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다시 간다. 우리 모두 웃고 싸우고 아프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후회하고 절망하고 지지고 볶으면서도 마지막에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한해를 보낸다.

크고 작은 회사와 소규모 자영업자 뿐 아니라 비영리 단체에 이르기까지 연말이 되면 다양한 결산을 준비해야 한다. 1년 간 계획하고 실천한 사업 내용은 물론 재무 결산까지 하여 한 해를 잘 살았는지 정리해보고 문제점을 확인하고 새해에 대한 사업 계획과 예산을 편성한다. 또한 이 모든 것들이 공정하고 투명한지 정기 감사를 받게 된다.

우리 인생의 한 해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년 동안의 즐거운 일들을 회상하고 실수에 대해 뉘우치고 오만에 대해 회개하고 내게 남아 있는 것과 소유한 것과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감사한다. 이제 나도 한해를 결산해 본다.

첫째, 전문가로서, 의사로서

성실하게 환자를 진료하고 환자들의 아픔과 고민을 나누었을까? 전문의로서 변화하는 전문 지식 습득에 게으르지 않았나? 좋은 책들을 가까이 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나?

둘째, 기독교인으로서, 다양한 사회생활에 대하여

신앙생활과 교회의 직분을 성실하게 이행했나? 내가 맡은 많은 사회생활에서 내 역할을 모두 충실히 수행했나? 과분한 욕심과 권유에 떠밀려 분에 맞지 않은 직책을 맡지는 않았나? 혹시 명예욕에 사로잡혀 분수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나? 누군가를 질투하고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교만하지 않았는지, 남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고 살았나?

셋째, 아름답고 건강한 몸을 위하여

신체 건강을 위해 식욕을 절제하고 적절한 휴식과 운동을 했나? 곱게 나이 들기 위해 외모를 깨끗이 관리하고 있나? 건강 검진을 했나?

넷째, 따뜻한 관계를 위하여

가족, 친지들에게는 물론 주변에 물질을 포함하여 실제적인 도움을 주었나?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선물을 하였나?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서로 격려하고 격려 받았나? 주변을 즐겁게 하려 얼마나 노력했을까? 1년 동안 받은 그 많은 호의와 사랑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나?

다섯째, 재정 자립을 위하여

무리한 투자를 하지는 않았는지? 낭비하는 생활을 하지는 않았는지? 노후를 위해 자산 관리를 잘하고 있었나?

여섯째, 글을 쓰면서

전문지에 글을 쓴지 10년이 지났다. 의사수필동호회인 박달회 동인으로 8년이 지났고 계간문예에 등단한지 2년이 되었다. 수필이 아니라 수다이고 잡 글이었다. 그 동안 열심히 읽어 준 독자들을 속인 것일 수도 있다. 내 글이 끼친 민폐는 어느 정도 일까?

1년 결산 항목을 나열하면서 점수를 매겨 본다. 특히 각 항목에서 잘못 판단하고 실수한 것들은 따로 정리해서 나열한다. 매주 글을 쓰다 보니 내 사생활이 너무 들어나서 이 점수는 비밀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부끄럽게도 마이너스 점수가 많다.

이 글을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보내며 새해에는 좀 더 나은 점수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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