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醫道는 정직이다 
의도醫道는 정직이다 
  • 의사신문
  • 승인 2016.09.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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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47〉 

“의술醫術은 인술이고, 의도醫道는 정직이다.” 조선 초기의 명신이었던 이석형 공의 말씀이다. 올 8월 8일 본 〈의사신문〉에 내가 소개한 한국판 히포크라테스 선서인 `의원정심醫員正心 규제'에서 인용한 말이다. 의료인은 `인'과 `정직'을 두 축으로, 즉 어질고 진실한 자세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권고이다. 특히 의도는 정직이라는 말에 나는 깜작 놀랐다. 의학과 의료에 대한 깊은 식견에서 나온 글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미국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위인전을 읽고 혼동과 죄책감을 느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사과나무라는 설도 있음)를 도끼로 잘랐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고백을 하고, 정직하여 용서를 받았다는 내용에서이다. 어린 마음에도 나 같으면 거짓말을 먼저 할 것 같았고, 한편으로는 정직이 그만큼 중요한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자라면서도 나는 집이나 학교에서 사사로운 거짓말을 곧잘 하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봄비'에 대한 동시를 지어오는 숙제가 있었다. 나름대로 빗물이 내리는 소리와 모양에 대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섞어서 만들었다. 독특하게 잘 썼다고 생각했는지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했냐고 물어봤다. 좀 더 많은 칭찬을 기대하면서 나는 백과사전에서 찾았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선생님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을까? 그러나 솔직히 말해 정직하지 않아서 손해도 보았지만, 당장에는 이익을 본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후 의과대학에 들어오고 의사가 되어 비교적 각박하지 않게 지내고 있지만, 사소한 이익을 위해 적지 않은 부정직한 언행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게다. 심지어는 정직하면 손해를 봐 거짓을 삶의 지혜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 강압과 한국전쟁이 이어지는 혼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부정직한 언행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어언 63년이 된 지금, 정직은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안정되고 국민소득이 일 인당 3만 불이 되어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 사회에서는 신뢰가 아주 중요하고, 정직은 신뢰있는 삶을 건설하는 벽돌 같은 기본단위다. 또한 거짓이 없고 진실한 생활 태도가 일률적이고 정체성 있는 삶을 만든다. 상황마다 융통성(?) 있게 부정직하게 대처하면 궁극적으로는 삶의 주도성이 약화된다. 따라서 정직은 가치 있는 삶의 기본이 되는 태도이다. “평생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정직한 인간이 되라.”는 영국 격언이 맞는 말이다.

의학과 의료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사람 생명을 다루므로 정확 정직해야 하나, 의학이 과학보다 의술, 즉 art의 범주에 있는 의료계에서는 무의식 중에 또는 의도적으로 만든 오류가 많은 실정이다. 아직 병의 원인과 치료가 확립되지 않은 임상진료에서 과장된 결과와 아전인수적 해석을 보고하기 일쑤이다. 엄격해야 할 기초의학 논문도 경쟁적으로 논문발표를 강요하고 있는 분위기 때문인지 일부에서는 조작된 자료로 얼룩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환자 진료에 접목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어떤 사람은 결국은 컴퓨터가 의사의 많은 업무를 대체해 자리를 뺏길 것이라고 걱정한다. 내 친구가 농담 삼아 최신 논문 자료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혼동을 일으키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니 염려 말라고 한다. 그만큼 학술지에 정직하지 않은 자료가 많은 것이다.

헝가리 출신 화학자인 헤베시 교수는 내가 전공하는 분야에서 `핵의학의 할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그가 1911년 영국에서 Postdoc을 할 때 방사성 납과 보통 납을 분리하는 연구 과제를 받았다. 일년 동안 열심히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실험했으나 두 성분을 분리할 수가 없었다. 물리화학적 성상이 너무나 똑같은 것이다. 낙담한 그는 포기하고 누워있다가 거꾸로 방사성 납에서 나오는 방사능을 측정해 보통 납의 동태를 파악하는 `방사성 추적자'의 원리를 생각해 내었다. 기대했던 결과가 안 나온 정직한 연구자료에서 파라다임을 바꾸어 통쾌하게 역전승을 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헤베시는 평생 동안 식물, 동물, 사람에서 이 원리가 적용되는 것을 차례로 증명해 마침내 1943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석형 공은 의도醫道는 정직이라고 갈파했다. 의학 지식을 배우고 테크닉을 익히며 연구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단계에서 정직해야 한다. 이런 자세로 현재까지 밝혀진 의학 지식과 기술을 완전하게 적용해 최대한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이 임상소견과 결과를 정확하게 피드백 하여 새로운 연구로 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 강조할 점은 이런 내용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전혀 없다. 이석형 공이 히포크라테스 보다 의학에 아니 인간사에 더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나?

아마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일 거다. 예를 들어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핵심이념은 “투명한 경영과 올바른 방법으로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인류사회에 제공한다.”는 식의 내용이 대다수이다. 보통 회사는 이윤추구가 목적이지만 일류 기업에서는 정직한 방법으로 핵심이념의 실현하는 존재 가치를 추구한다. 이런 회사의 CEO도 당연히 요령을 피우지 않는 진실한 원칙주의자가 많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직에 기초를 둔 진실하고 원칙적 삶은 일상에서나 전문 분야 모두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올바른 길이다. 육백 년 전에 뛰어난 우리 선조가 의학에서도 절실한 기본 자세로 지적하였다.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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