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인터뷰] 차영주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인터뷰] 차영주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10.13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염병 진단키트 개발을 위한 고위험군바이러스 혈액 확보 박차"

"3번의 지원 끝에 감염병 진단키트 개발사업이 국가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어요. 그동안 연구의 가치를 몰라줬었는데, 지난해 메르스와 올해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정부와 대중의 인식 모두 바뀌게 됐네요."

중앙대병원 차영주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총괄하는 '인체유래 고위험군바이러스 소재은행'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국가목적형 소재은행으로 지정받게 되면서, 국내외에서 확보와 구입이 어려운 감염병 관련 핵심연구소재의 수집에 활기가 띄고 있다.

차영주 교수는 우리나라의 감염병 진단키트를 개발, 국제 수준의 허가를 받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B·C형 간염, HIV, 뎅기열, 지카 등 혈액으로 전파되는 고위험군바이러스의 혈액검체 확보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그는 "우리나라를 넘어 국제 수준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양성 혈액 400개와 음성 현헐자 혈액 5000개가 필요하다"며 "B·C형 간염은 국내에서 모을 수 있지만 유자전형은 제한적이며, HIV의 경우 HIV-1 환자만 있어, HIV-2 혈액을 구하기 어렵다. 결국 외국으로부터 혈액을 수집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먼저 아프리카 토고의 국립에이즈연구소와 MOU를 맺고 HIV-1, HIV-2 양성 혈액 120개를 얻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필요로 하는 HIV-2 표준품을 만들었고, 국가가 기업체에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외국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감염병 중 50%를 차지하고 환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뎅기열 진단키트 개발에도 집중했다.

차 교수는 "뎅기열은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데 제주도 남단에 베트남 모기와 유전자형이 같은 모기가 서식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뎅기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협약을 맺고 있는 베트남의 꽝남중앙병원에서 뎅기열 환자 300명의 혈청을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BT/융합연구 분야에서 필요성 및 활용성과가 높은 국가전략소재 개발을 위한 신규과제를 모집해, 무려 3번에 도전 끝에 중앙대병원이 선정됐다.

차 교수는 "2번 지원해서 떨어졌었다. 그런데 작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작년 하반기부터 연구의 필요성을 국가가 인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목적형 소재은행에 지정되면서 연간 2억 9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 중앙대병원은 지카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혈액 수집을 위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탄자니아 국립의학연구소의 마템바 박사와 카지오바 박사를 초청해 지카바이러스 관련 세미나를 갖고 MOU를 진행 중이며, 라이베리아 보건부의 카테크 박사와 국경없는 의사회의 모모박사 역시 초청해 에볼라 관련 경험을 공유하고 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공중보건전문가인 코넬대 파프 교수와도 세계 최대의 에이즈 치료센터 게스키오(GHESKIO)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차 교수는 “우리나라 바이오기술이 발달돼 진단키트도 잘 만든다. 하지만 세계적인 검증을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한 연구에는 혈액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들은 그 기초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국내 혈액 반입이 금지돼 있어, 라이베리아 현지에서 보관하고 우리 연구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감염병 관리는 물론, 우리나라 국민의 감염병 예방이나 신속한 진단에 기여하기 위함이지만, 다양한 네트워크와 협약으로 얻는 부가적인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차 교수는 “토고의 경우 혈액을 제공하고 우리는 토고 연구원의 연수비용과 국내 의료기기를 지원했다. 좋은 마음으로 기증한 의료기기가 토고 주변 국가들에도 자연스럽게 알려지면서 예기치 않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기도 했다”며 “과학의 발전과 함께 양국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경제적인 효과도 따라왔다. 차 교수는 “영국 NIBSC(국립 생물 의약품 표준화 연구소)이 WHO의 표준품의 8~90%를 공급한다. 표준품을 구입한다 해도 제한적인 양만 주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지난 5년간 업체나 연구자에게 분양해준 혈액을 NIBSC로부터 구입한다고 하면 11~12억 원 수준이다. 국가 예산이 투입된 만큼 이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제공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영주 교수는 인체유래 고위험군바이러스 소재은행이 영국의 NIBSC와 같이 국가기관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발전되기를 기원했다.

그는 “그동안 귀중한 샘플들을 많이 수집했고, 이것의 가치와 과정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 누가 어떻게 관심가지고 관리하는 가에 따라 활용이 잘 될 수도 있고 사장될 수도 있다. 때문에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이어 “향후에도 국내외에서 확보, 구입이 어려운 특화된 신규소재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국제 수준의 표준화된 은행 운영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보유한 연구소재의 활용을 통한 가치창출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