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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국감 마지막 날까지 '故 백남기 사망진단서' 공방전
2016 국감 마지막 날까지 '故 백남기 사망진단서' 공방전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10.14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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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국감'으로 변질된 보건복지위 종합국감…외인사vs병사 논란에서 사망진단서 작성 권한과 책임까지

2016년 국정감사가 최종 마무리된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는 마지막 종합감사에서까지 '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를 높고 출구 없는 공방전을 펼쳤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파행을 불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故 백남기 씨를 위한 추모묵념이 그 시작이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백 씨에 대한 묵념을 제안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승조 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의 협의 이후 "사망 원인을 떠나 백 씨 사건은 우리 시대의 슬픔이자 아픔"이라며 대승적 차원의 묵념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인숙 의원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에 대응해 국민을 보호하려고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놔두고 왜 이분만 추모하느냐"며 "개인적으로 조의를 표할 수는 있으나 단체로 국회에서 하는 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야의 논쟁 끝에 김상훈 간사를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은 묵념을 앞두고 퇴장했고, 약 20분 동안 감사가 중단되고 말았다.

“병사 아닌 외인사” vs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권한”

속개된 감사에서도 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논란은 계속됐다. 야당은 사망진단서가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적힌 것에 대해 주안점을 뒀고, 여당은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의 권한이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더민주 오제세 의원은 "사건의 본질은 공권력에 의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논란에 대해 서울의대 재학생 102명과 동문, 서울대 특별조사위원회, 전국 15개 의대생 809명, 의사인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까지 사망원인을 '외인사'라고 한다. 그런데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만이 '병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사망진단서도 작성 역시 의료행위에 포함되며, 사망진단서 작성과 기재에도 담당의사의 재량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며 "이 기준에 따르면 백선하 교수의 사망진단서 발부에는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백남기 씨 사건과 관련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 의사들까지 국감장에 참석해 외인사가 확실하다고 증언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신경외과 전문의 김경일 전 서울시립동부병원장는 "의무기록에도 나와 있는 백남기 씨가 병원에 옮겨진 이유는 머리를 다쳐서이다. 당시 눈동자가 풀리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뇌의 이상 징후가 CT를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때 가장 급하게 한 치료도 뇌수술이었다"며 "이런 논란 자체가 매우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300일 이상 이어진 치료는 수술 자체부터 의미가 없었던 것"이라며 "외인사 논란조차 의미 없다. 다분히 의도적이며, 의사들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의학에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병사'라는 의견이 극소수의 의견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의사로서 이번 사건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백남기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의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전 원장은 “제가 서울대병원장이었다면 전공의를 다시 불러 사망진단서를 다시 쓰게 했을 것이다. 시작부터 마지막 사망진단서 작성까지 이상하다”며 "가족 의견을 무시하고 진단과 치료를 마음대로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백남기 씨는 내과적 질환이 많았는데 왜 내과로 전원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저라면 수술하고 보름 정도 후에 내과로 전원시켜 치료받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에 소아심장전문의 출신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국회에서의 발언은 사실에 입각해서 해야 하는데 개인의견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며 위증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에서는 중환자실에 오래 입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저도 심장전문의지만, 가슴이 턱 막혀 병원에 온 환자를 수술해도 기저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고 머리를 잠깐 맞았을 뿐이라도 머리에 꽈리 같은 기형을 갖고 있으면 사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또 "나 또한 의사이지만 김 전 원장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체 12만 명의 의사의 대부분이 사망진단서에 문제 제기할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는가"라며 김 전 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칼륨 수액’ 투여가 문제가 됐다. 故 백남기 씨 체내 칼륨 농도가 높았음에도 칼륨이 포함된 수액을 지속적으로 투여했다는 것이다.

김경일 전 서울시립동부병원장은 “칼륨 약물은 사형에 쓰인다”며 “백 교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지만, 칼륨이 많이 들어간 영양제를 계속해서 주고 있었다. 칼륨 수치가 급격히 오르자 그제야 서둘러 칼륨이 없는 영양제로 바꿔 투입한 것이다. 저 같으면 부끄러워서 사인으로 고칼륨혈증이라는 말도 못 꺼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백선하 교수는 “수액에 포함된 칼륨의 양은 아주 경미하다. 고인은 사망 6일 전부터 소변이 나오지 않아 고칼륨혈증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견했고, 혈중 칼륨을 위장관으로 빼는 약물도 사용했었다”면서 “이미 7월부터 급성신부전, 진균성 폐혈증, 폐부종 등으로 전신상태가 안 좋았다”고 해명했다.

