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2:50 (목)
공정하지 않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유감'
공정하지 않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유감'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6.10.31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에 총 11억 37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해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의사단체들이 초음파기기업체와 진단검사기관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동시에 의협에 10억원, 의원협회에 1억2000만원, 전의총에 1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공정위는 “의협 등이 자율권, 선택권 등을 제한하고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에 필요한 정당한 거래를 막았다”고 주장했는데, 한의사의 초음파 검사행위를 과연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초음파골밀도측정기로 의료행위를 하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한의사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초음파검사는 의사의 업무영역에 속하며 한의사에게 허용된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기소유예처분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지난 2월 16일 초음파기기로 자궁근종을 진단한 한의사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임을 인정하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해 이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국내 최고 권위의 의료전문가단체가 업체들이 국민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국가기관인 공정위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상식 밖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의협 등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고 공정거래법이 타사업자의 활동 방해 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인데, 그렇다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불법행위를 마음껏 저지르더라도 소비자 선택권 보호와 타사업자 활동 방해 금지 원칙을 이유로 무한정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런 논리대로라면 유해식품·의약품에 대한 판매 불허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담배·주류 판매 금지 등의 조치도 명분을 잃을 것이다.

국가기관에서 불법을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어 공정(公正)거래위원회라는 이름을 참으로 무색케 하는 결정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