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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사태 겪고도 "C형간염이 뭐예요?"
집단감염 사태 겪고도 "C형간염이 뭐예요?"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10.20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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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학회, '간의 날' 맞아 일반인 인식도 조사 결과 발표

최근 다나의원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바이러스 간염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질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B·C형 간염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으면서도 세부 정보나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C형간염의 경우, 검진율이 낮고 질환 인지도가 매우 부족해, 바이러스 간염 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함께 C형간염 국가검진이 도입돼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한간학회(이사장·변관수)는 '제17회 간의 날'을 맞아 20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념식을 개최하고, 간 질환에 대한 일반인 인식 및 예방접종·검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간 질환의 7~80%가 바이러스 간염이 원인…"국민 인식은 낮아"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국 20~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시행한 결과로, 간경변증 및 간암의 주요원인으로 B형 및 C형 간염이라고 꼽은 응답자는 매우 적었다. 특히 C형간염은 22%, B형간염은 40%에 불과했다. 간경변증 및 간암의 주요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항목은 음주(75%)와 흡연(40%)이었다.

실제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70~80%가 B형간염 바이러스, 10~15%가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고, 나머지 10~15%가 알코올의 과다섭취를 포함한 여러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B형간염은 간암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며, C형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이중 30~40% 정도가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김윤준 대한간학회 간행이사(서울의대 내과)는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발생률로는 4순위, 사망률로는 2순위이지만, 사회경제적이나 가정내 충격으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암"이라며 "특히 4~50대 남성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간염의 종류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반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하고 있는 간염 종류에 대한 질문에 B형 간염 92%, A형 간염과 C형 간염은 각각 76%로 인지 수준은 높았지만, 전체 응답자의 86%는 ‘A형 간염, B형 간염, C형 간염의 차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간염 질환의 명칭은 알지만 어떤 질환인지는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간염 감염 경로에 대한 오해도 여전했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주로 수혈 및 주사기 사용 등 혈액을 통해 감염되거나 모체로부터 수직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음식 및 식기 공유를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 경로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염 바이러스는 보유자와의 가벼운 포옹, 입맞춤,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일상적 사회생활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적다. B형 간염의 주된 감염 경로는 수직감염, 성접촉을 통한 감염, 문신, 침, 부황, 피어싱 등을 통해 감염된 혈액에 노출되는 경우이다.

C형 간염의 경우 정맥주사 약물을 남용하는 경우, 성접촉을 통한 경우,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을 환자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 비위생적인 문신, 피어싱, 침술 등의 시술을 통해서 주로 전염된다.

B·C형간염 환자, "치료 중요성 몰라 질환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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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은 그나마 A형이나 C형 간염에 비해 검사 경험자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간염검사 경험 종류를 물었을 때 ‘B형간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9%(980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본인이 B형간염 감염자라고 응답한 144명(7%) 중 '치료 받았다'는 답변은 67%에 불과해 33%(47명)이 치료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유로는 ‘별다른 이유 없다’(11%, 5명), ‘증상이 없다’(9%), ‘증상이 심하지 않다’(4%) 등 질환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기판단에 의해 B형 간염을 방치하는 경우도 24%에 달했다.

정재영 한국간재단 홍보국장은 "B형간염은 어려서 걸릴수록 만성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으며, 만성B형간염 보유자는 치료제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간염을 완화할 수는 있으나 B형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B형간염 백신이 상용화 된 이후 간염 전체 유병률은 2.9%으로 감소했으나, 현재 40대에서는 아직도 7% 정도로 높다.

김윤준 간행이사는 "전체 유병률은 낮아졌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50대 남성은 28%로 5% 증가했다"며 "앞으로 20년간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변관수 대한간학회 이사장

또 간염 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3% 정도였으나, 특히 ‘C형간염 검사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명 중 1명(12.2%, 245명)에 불과했다. 본인이 C형간염 감염자라고 응답한 31명(2%) 중 치료받은 응답자는 20명(65%)였고, 치료받지 않은 응답자는 11명(35%)였다. 치료 받지 않은 이유로는 ‘심각성을 몰라서’라는 답변이 63%(7명)였으며,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답변이 36%(4명)를 차지했다.

C형 간염은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되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질환의 심각성에 대한 인지부족 및 무관심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도영 대한간학회 총무이사(연세의대 내과학교실)는 "C형간염 유병률은 1%로 수평적으로 간염된다. B형간염과 달리 예방접종은 불가능하지만, 경구 항바이러스제로 3~6개월이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총무이사는 "WHO에서 최근 2030년까지 지구상에서 간염 바이러스를 퇴치하자는 액션플랜 발표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국가검진항목에 C형간염 검사를 도입해 적극적인 스크리닝을 시행해야 한다. 학술적인 면에만 의존해서도 아니고 국가 정책이나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여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관수 이사장은 “제 17회 간의 날을 맞이해 한국인의 간질환 인지도를 점검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바이러스성 감염인 B형 및 C형 간염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높은 확률로 간경변증, 간암 등의 중증 간질환으로 이행할 위험성이 크므로 예방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검진 확대와 더불어 치료 필요성에 대한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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