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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 일으키는 COPD, "유병률 높지만 인지도 낮아"
죽음의 공포 일으키는 COPD, "유병률 높지만 인지도 낮아"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9.27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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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및 호흡기 학회, "폐기능 한 번 망가지면 회복 불가…PFT 통해 조기 진단 중요"

단순히 숨이 찬 병이 아니라 말기로 갈수록 죽음의 공포를 일으키는 무서운 질병인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우리나라 40세 이상 남성 5명 중 1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지만, 단순 기침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거나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이 저조해 조기 진단의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사장·신동호)는 27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폐의 날을 맞아 국내 사망 원인 중 7위에 해당하는 심각한 질환인 COPD의 조기 진단의 필요성과 대국민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COPD(만선폐쇄성폐질환)은 비가역적인 기류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폐질환으로, 만성 염증에 의한 기도와 폐실질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쉽게 말하면 기도가 좁아져서 숨을 쉴 때, 특히 숨을 내쉴 때 공기의 이동이 잘 이뤄지지 않아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흡연이 주원인이며, 나무나 석탄, 풀 등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연기에 노출되거나 공해가 심할 때 잘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나 동남아시아 등 과거 결핵환자가 많았던 나라에서 유병율이 높다.

서울성모병원 이진국 교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결핵을 앓고 폐가 망가졌을 경우 COPD에 걸릴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나 아시아 쪽에서 유병률이 높은 것은 과거 결핵 환자가 많아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COPD는 성인 40세 이상에서 14.6%의 유병률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남성 유병률은 23.4%로 여성 7.9%보다 높다. 전 세계적으로도 약 10%의 유병률을 보이고, 사망률 또한 3위로 높다. 다른 만성 질환의 경우 유병률이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COPD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학회는 이런 높은 유병률에도 질환의 인지도가 낮아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00명 중 단 3명만이 질환을 인지하고 있다. 현재의 유병률 현황은 빙산의 일각으로, 30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내원하지 않아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비가역적'인 특성, 즉 한 번 발생하면 좋아지지 않고 계속 나빠져 회복이 불가능한 이 병의 경우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COPD는 조기에 발견되면 병이 가벼워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병이 진행돼 중증이 되면 치료도 어렵고 삶의 질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주기적인 폐기능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하루 한 갑씩 10년간 담배를 피웠고 40세 이상이라면 현재 금연 중이라도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을 학회는 추천했다.

김영균 결핵 및 호흡기학회 총무이사(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는 "COPD는 단순히 숨이 찬 병이 아니라 말기로 갈수록 죽을 것 같은 극도의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 흡연자는 모두 잠재적 COPD 환자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향후 고령화와 대기오염 등으로 암보다 더 큰 병이 될 수 있다. 전 국민이 질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폐기능 검사를 통한 조기 검진으로 병의 악화를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OPD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기관지에 직접 작용하는 흡입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흡입제에 대한 순응도가 낮아 치료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증 환자 중 흡입제 사용 비율은 24.7%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4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 22.3%로 낮아졌다.

이진국 교수는 "피부에 병이 생기면 연고를 바르고, 눈에는 안약을 사용하듯이 기관지에 생기는 병에는 적은 양으로도 큰 효과를 보고 부작용도 적은 흡입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중증 COPD 환자 10명 중 약을 제대로 사용하는 환자는 2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OPD 질환에 대한 교육수가를 책정해 환자에게 흡입제 교육을 철저히 해나갈 계획이다.

김영균 총무이사

김영균 총무이사는 "정부와 학회 모두 교육수가 신설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현재 정부에서 요구하는 충분한 에비던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공동 TFT를 구성해 현재까지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10년, 20년 이후까지 추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건정심까지 올라가기에는 상당 기간이 걸리겠지만, 올해 내로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으로 보건복지부와 수가 협상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학회는 대국민 인지도 향상을 위한 홍보활동 및 생애전환기 검진에 PFT(폐기능검사) 추가, 개원의 질환 교육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학회는 매년 10월 둘째주 수요일을 폐의 날로 지정하고 COPD 인식 제고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실시한다. 올해로 14주년을 맞이한 폐의 날은 '건강한 숨, 행복한 날'을 주제로 오는 10월 5일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되며, 호흡기 내과 전문의 미니 강연 및 무료 폐기능 검사가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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