수는 있어도 희여 질 수는 없다' 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견불선여탐탕(見不善如探湯)' 이라는 말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사람들의 삶을 색을 빗대어 한 말이다.

본디 색깔은 흰색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 색이 생기는데 이미 회색이 되었다는 것은 벌써 그 만큼 다른 색깔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다시 흰색으로 돌아가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탈색을 한다 해서 본래의 색깔로 돌아가기도 어렵고 더구나 덧칠을 한다고 바닥에 칠해져 있는 색이 바뀌지도 않는다. 특히 사람의 마음에 들어있는 색깔은 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 회색이 검은 색으로 되는 것은 지금까지 물들어왔던 대로 그대로 하면 되니 다른 힘든 절차가 필요 없어 훨씬 손쉽게 검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온 세상 천지에 갖가지 색깔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나 혼자 하얀색을 유지하기는 힘들겠지만 묻은 것은 지우고 물든 것은 빨아서라도 조금이라도 본디 색깔을 유지하고자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는 자기 성찰과 반성에서 나온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를, 한 달이 지나면 한 달을 되새김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행여 한 번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같은 잘못을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견불선여탐탕(見不善如探湯)' 은 `견선여불급(見善如不及)하고, 견불선여탐탕(見不善如探湯)하라'는 선을 좇고 악을 멀리하라는 경계의 뜻으로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에 나오는 글의 일부이다.

풀어 얘기하자면 견선여불급(見善如不及)이란 이미 내가 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선한 것을 보거든 마치 미치지 못하듯 하라는 뜻으로, 항상 올바른 선의 가치를 좇아나가는 마음 자세로 선행을 끊임없이 실천하면서도 그 끝에 미치지 못해 선의 완성이란 없다는 자세를 가진 삶을 살라는 의미이다.

또 견불선여탐탕(見不善如探湯)이란 선하지 못한 것을 보거든 마치 끓는 물을 만지는 것 같이 한다는 뜻으로, 끓는 물에는 손을 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손을 가까이 할 수도 없어 곧바로 빼야 하듯이 잠시라도 악을 행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그러한 악행은 가까이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나 인간들이 벌이는 수많은 행태들에 대해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이란 어려운 부분이 많다.

모든 현상과 행위들이 단편적인 하나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이해관계의 상충 속에서 발생되고 마음속에 들어있는 욕심의 정도에 따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흑백논리가 횡행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고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는 말처럼 피아(彼我)의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하고도 객관적인 구분과 그에 대한 규정은 삶의 근간을 형성하는 기준이 되며 가치 판단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선과 악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우리 주변에서 발생되는 현상과 행위들에 대해 자신의 의사결정이 분명해진다.

그저 `좋은 것이 좋다' 또는 `세상사는 것이 다 그렇지' 하는 식의 두루뭉수리 한 생각이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건강하지 못한 사회를 만들고 타협이나 어정쩡한 결정 혹은 올바른 판단의 유보로 인해 선악의 구분을 흐리게 만들어 사회와 단체, 심지어는 가정에 까지 원칙과 상식이 상실된 병든 모습을 보여준다.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가 팽배한 사회구조에 지배 받아왔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그러한 일들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반성이 필요하다.

밝고 건강한 가치관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사회정의라는 말이 필요치 않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상식을 준수하고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그래야 우리의 미래는 밝고 세상엔 웃음이 가득해질 것이다.

결국 바른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정의가 세상의 기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우리 모두 바른 의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고, 그런 세상에서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 같은 뜻으로 `은거이구기지(隱居以求其志), 의이달기도(義以達其道)' 라는 말이 있다. 숨어 살면서 그 뜻을 구하다가 의를 행하여 자신의 도를 달성한다. 즉 `재야에 묻혀 있으면서도 바른 도리의 가치를 실천하거나, 몸소 참여와 실천 속에서 정의를 사회에 구현한다' 는 뜻이다.〉

조종하<서울시의사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