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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본격 시행 ‘김영란법’ 어떻게 대비하나?
28일 본격 시행 ‘김영란법’ 어떻게 대비하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6.09.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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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교수 등 적용대상 불분명…학교법인 의사라면 모두 주의 필요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부정청탁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공직자 등의 금품 등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초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마련된 법률이지만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적용대상으로 추가되면서 의료계도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국·공립병원 의사는 물론 사립대병원 의사도 법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금품수수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조항으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을 규정함에 따라 시행령에서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가액범위까지 정해졌다.

사립교원과 언론인까지 포함하는 등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게 늘어나자 각계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농축수산업계와 요식업계 등은 법 시행에 따른 막대한 수요 감소와 고용 저하를 우려해 시행 철회를 요구했는데, 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연간 농축수산물 수요는 1조8000~2조3000억원, 음식점 수요는 3조~4조2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국기자협회,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청탁금지법에서 말하는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며 민간인인 사립교원과 언론인을 공직자와 똑같은 선상에서 취급해 다른 민간영역보다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소송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결국 합헌결정을 내렸다.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당초 입법 취지가 더 중요하다고 손을 들어준 것이다.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이 사립교원까지 확대되면서 의사들도 다수 적용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선 국립대병원 및 국·공립병원 소속 의사는 공직자에 해당돼 당연 적용 대상이 된다. 공중보건의사나 군의관 등도 마찬가지다. 사립대 부속병원 교수 역시 사립교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적용대상이다.

다만 의대 시간강사, 명예교수, 겸임교원 등은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대학의 시간강사, 명예교수, 겸임교원 등은 고등교육법상 ‘교원’이 아니므로 법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고 해석한 바 있다.

개원의사 역시 명백한 민간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법적용대상이 되지 않지만 대학병원 외래교수 등을 겸직할 경우 아직 해석이 불분명하지만 적용대상이 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최근 ‘의료·제약·바이오 관련 청탁금지법 해설·사례집’을 발간한 법무법인 LK파트너스 정성연 변호사는 “대학 시간강사, 겸임교원, 의대 외래교수 등이 ‘교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교법인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면 ‘직원’으로서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권익위의 법적용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공의나 펠로우의 경우도 교원으로 봐야할지 해석이 분분하지만 정 변호사는 “법률의 문언적·통일적 해석을 고려한다면, 학교법인과 근로관계에 놓인 자들은 모두 학교법인의 ‘직원’으로 평가해 대상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적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제일병원, 인천길병원 등은 대학 소유가 아닌 교육협력병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정 변호사는 “협력병원 소속 의사 중 일부를 대학의 교원으로 임용한 경우에는 당연히 법 적용대상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명예교수나 외래교수 등은 △근로계약체결여부, △실제 근로제공여부, △임금 지급 여부 등이 법적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적용대상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병원진료 접수 순서를 앞당겨달라는 부탁을 교원이 들어줄 경우 청탁금지법 상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된다.

다만, 정성연 변호사는 “응급환자의 진료나 치료순서를 결정하는 규정 준수 및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 순서 조정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러한 규정을 왜곡할 수 있는 소지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립대의대 교수의 제약사, 학회 등 외부강의 시에는 직급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 한도의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국제기구, 외국정부, 외국대학, 외국연구기관, 외국학술단체 등에서 지급하는 사례금 상한액은 사례금을 지급하는 자의 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교수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된 외부강연 시 일정금액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돼있다. 이 경우 직위별 시간당 상한액은 기관장 40만원, 임원 30만원, 직원 20만원 등으로 제한되며 1시간을 초과하면 시간당 상한액의 2분의 1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성연 변호사는 “예를 들면 서울의대 교수가 1시간에 최대 20만원, 2시간에 최대 30만원의 사례금을 받고 강의할 수 있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서울의대 교수가 이 금액을 받고 일부러 시간을 쪼개 외부강의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본적으로 법적용대상이 아닌 개원의사나 중소병원장 등도 협회장이나 임원으로서 협회에서 발행하는 등록된 정기간행물의 발행인이나 편집인 등으로 참여할 경우 법적용대상이 된다. 본지와 의협신문, 병원신문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각급 병원의 종이로 된 사보의 경우도 잡지나 기타간행물로 분류돼 법적용대상이지만 정보간행물이나 전자간행물로 전환하면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병원에서 사보를 웹진이나 정보간행물로 돌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사실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는 의료인이 포함되지 않지만 공직자나 사립교원에 해당하는 의사는 청탁금지법 정의규정 해석상 포함된다. 또 의사는 공직자나 사립교원 여부를 떠나 직종 전체가 청탁금지법보다 훨씬 더 강력한 처벌조항을 담고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적용되고 있어 공직자나 사립교원에 해당하는 의사는 법률을 이중으로 적용받는 셈이다.

정성연 변호사는 “이로 인해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나 제약업계는 적용법령,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항목이나 행위, 그리고 그 경제적 이익의 상한기준은 무엇인지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청탁금지법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달라지고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게 되는 경우 기존의 약사법(리베이트쌍벌제) 등과의 조화로운 해석마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자들의 형평성, 일관성, 불명확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청탁금지법 시행을 목전에 앞두고도 해석이 불분명하고 이렇다 저렇다 의견만 난무한 상황이어서 결국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아 검경의 수사를 받은 후 검찰에 기소돼 법원의 판결까지 나야 결론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자칫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매사에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다.

정성연 변호사는 “대가성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유형의 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게 기본적인 입법취지이고 학교법인 부속병원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는 모두 청탁금지법 대상자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면서 “가장 안전한 길은 청탁과 금품수수로 오해받을 상황이 올 경우 일단 모두 거절하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금품이나 선물을 책상에 놓고 가거나 택배로 발송했을 경우 지체 없이 반환·인도하고 신고하면 제재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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