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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에서 지리산의 복과 무한에너지 가득 충전서울시의사산악회, 백두대간(성삼재-만복대-고기리 구간)을 가다 〈상〉
의사신문 | 승인 2016.10.31 09:19
신기섭
신사신안과의원 원장

대학 1학년 때 제주도를 가기 위한 목포행열차 이후 30여년만의 야간열차여서인 지 들뜬 마음에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내린 구례의 입구라는 뜻의 구례구역. 우리 팀원 9명을 포함, 이곳에서 내린 산객(전부 배낭을 메고 있었다) 20여명은 마른 땅에 빗물 스며들 듯 사라지고, 우리도 섭외된 차량으로 산행기점인 성삼재까지 이동한다. 중간에 설렁탕으로 아침(?)을 때우고 산행들머리에 도착하여 헤드랜턴을 찾아 쓰고 인증샷을 찍으니 4시30분. 오랜만의 백두대간 산행을 시작한다. 일출 30여분 전인데도 지리산 자락답게 완전 칠흑이다.

언제나처럼 출발은 상쾌했다. 전날 내린 소나기 때문인지 길 좌우의 나뭇가지의 물기가 그 사이를 지나는 팀원들의 몸을 샤워하듯 적당히 적셔주어 시원하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다 나타난 첫 고지인 남고리봉. 멀리 성삼재 휴게소의 불빛이 미명에 어슴츠레 빛나고 있다. 그 우측의 구례쪽은 낮은 구름에 덮여 있고, 좌측 산등성이에는 노고단의 송신탑이 아스라이 보인다. 오랜 만에 느껴보는 야간산행의 별미다.

간단한 휴식 후 이어지는 묘봉치까지의 완만한 내리막길. 그러나 이 내리막이 끝나는 묘봉치 이후에는 만복대까지의 긴 오르막이 있기에 내리막이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묘봉치는 이정표 기둥에 누군가 긁어서 묘봉치라고 새겨 놓았기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것이 없었다.

이후 한 없이 이어지는 만복대까지의 긴 오르막에 점점 숨이 가빠진다. 몇 년 만의 백두대간인지라 좋아하는 야생화 사진찍기도 포기하고 그저 산행에만 전념하는데도 남고리봉에서 잠깐 본 선두인 유승훈 총무일행은 못본 지 오래 되었고, 오랜만에 사진기를 들고 와서 사진을 찍으며 후미를 지키는 노민관 등반대장의 배려 덕에 꼴찌를 면하고 부지런히 발을 놀린다. 

묘봉치를 지나 만복대까지는 억새가 우거져 가을이면 일대에 장관을 이룬다는데 숨이 턱에 차는지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묘봉치를 지나 한 시간여, 중간에 잠시 휴식을 한 거 빼고 계속 오르다보니 확 트인 곳이 나왔다.

아래쪽으로는 구례·곡성·남원쪽의 낮은 구름이 아침 햇살에 환하게 웃으며 장관을 이루고 있고, 이를 배경으로 모두들 오랜만에 밝은 얼굴로 사진을 남긴다. 

7시30분경, 조금 전의 장관이 눈에서 채 가시기도 전에 드디어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만복대(1437m)에 도착한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여 만복대(萬福臺)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지듯이 이곳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100리 주능선은 가히 장관이다.

만복대에 있는 지리산의 많은 복과 함께 무한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걸음을 정령치로 향하길 50여분.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몇 개의 나무계단과 수많은 까치수염과 꿀풀 그리고 싸리나무꽃 들과 마주하며 다다른 정령치에는 휴게소가 있었으나, 어쩌면… 하는 기대를 저버리고 시원한 맥주 대신 아이스콘으로 열기를 식힌다.

여기서 선유산장까지 차로 가면 5분이라는 휴게소 주인장의 친절한(?) 안내를 뒤로하고 9시 조금 넘어 정령치휴게소 좌측의 전망대를 지나 북고리봉까지 이어지는 급경사를 오른다. 이 오르막만 지나면 내리막이니까 조금만 참자고 스스로를 달랬지만, 북고리봉에서 이어지는 하산길은 전날의 소나기로 물기를 머금어 미끄럽고 급한 내리막길이어서 오히려 만만치 않았다. 

정령치 이후부터는 중간에서 함께 가던 박병권 전회장님과 박영준 대원을 비롯한 중간팀원들도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 이렇게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나홀로 산행 한시간여 만에 산세가 완만해지고 좌우의 쭉쭉 뻗은 소나무가 계속되더니 멀리서 자동차소리가 들린다.

4시반부터 시작하여 6시간을 예상했으나 7시간 만인 11시반에야 비로소 성삼재에서 만복대를 지나 고기리까지의 오늘 산행의 하산지점인 선유산장에 도착한다. 9명 일행의 끝에서 두 번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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