야당, “백 교수 서명 없는 사망진단서, 책임은 전공의 몫?”

'병사'와 '외인사' 문제가 조금 잠잠해지자, 사망진단서의 작성과 수정 권한, 책임으로 논란이 번져갔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권 모 전공의의 서명을 두고 실제 작성자와 법적 책임자가 다른 이유를 추궁했다.

더민주 김상희 의원은 "의료법 17조에 따르면 사망진단서는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작성할 수 있다. 법 조문만 보면 진찰했던 백선하 교수 또는 진찰 및 검안을 했던 권 레지던트가 작성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사망진단서에는 권 레지던트의 의사면허·이름·전자서명이 인증돼 있으나, 백 교수님의 이름 및 전자서명 없다. 결국 최종 법적 책임자는 권 레지던트가 된다"고 질타했다.

이전 국감에서 백 교수가 밝힌 "사망진단서의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는 입장에 이 같이 반박한 것.

이에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백남기 씨 사망 당시 전공의밖에 없었고, 사망 환자가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전화상으로 구두로 전한 것뿐이다. 누구나 백선하 교수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윤성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또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것도 맞지만, 실질적으로 대학병원의 교육과정에서 피교육자의 전공의는 교수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전공의가 수정하고자 해도 백 교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오제세 의원은 "권한과 책임이 일치해야 하고, 그에 맞게 기록 또한 항상 일치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다면 백선하 교수의 지시 하에 했다고 이름이 나와야 하지 않나"고 비판했다.

이에 백선하 교수는 시종일관 "저의 지시로 전공의가 작성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 권 레지던트는 피교육자로서 수술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이윤성 특위 위원장, “선례 남을까 우려돼”

이와 관련 이윤성 특위 위원장은 이 같은 선례가 남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이제라도 사망진단서를 다시 작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대로 부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또 다른 방법은 사망진단서를 다시 쓰거나 시체 검안서를 검안한 의사가 다시 쓰는 방법도 있다”면서 “굳이 사랑하는 후배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얘기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이와 같이 머리에 심한 외상을 받고 온 사람이 300일 넘게 진료를 받았다고 해서 병사를 선택할 수도 있구나 라고 후배들이나 다른 의사들이 그렇게 생각할까봐 가혹하게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합국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백남기 국감’으로 진행된 가운데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추진, 전북대병원 소아사망 사건, 한의사 불법 의료기기 사용 등이 간간히 다뤄졌다.

“국립의대 신설 추진…의료영리화는 없다”

새누리당 강석진 의원은 “공중보건의사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지역의 의료공백이 우려된다. 공공의료 인력양성을 위한 국립의대 신설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정부도 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예 학습할 때부터 공공의료와 관련한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다만 대학 신설과 의사 배출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공장학생 제도를 보완해서 시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원격의료 허용과 의료영리화 논란에 대해서도 “원격의료는 의료취약지 주민들의 편의성을 제고, 공공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며, 일차의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제가 장관으로 있는 동안 영리화를 추구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전북대 소아사망 사건, 병원만 탓할 일인가"

전북대병원 소아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남 탓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이와 관련,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 을지대병원에 대해 권역외상센터 지정취소 등 엄정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복지부의 책임은 없느냐"며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잘못된 시스템을 개선할 일이지, 문제가 생겼다고 지정취소를 해버리면, 지역 의료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이냐"고 지적했다.

정진엽 장관은 "지정취소 여부는 추후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해당 병원들에 대한 지정취소가 결정된 것은 아니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 중의 하나로 거론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개선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면허범위 논란, 정부가 나서야”

박인숙 의원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에 대해 "규제는 철폐해야 하지만, 면허는 지켜야 한다. 정부가 규제와 면허를 헷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나도 소아심장전문의로서 심장초음파만 할 뿐, 복부 초음파나 뇌파 검사는 하지 않는다. 전문성을 지킨다는 원칙이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면허범위에 대해서도 “자칭 전문가가 난무하고 사이비가 난무해 국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런 부분을 정리하고 않고 법원에 판단을 구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교통정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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